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못 실린 '최보식이 만난 사람', 어쩌다 조갑제닷컴에 실렸나

조갑제 5·18 관련 '조갑제 인터뷰' 지면마감 전 빠져
"내가 시민이면 총 들었을 테고, 공수부대원이었으면 쐈을 것…"

지난달 18일자 지면 전면광고 대체... "기사 후폭풍 감안한 듯"
조갑제닷컴 실린 기사 보니 '지면 제목, 사진' 등 그대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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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닷컴 캡처

▲/조갑제닷컴 캡처


지난달 18일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의 인터뷰 기사 ‘최보식이 만난 사람’이 조선일보 지면에 실리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매주 월요일 1개면을 할애할 정도로 비중을 두는 코너의 기사가 통째로 빠진 것이다.


이 기사는 최 선임기자가 ‘조갑제의 광주사태…40년 동안 다섯 가지 루머와 싸워 이긴 이야기’를 펴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지난달 18일자 30면에 실릴 예정이었으나 51판 마감 직전에 빠지고 전면 광고로 대체됐다.


편집국 수뇌부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사를 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격론이 오갔으며 기사를 빼기로 최종 결정하자 최 선임기자는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내부 관계자는 "이 기사가 나갔을 경우 여러 후폭풍을 우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는 자유한국당 이종명·김순례 의원 등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 폭동”으로 규정하고 희생자들을 향해 “종북 좌파가 만든 괴물 집단”이라고 매도하면서 5·18 왜곡 사태가 불거진 때였다.


민감한 시기인 데다 지면에 싣기 부담스러운 조갑제씨의 일방적 주장이 인터뷰에 포함돼 있었다. “공수부대원을 만나보니 이들이 거꾸로 시민군에게 겁을 먹고 공포에 질려 있었던 것이다” “5·18로 전두환의 집권이 앞당겨졌지만, 광주 진압작전에 전두환이 관여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시민이었으면 총 들었을 것이고, 공수부대원이었으면 총 쐈을 것 같았다” 등의 발언이다.  


조선일보에서 빠진 이 기사는 지난달 18일 오전 11시쯤 조갑제닷컴에 실렸다. ‘최보식이 만난 사람’ 타이틀을 달아 <“광주를 ‘야수’(野獸)로 키우지 말고 편안히 잠들게 해야…이게 집권자의 책무>라는 당초 제목과 함께 기사 원문, 조선일보 지면을 캡처한 사진 그대로 실렸다.


조선일보 지면에서 빠진 기사가 다른 매체에 원문 그대로 실리는 건 이례적이다. 최 선임기자는 기사를 조갑제닷컴에 싣고 나서, 그 사실을 나중에 통보했다고 한다. 인터뷰이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기사 누락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갑제 대표는 지난 8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사정상 조선일보에 못 싣게 됐고, 우리가 실어도 좋다고 해서 실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기사가 안 나간 이유는 알 수 없다”며 “안 싣는 것은 신문사의 권리다. 내 인터뷰를 조갑제닷컴에 실었으니 손해볼 것은 없다”고 했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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