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사 올해 용지값 동결 전망… 신문사들 유가율 상승 집중

최근 3년간 조선 등 8개 일간지 유가율 올라
외형보단 내실 다지는 전략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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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문 용지값이 동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제지업계의 인상요구를 받아들이며 큰 부담을 안았던 신문업계로선 일단 한시름을 덜게 됐다. 다만 경영 전반에 대한 위기 인식이 지속되며 상당수 신문사에선 발행부수 확장보다 비용절감에 집중하는 모습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신문사 경영 부문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한국신문협회 산하 협의회 자리에서 ‘용지값’ 문제가 거론됐다. 한 참석자는 “제지업계 쪽에서 (용지 가격 인상과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는 얘기가 오갔다. 1년 단위 계약으로 변동이 없으면 쭉 가고 변동이 있을 때 다시 계약서를 쓰는 게 보통”이라며 “지난해처럼 신문업계 쪽이 (용지값 인상으로) 고생하는 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엔 동아, 매일경제, 한국경제, 경향, 한국, 국민, 세계, 서울 등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신문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용지값 인상은 올해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제지업계에서도 “지난해는 특수한 경우였다. 신문사들도 어렵지만 우리도 생존이 안 돼서 요청을 했던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문사들로선 한숨을 더는 소식이다. 신문업계는 지난해 1~2월, 제지업체 3사의 용지값 인상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한 바 있다. 협상 중 제지업계가 용지공급 중단이란 실력행사에 들어가며 일부는 감면 발행도 겪었다. 제지사별, 언론사별 차이는 있지만 당시 10%선(톤당 7만~7만7000원) 인상이 언급되며 연간 ‘100억 단위’ 추가 부담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용지값은 인건비와 함께 신문사 고정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제지업은 ‘공급자 중심 시장화’가 극심한 곳이다. 업계 점유율 50%에 육박하는 전주페이퍼를 비롯해 대한제지, 페이퍼코리아 등 3사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특히 지난 2017년 초 캐나다 자본의 보워터코리아가 철수하며 이런 상황이 심화됐다는 인식이 많다. 종합일간지 한 노조위원장은 “당시 보워터코리아가 시장 ‘캐파(capacity)’를 늘려야 된다고 해서 공격적인 저가 행보를 보였다. 전주페이퍼랑 거래를 하다가 가격을 올려달라고 하면 그 물량을 돌려 가격을 못 올리게 하는 게 가능했다. 지금은 그조차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지업계도 경영이 어렵고 일부는 외국계 사모펀드 자본이라 현 경쟁체제에도 불안 변수가 많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상황에 오래 간 지속돼 온 경영 위기의식이 겹치며 발행부수 확대보다 유가율 상승에 집중한 신문사들의 ‘비용 절감’ 행보는 이미 현실화 됐다. 최근 3년 간 한국ABC협회의 인증부수 현황을 보면 10대 종합일간지와 2대 경제지 중 지난 2015년과 비교해 최근인 2017년, 유가율이 상승한 매체는 조선·한경·한겨레·문화·경향·한국·국민·서울 등 8개사에 달한다. 2017년분 기준 조선(유가부수 123만)을 제외하면 동아·중앙·매경 같은 유가부수 55만 부 이상보다 규모가 작은 주요 매체들에서 특히 유가율 상승 경향이 눈에 띈다.
종합일간지 한 고위 관계자는 “발행부수는 이미 정점에 왔다고 본다. 당장 (허위)부수를 줄이는 덴 어려움이 있지만 (발행)부수를 늘리겠다는 목표도 없다. 유지전략을 펴 나아가되 유가부수는 늘려가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유가율 상승은 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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