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교육의 진화… 경찰서 밖으로 나가 '일상 기획' 발굴 주도

주 52시간 도입 후 환경 변화… 일진 기자 업무 늘었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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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 52시간 상한 근로제 도입 이후 언론계에선 ‘수습기자 교육=경찰서 순회’라는 인식이 옅어지고 있다. 언론사들은 수습이 퇴근 없이 경찰서에서 잠을 자는 ‘하리꼬미’ 제도를 폐지한 것뿐 아니라 사내 교육 강화, 장기 기획 취재 등 경찰서 밖에서 새로운 교육법을 마련했다.


한겨레가 지난 1~2월 선보인 기획 기사 <탈시설 장애인 자립 리포트>와 <살처분 트라우마 리포트>는 수습기자 교육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지난해 10월 24시팀(경찰팀)에 배치된 수습기자 8명은 40일가량 경찰서 중심으로 사건사고 기사를 익힌 뒤 한 달간 기획 취재에 참여했다.


수습기자들이 발제한 아이템에서 두 기획 기사가 출발했다. 이들은 주제별로 3명, 5명씩 나뉘어 취재부터 기사 출고까지 기획물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살처분 트라우마 리포트>를 담당한 오연서 한겨레 기자는 “수습과정에서 굉장히 큰 기획기사를 맡은 터라 어려운 게 많았는데 선배들이 이럴 때는 이런 방법으로 취재해봐라, 이 사람에게 연락해보는 게 좋겠다, 이런 정보를 찾으려면 어디에 연락해보라고 알려주셨다”며 “처음 하는 기획 취재여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지만 선배들과 함께한 덕분에 교육 효과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탈시설 장애인 자립 리포트>를 맡았던 김민제 한겨레 기자도 “기획안을 다듬고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과정을 바로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었다”며 “저희가 기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가 달라질 수 있는 주제였기 때문에 부담됐다. 하지만 그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면서 취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 취재를 총괄한 이재훈 한겨레 24시팀장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수습 교육이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달리 짧은 기간에도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도 했다.


이 팀장은 “자신들이 취재해온 코멘트나 인터뷰가 선배들 손에서 콘텐츠화되는 과정을 신기해하는 수습들을 보면서 이 자체가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사 수용자들의 반응도 좋아서 기자들이 고무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수습기자들은 24시팀에서 2개월여를 보내고 탈수습했다. 수습기자들이 보통 3~4개월씩 경찰서를 돌던 과거 언론계 풍경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입사한 경향신문 수습기자들도 사건팀 교육을 2달 남짓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내 교육 기간은 더 늘어났다. 부서마다 1주일씩 수습기자 순환 교육을 진행하는데, 올해 뉴콘텐츠팀은 2주간 담당할 예정이다. 동영상, 인터랙티브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 교육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박홍두 경향신문 시경캡은 “수습 교육에서 사건팀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회사에서도 사건팀 교육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기본기를 배울 수 있다는 이점도 있어서 기간을 줄여나가면서도 시대에 맞춰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도기획부와 사회2부가 함께 만든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올 초 입사한 수습들은 사내 연수원 교육 이후 2주에 걸쳐 취재윤리 강의, 중계차 실습, 디지털 뉴스 기획 등에 참여했다.  


한지연 KBS 보도기획부 기자는 “예전엔 연수원이 끝나면 바로 사회부에 배치돼 경찰서를 돌았다”며 “지난해부터 도입한 2주간의 내부 교육은 실무에 투입되기 전 쿠션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수습기자들이 경찰서를 도는 기간은 전체적으로 줄었지만 KBS를 비롯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특정 기간(1~2주, 한 달) 또는 오전·오후 근무조를 나눠 저녁 교육을 진행했다. 야간 근무 경험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편에선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해 오후에 출근한 수습기자들이 늦은 밤이나 새벽까지 근무하면, 보고를 받아야 하는 일진 기자들은 과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습기자 52시간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반면 일진 기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언론사 사건팀 기자는 “수습기자는 오후에 출근할 수도 있고 시간에 맞춰 퇴근시키면 되는데, 가장 어려운 건 종일 일하고 또 새벽까지 보고받아야 하는 일진 기자들”이라며 “다들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감내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주 52시간제 도입과 하리꼬미 폐지에 따른 부정적 여파가 일진들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게 딜레마”라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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