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경쟁력 뒤지고 적자까지… 지상파 '총체적 난국' 해법은

불요불급 예산 폐지, 경영진 임금 삭감 등 자구책
중간광고 도입 요구, 신사업 개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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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올해 영업적자만 1000억원이 넘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최승호 MBC 사장이 지난달 29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한 말이다. 그는 올해 하반기부터 비용을 최대한 줄이겠다며 △연말 명예퇴직 시행 △경영진 보수 10% 삭감 △사용되지 않은 예산 모두 회수 등을 언급했지만 이런 노력에도 적자를 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적자가 예상되는 건 비단 MBC 뿐만이 아니다. KBS는 올해 3분기 기준 58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SBS도 3분기까지 202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박정훈 SBS 사장은 지난달 13일 창사 28주년 기념식에서 “비용은 늘어가고 수익은 답보 상태”라며 “광고 판매도 국내 경기 하락의 여파로 4분기부터는 목표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승동 KBS 사장도 지난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영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며 “200억원 규모의 전면 긴축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 3사가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방송이 인터넷으로 확장되고 모바일에서는 스트리밍 시청형태가 보편화되며 지상파의 영향력이 뚜렷하게 줄고 있어서다. 변화한 시청 행태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지상파들은 CJ 같은 콘텐츠 대기업,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이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모바일에서 무한 경쟁에 내몰리게 됐다. 무거운 몸집, 상대적으로 많은 규제, 비효율적인 조직문화라는 악조건은 덤이다.


콘텐츠 대기업과 글로벌 OTT는 자본의 힘으로 지상파를 뛰어넘는 수준의 콘텐츠, 인력 투자를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3월에 발표한 ‘2017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 지상파 3사의 제작비는 평균 3036억원으로 CJ 계열의 제작비 3478억원을 밑돌았다. 총매출의 70~80%를 콘텐츠 제작에 쏟아 붓는 넷플릭스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렇게 얻은 콘텐츠 경쟁력으로 대기업과 OTT는 지상파의 광고까지 빼앗고 있다. OTT 등을 통한 프로그램 시청 증가로 전체 광고시장에서 방송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6%에서 최근 30%대 초반까지 꾸준히 줄고 있으며, 개별 사의 방송광고매출액 역시 크게 감소했다. 2016년 기준 지상파의 광고매출액은 총 1조65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6% 하락한 반면 CJ계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9% 성장해 3471억원의 광고매출액을 기록했다. 방통위는 “tvN의 프로그램 전후광고 최고단가가 1000만원을 넘어서 지상파 SA급 최고단가와 유사한 수준까지 근접했다”며 “CJ계열 일부 인기프로그램의 중간광고가격도 지상파 전후광고 최고단가인 1500만원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광고주 설문조사에 따르면 광고주들은 OTT 광고지출액을 증가시킬 경우 TV방송광고 지출액을 전환해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답했다. 광고주의 32.9%가 지상파의 광고를, 24.7%는 PP의 광고를 빼겠다고 해 OTT 광고가 늘어날 경우 지상파의 광고매출액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 때문일까. 지난해 지상파의 매출액은 KBS의 경우 2016년에 비해 540억원, SBS는 609억원 줄어들었고, MBC는 그 규모가 더욱 커 1667억원 감소하는 수치를 보였다. 영업이익률도 최근 5년간 2%를 채 넘기지 못했다. SBS가 2015년 5.2%의 영업이익률을 낸 걸 빼면 2014년 이후 지상파 3사 모두 높아야 1%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에 비해 영업손실 폭은 늘어 MBC는 지난해 8%대의 영업손실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상파가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불요불급한 예산 폐지를 통한 경영효율화나 경영진 임금 삭감, 명예퇴직제도 활성화를 외치는 한편 수신료 인상, 중간광고 허용 도입에 힘을 쏟고 있고 전략부서를 중심으로 신사업도 꾸준히 찾고 있다. KBS의 국내형 넷플릭스 사업이나 SBS가 최근 밝힌 5개 콘텐츠 제작사 연합 OTT, 가칭 ‘그랜드 플랫폼’ 등이 그 예다.


그러나 국내 OTT의 경우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따라잡기엔 규모 면에서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지상파 3사가 합작해 만든 푹(POOQ) 서비스의 경우 국내 OTT 동영상 서비스 시장 매출액 1위지만 영업이익률이 1.9%밖에 안 되는데다 넷플릭스의 최근 영업이익률 10.98%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여서다.


최선영 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 협동과정 특임교수는 “제작 방식이나 시청자를 생각하는 기조를 바꾸지 않고 지상파가 넷플릭스를 경쟁자로 생각한다는 건 모순”이라면서 “엔지니어들이 주된 구성원인 넷플릭스는 지상파와는 완전히 다른 조직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어떤 체질 개선이나 변화 없이 물리적으로 플랫폼 하나를 더 만들어 경쟁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서비스를 하려면 인구통계학적 정보 수준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 생활시간, 시청 패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청자 조사가 수반돼야 한다”며 “정교화 된 데이터를 갖고 기존 TV 시청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상파가 바뀐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비대칭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과거 방송의 공적 책무를 부여했던 지상파 플랫폼 자체의 의미가 없어졌으면 제도적인 개혁이 따라야 한다”며 “바뀐 세상에 맞게 규제의 틀을 재정비해 스스로 살아남을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정책적 배려 이후에 내부에서도 인력 구조나 임금 등을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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