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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진미위 "최순실 낙종, 일부 간부들의 ‘고의적 무시’ 때문"

최순실 국정 농단 보도 문제점 조사 보고서 채택

강아영 기자2019.03.14 16:23:33

JTBC ‘뉴스룸’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관련 단독기사 8개를 쏟아낸 지난 2016년 10월24일 KBS ‘뉴스9’ 홈페이지 다시보기 갈무리. KBS는 이날 ‘물타기’라는 평가가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관련 리포트만 연이어 7꼭지를 전했다.

▲JTBC ‘뉴스룸’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관련 단독기사 8개를 쏟아낸 지난 2016년 10월24일 KBS ‘뉴스9’ 홈페이지 다시보기 갈무리. KBS는 이날 ‘물타기’라는 평가가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관련 리포트만 연이어 7꼭지를 전했다.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가 지난 2016년 KBS의 최순실 낙종사태는 보도본부 일부 간부들의 ‘고의적 무시’ 때문이었다는 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진미위는 KBS의 관련 기사 1400여건을 기사 이력 시스템 등을 통해 분석하고 각종 증언과 자료를 수집한 결과, 최순실 낙종 및 부실 보도 사태가 보도본부 일부 간부들의 문제적 행태 때문이었다고 밝히고 이들의 무책임과 무능, 편향성으로 인해 KBS의 신뢰도와 경쟁력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진미위는 2016년 9월20일 한겨레신문의 보도로 최순실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당일 편집회의에서 기자협회장이 취재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A 통합뉴스룸국장이 “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냐”고 반문하면서 묵살했던 일을 한 사례로 들었다. 당시 편집회의에선 A 국장 이외에 B 보도본부장과 C 취재주간이 최순실 취재에 반감을 보이는 발언을 했는데, B 보도본부장은 “야당에서 그것도 국감 발언에서 제기한 내용에 대해 그걸 온 국민적 의혹이라 단정해 TF를 짠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C 취재주간도 “반대쪽에서 보면 괴담 수준의 얘기들”이라고 말했다.


진미위는 “이후 실무팀에서도, 10월5일 공정방송위원회에서도 노측이 관련 TF 구성을 요청했지만 사측이 거부했다”며 “또 10월14일 담당부서 기자가 정유라 이대 사태 관련 최초의 인터넷 기사를 작성했지만 D 사회2부장이 기사 승인을 거부해 결국 해당 기사가 나가지 않았다. 10월17일에 이대에서 의혹 해명 간담회를 개최했을 때도 전 언론이 이를 보도했지만 KBS는 ENG 촬영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2016년 9월20일에서 10월17일 사이 KBS ‘뉴스9’가 보도한 최순실 관련 리포트는 16건에 불과했다. 그 16건도 주로 정치외교부가 담당했으며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여야 공방에 치중돼 세부적인 의혹이 취재·보도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의혹 내용만을 별도로 취재해 보도한 리포트는 단 1건이었다. 그나마 10월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엄정 수사”를 발언한 후에야 A국장이 처음으로 취재를 지시했고 10월24일 JTBC 태블릿PC 보도 다음날인 25일 밤에서야 KBS에 최순실 TF가 구성됐다.


진미위는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으로 책임자의 고의적 무시와 무능뿐만 아니라 △보도본부 취재 시스템 작동 실패 △기자협회의 역할과 한계 △기자들의 취재 의욕 상실 △학습된 무기력 등을 들었다.

 

진미위는 “최순실 게이트는 여러 분야에 걸친 ‘광역 의제’로 위원회 조사 결과 일선 기자들은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구체적 지시가 없는 상황에서 각자 맡은 일을 제쳐놓고 취재에 나서기 힘들었다고 진술했다”며 “이 과정에서 타 취재부서에 책임을 돌리는 경향도 강하게 나타났다. 또 이전부터 KBS에선 이정현 녹취록, 어버이연합 논란, 세월호 조사위 등 공공연히 보도되거나 논란이 된 사안을 무시하거나 소극적으로 보도하는 사례가 빈번했고, 인천상륙작전 사건, 성주 사드 보도 사건 등 기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기자들 사이에 자율성이 위축되고 냉소적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최순실 사태 초기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음으로써 뒤늦게 시작된 취재 과정에서 KBS는 취재원 확보가 어려워지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또 TF가 운영된 뒤에도 여러 한계점이 나타났다.

 

진미위는 TF가 우병우 수석이 세월호 수사 관련 압력을 행사했다는 전직 검찰 간부의 실명 폭로를 확보하고 기사를 송고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방되는 한편 이 기사 송고 6일 뒤 TF가 전격 해체되는 등 문제가 지속됐다고 비판했다. 진미위는 “법조팀에선 최순실 의혹 관련 검찰 고발 및 배당 건 등 초기 발생들을 모두 인터넷 기사나 뉴스광장으로 보도하는 등 소극적으로 보도했고 인력 보강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신입, 저연차 인력 위주로 지원이 이뤄졌다”며 “문제되는 보도들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태블릿PC 진위 논란 보도, 고영태 녹음 파일 보도, 김영한 비망록 보도 불방 등이 그 예였다. 진미위는 “태블릿PC 진위 논란의 경우 일선 기자의 취재·발제가 아닌 모두 D 사회2부장, E 법조팀장의 기사 발주였다”며 “2016년 12월8일 태블릿PC에 대한 최순실 측 주장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내용의 심층 리포트가 발주됐고 취재기자가 거꾸로 태블릿PC가 최순실 것이라는 증거를 단독 취재하자 ‘뉴스9’ 직전 리포트가 취소됐던 적도 있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KBS가 정권의 명운이 걸린 사건을 제대로 다루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매우 나쁜 사례”라면서 “이에 위원회는 KBS의 민주적 정당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실행해 나갈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KBS뉴스가 강조했던 ‘기계적 균형’ 원칙이 도리어 진실을 외면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렸고 초대형 사건이 공공연히 벌어져도 취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일선 기자들도 취재하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졌다”면서 “일부 간부의 일탈 행위에 책임의 큰 부분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보도 기능의 심각한 장애가 발생한 점을 모두 설명하기 힘들다”며 사장이 직접 보도본부에 부서 경고를 내리고 개선책을 강구하도록 권고했다.


한편 진미위는 지난달 26일 제9차 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BS의 최순실 국정 농단 보도 문제점 조사’ 보고서를 채택·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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