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우파 돌풍' 남미서 확산할까

[글로벌 리포트 | 남미]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새해 1월1일 취임식에는 우파 정상들이 집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이반 두테 콜롬비아 대통령,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등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대신 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당신과 함께 있다!”는 축하 메시지를 트위터에 남겼다. 남미지역의 좌파 정상 가운데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타바레 바스케스 우루과이 대통령만 참석했다. 미국이 이른바 ‘폭정 3인방’(troika of tyranny)으로 지목한 베네수엘라·니카라과·쿠바 정상은 아예 초청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취임식 모습은 보우소나루 집권으로 남미에서 당분간 우경화 바람이 거셀 것이라는 분석을 부정하기 어렵게 했다. 그가 ‘강한 브라질’을 앞세워 남미의 맹주를 자임하는 행태를 보일수록 이런 양상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우소나루가 일으킨 ‘우파 돌풍’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이르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볼리비아 등 주요국에서 치러질 대선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에 이어 남미 2위 경제국인 아르헨티나에서는 10월27일 대선 1차 투표가 치러진다. 대선 전망은 3개국 가운데 가장 불투명한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으나 경제는 갈수록 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고 연간 물가상승률은 50%에 육박한다. 중도우파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현재 30% 수준인 지지율을 올해 중반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면 재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접국 우루과이도 같은 날 대선 1차 투표가 시행된다. 우루과이에서는 좌파-중도좌파 정당 연합체인 ‘프렌테 암플리오’(Frente Amplio)가 15년째 집권하고 있다. 우루과이는 ‘프렌테 암플리오’ 집권 기간 경제적·사회적으로 견고한 안정세를 구가했다. 이변이 없는 한 정권 재창출이 유력한 분위기다. ‘프렌테 암플리오’는 세대교체를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타바레 바스케스 현 대통령은 단임제에 묶여 출마하지 못한다. 경제장관으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다닐로 아스토리가 대선 출마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그의 나이는 78세다. 수도 몬테비데오의 다니엘 마르티네스 시장을 비롯한 50~60대 가운데 대선주자가 나올 수 있으나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은 단점이 있다.


볼리비아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대선이 치러진다. 올해 남미지역 대선 가운데 볼리비아가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코카 잎 농부 출신으로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인 모랄레스가 4선 연임을 노리기 때문이다. 모랄레스는 지난 2005년 대선에서 처음 당선된 이후 2009년과 2014년에 연임에 성공했다. 2016년에 4선 연임 도전 가능 여부를 묻는 헌법개정 국민투표가 부결됐지만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연임제한은 인권 침해 요소가 있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모랄레스는 집권 연장 기회를 잡았다. 그가 올해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면 2025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무려 20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는 뜻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함께 남미의 대표적인 강경좌파 정상으로 꼽힌다. 그의 장기 집권은 기대 이상의 경제 실적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항상 남미의 빈곤국으로 불렸지만, 모랄레스 집권 동안 연평균 5%의 성장률을 지속했다. 모랄레스는 자원·에너지 산업을 국유화하고 재정수입을 인프라 개발과 제조업 다양화에 재투자하는 정책을 유지해왔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자원·에너지 붐이 끝난 후에도 주요 천연가스 공급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중국과 미국 등 외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볼리비아의 경제적 성공은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모랄레스에게 국내외의 비판과 반발을 누그러뜨리면서 4선 연임을 시도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중도우파 아르헨티나의 위기와 중도좌파 우루과이의 안정, 좌파 볼리비아의 성장이 실제 대선 결과로 반영되면 보우소나루가 일으킨 우파 돌풍의 전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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