기를 쓰며 만들어낸 '뉴스앱', 안녕들 하신가요

디지털 혁신의 사각지대 '뉴스앱'
스마트폰 도입때 구축했지만 사실상 방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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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 뉴스 시장은 미디어 플랫폼의 움직임에 따라 크게 출렁거린다. 언론사들이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한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포털사이트, 페이스북, 유튜브 등 외부 플랫폼에 주력해 콘텐츠를 유통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언론사들은 이들의 정책 변화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페이스북이 언론사 콘텐츠보다 지인의 게시물을 우선 노출하는 쪽으로 알고리즘을 변경하고, 아웃링크로 운영되던 카카오톡 채널이 인링크로 변경되자 언론사들은 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달 들어 네이버가 모바일을 전면 개편하면서 뉴스 시장은 또 한 번 변화를 겪고 있다. 새 버전 도입으로 매일 3000만명 이상이 드나드는 네이버 모바일 웹·앱의 첫 화면에서 뉴스와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졌다. 기존 버전도 사용할 수 있지만 ‘새로운 네이버’ 이용률은 단기간에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모바일 웹 이용자의 85%, 앱을 포함한 전체 모바일 이용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새 버전을 쓴다.


네이버 새 모바일에서 언론사들은 두 번째 페이지의 ‘언론사편집’판을 통해 자사 기사를 노출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적으로 기사를 배치하는 것 외에 언론사가 챙기는 몫은 크지 않다. 먼저 콘텐츠 하단에 붙는 주요뉴스 5꼭지(아웃링크)를 제외하면 모든 기사가 인링크다. 편집판 기사 조회수가 언론사 홈페이지 트래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네이버가 제공하는 기사·기자별 조회수나 간단한 독자 정보로는 언론사가 콘텐츠와 독자를 깊이 있게 분석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있다.


이번 개편은 국내에서 가장 큰 미디어 플랫폼인 네이버가 뉴스 콘텐츠에 힘을 빼는 과정이다. 언론사 대부분이 대응전략을 고심 중인 가운데, 일각에선 “네이버 의존도를 낮출 기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정호 YTN 모바일프로젝트팀장은 “그동안 네이버라는 커다란 온실에서 살아오면서 뉴스 유통과 플랫폼에 안일하게 대응했던 것 같다”며 “네이버 개편 여파가 오히려 언론사들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언론사가 자체 플랫폼 강화를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언론사의 자체 온라인 뉴스 플랫폼은 PC 인터넷사이트, 모바일 웹사이트와 앱 등이다. 최근엔 PC보다 모바일을 통한 뉴스 소비가 더 많다. 지난해 1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미디어별 뉴스 이용률’ 항목에서 모바일 인터넷은 2011년 19.5%에서 2018년 80.8%로 4배 증가한 반면, PC 인터넷은 51.5%에서 31.7%로 19.8%포인트 하락했다.


언론사들은 2014년 ‘디지털 혁신’ 이후 잇따라 PC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사이트를 개편해왔다. 반면 2009~2010년 스마트폰 도입과 함께 구축했던 뉴스앱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뉴스가 외부 플랫폼을 거쳐 유통되다 보니 자체 앱까지 신경 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한 방송사 디지털 실무자는 “웹사이트는 외부 플랫폼에서 들어오는 랜딩페이지라서 열심히 관리하지만 앱은 다운로드 수에 비해 실제 이용자가 20%도 안 된다”며 “웹은 여러 기능을 구현하기 쉬운데 앱은 업데이트가 어려워 최소한으로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뉴스 유통시장에선 언론사가 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웹과 앱은 큰 차이가 있다. 웹에는 외부 플랫폼을 타고 들어온 ‘뜨내기 손님’이 많은 데 반해 앱 이용자는 해당 언론사의 충성 고객이라는 점이다. 한 언론사 뉴스앱의 경우 전체 방문자 수 자체는 적더라도 한 번 접속하면 1인당 보통 8~12페이지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웹 이용자가 1~2페이지만 보고 떠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에서 언론사 뉴스앱 다운페이지의 리뷰를 살펴보면 충성 고객들의 반응을 가감 없이 접할 수 있다. ‘항상 응원합니다’, ‘특종보도 보고 앱 다운 받았어요’ 등 긍정적인 리뷰가 꽤 있다.


문제는 이들을 대하는 언론사의 태도다. 이용자가 앱의 오류를 지적하거나 개선점을 제시해도 언론사들은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언론사가 앱을 얼마나 방치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 앱만 보던 사람인데요. 오류가 있는데 뭐라고 답변이라도 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사 볼 때마다 15초 광고 짜증납니다. 삭제!’ 등의 글이 수없이 달려있다. 충성 고객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이 시기에 스스로 찾아온 이들을 언론사가 내쫓는 꼴이다.


앞선 사례와 달리 조선일보는 앱 이용자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이용자가 오류를 지적하면 곧바로 “해당 증상을 확인하고 수정한 버전이 금일 출시됩니다”라고 답변하는 식이다. 이달 3일 한 이용자는 “업데이트 이후 멈춤 현상이 개선된 것 같다. 앱을 지울까 하다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잘 해결해준 것 같다”며 “향후에도 점검을 잘해줘서 포털을 통해 조선일보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쓰기도 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앱 리뷰가 달리는 즉시 이메일로 IT팀에 연락이 간다. 24시간 당번제라 문제가 있으면 바로 조치하도록 돼 있다”며 “실시간으로 오류를 수정하기 쉽지 않지만 최대한 이용자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자체 뉴스 앱을 새로 개발한 한국일보는 뉴스 이용자에게 앱 다운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일보 모바일 웹사이트 하단에 ‘앱으로 뉴스 보기’ 팝업을 배치하기도 했다. 최근엔 독자 분석 툴을 개발하고 테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언론사 자체 플랫폼 강화를 큰 방향으로 잡고 충성 독자층이 누구인지 파악,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우리 독자층을 대상으로 웹·앱 등 자체 플랫폼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독자 분석 툴을 활용해 충성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외부 플랫폼 변화에 대응해 자사 앱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한겨레, 한겨레 가판대, 한겨레21, 한겨레 디지털초판 등 현재 4개인 앱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언론사가 자체 플랫폼 강화와 독자 분석을 통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 위원은 “언론사들이 새로운 독자만 좇다가 정작 오래된 충성 고객들을 버리고 있다”면서 “현재 독자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먼저 이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가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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