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심각한 여파가 발생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후 7개월 만에 예천군 의회 의석수가 9석에서 7석으로 줄었고 이 비정상적인 상태가 차기 지방선거인 2022년까지 지속된다는 것이다. 최근 예천군선거관리위원회는 4.3 재보궐 선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제명당한 군의원들이 불복 소송을 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도 그럴 것이 권도식(무소속) 의원의 경우 여성 접대부 술집을 안내해 달라는 말만 했는데도 제명을 당했지만,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은 해외 출장에서 직접 여성 접대부 있는 술집을 갔다 와도 멀쩡하니 말이다.
예천군의회 보궐선거 미시행 결정에 시민단체와 경북에서는 여전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주의와 국민 참정권을 박탈한 처사라며 반발했지만 소용없게 됐다. 예천군민은 전국적인 망신으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당한 것도 모자라 3년 이상 자신들을 대신할 군의원 2명의 자리를 비워두게 됐고 그만큼의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 셈이다.
이번 취재에서 2가지 정도 주목할 대목이 있었다. 하나는 한국언론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피해 가이드는 폭행 당사자인 박종철 군의원의 거짓말을 그대로 받아서 ‘진실 공방’이라고 기사를 쏟아낸 언론에 상당히 분노했다. 오죽했으면 시민단체가 예천군 의원 사퇴 촉구 집회에서 ‘지역 언론을 비판하는 문구’ 피켓을 들고나왔으랴. 또 하나의 대목은 가이드가 나의 취재요청에 응한 이유다. 그는 취재요청을 제3자를 통해 전해 듣고 자신의 연락처를 전달하기 전 몇 시간 동안 나에 대해 뒷조사를 했고, ‘이정희 기자는 끝까지 추적할 사람이다’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고백했다. 지역에서 온갖 싫은 소리를 들어가며 나름의 소명 의식으로 고군분투해온 데 대한 보상, 위로 같았다. 해결 안 되는 복잡하고 어렵고 민감한 제보가 적지 않게 들어온 편이었지만, 이 보도 이후 지역 권력과 적폐에 대한 묵직한 제보가 마구 밀려든다. 24년 차에 맞은, 즐거운 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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