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회담, 동선 추적 아닌 냉정한 보도 볼 수 있을까

2차 북미정상회담 D-7… 물량 아닌 질적인 보도 경쟁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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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6월12일, 회담장인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많은 취재진들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의 확대회담을 취재하고 있다. /뉴시스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6월12일, 회담장인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많은 취재진들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의 확대회담을 취재하고 있다. /뉴시스


오는 27일, 28일 양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회담에선 만남 그 자체로 주목받았던 1차 정상회담과 달리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치, 미국의 제재 완화와 체제보장 방안 등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올 수 있어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의 취재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외신뿐만 아니라 국내 매체 상당수가 이미 하노이에 취재진을 파견해 양 정상이 담판을 벌일 회담장과 투숙할 숙소 및 실무협상의 구체적 내용과 의제 등을 취재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공식 페이지를 열고 내외신을 상대로 미디어 등록을 받기 시작했고, 한국언론진흥재단도 26일부터 3월1일까지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 내에 한국프레스센터를 별도로 설치·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구체적인 시간표가 나오지 않아 변동이 생길 수 있지만 국내 신문사들은 대략 5명 이내의 취재팀을 꾸려 내주 초까지 기자들을 파견할 예정이다. 대부분 사진기자 1명과 워싱턴 특파원 1명이 포함되는 구성이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펜기자 3명, 사진기자 1명이 21일에 하노이로 출발한다”며 “현지 파견 인력은 정상들 표정이나 현장 스케치 위주로 취재하고 그 외 해설이나 분석은 서울에서 정치부와 국제부 기자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78명 규모의 특별취재단을 가동하고 기자 13명을 현지에 파견한다. 워싱턴, 하노이, 방콕특파원과 함께 사진기자 4명을 포함한 기자 8명이 현지에서 정상회담을 취재할 예정이다. 김현재 연합뉴스 정치에디터는 “사실상 편집국장을 제외한 모든 기자들이 특별취재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지난번 1차 정상회담 때와 달리 이번엔 편집국 대회의실에 특별상황실을 설치하고 속보 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데스크 포함 15명 정도의 인력이 26일부터 2박3일간 속보 모니터링 및 외신 취합 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들도 큰 규모의 취재단을 꾸려 정상회담에 대응한다. 하노이 파견 인력은 KBS, SBS의 경우 50여명, MBC는 80여명 수준이고 이 중 취재기자는 15명 정도다. 특히 이번 회담에선 방송 3사 모두 메인 뉴스 앵커를 현지에 파견해 특별 생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성주 MBC 디지털뉴스편집팀장은 “책에 비유하자면 지난번 정상회담은 서론을 쓰는 것이었고 이번 정상회담은 서론으로는 안 되는 상황”이라며 “1박2일간 회담이 진행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거다. 우리 역시 양일간 특보 체제를 유지하며 좋은 기획들을 많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다만 불확실성이 매우 커 모든 언론사들이 준비에 고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상회담 일정표가 확정되지 않은 것은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 방문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일정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이용인 한겨레 한반도국제에디터는 “남북정상회담만 해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기본 윤곽이 제시되는데, 북미정상회담은 보안이 굉장히 높아 취재를 하거나 미리 기획을 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특히 이번엔 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 방문 가능성, 1박2일로 늘어난 일정, 정상회담 개최지의 언론 문화 특성 때문에 조금 더 취재가 어렵다”고 말했다.


임장원 KBS 국제주간도 “첫째 날 몇 시간 회담을 할지, 정상끼리 만찬을 할지, 둘째 날 일정이 몇 시에 끝날지 등 소위 회담 일정이 나오지 않아 보도 역시 예단하기 어렵다”며 “정보가 좀 더 필요하다. 첫 날 두 정상이 만나기 직전부터 둘째 날 공동선언 발표 전까지는 특보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편성 역시 두 개의 안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미 정상의 표정과 일거수일투족, 동선까지 의미를 부여했던 1차 때와 달리 이번 만남에선 비핵화와 상응조치 등 의제에 대한 합의와 그 실천 가능성이 중요한 만큼 언론이 소모적인 부분에 불필요한 경쟁을 하기보다 냉정하게 회담 성과를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1박2일 동안 특보 체제를 유지하려면 그림 하나라도 더 잡거나 점심 메뉴 하나라도 분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많은 분석가들이 나오지도 않은 정보로 썰을 풀고 그걸 1박2일 동안 지겹도록 반복할 것”이라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치킨 게임이다. ‘달리는 수레에는 공자가 없다’고 한 것처럼 소소한 것을 경쟁적으로 보도하기보다 차분하게 사안을 들여다보고 나온 의제가 정말 의미 있는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에 진전이 있는 결과물인지 분석하는 질적 경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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