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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으로 ‘숙명여고 학부모 소문’ 역추적했더니…

‘숙명여고 문제유출’ 단독 보도한 조인경 아시아경제 기자

김고은 기자2018.11.28 15:26:22


“요즘 이 근방 학부모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이 하나 있는데….”


대학입시제도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학교와 학원가가 술렁이던 지난 7월이었다. 강남의 한 학원 관계자가 묘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라며 조심스러워했지만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지역 학부모들이 가입한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등을 뒤지며 흔적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강남의 명문 사학이라는 숙명여고 학사비리 의혹이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났다. 10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아시아경제의 ‘숙명여고 쌍둥이 자녀 시험문제 유출 의혹’ 단독 보도가 그것이다. 아시아경제의 이달의 기자상 수상은 무려 4년 만이며, 특히 정치사회 부문 특종을 다루는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을 한 건 아경 역사상 처음이다. 이미 사내 특종상도 받은 조인경 기자는 “회사에서도 굉장히 좋아한다”며 웃었다.


조 기자는 아경 유일의 교육 담당 기자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주 출입처이지만, 교육문제의 특성상 학교와 사교육 현장 등도 두루 챙길 수밖에 없다. 이번 특종도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 대입제도 개편 논의에 유치원 비리까지, 교육계가 잠잠한 날이 없었다. 10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 11편 중 교육 관련 이슈만 3편이라는 게 그 방증이다. 조 기자는 “교육 기자들끼리 ‘우리 힘든 한 달이었나 보다’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고 전했다.


숙명여고 취재는 쉽지 않았다. 이미 ‘엄마’들이 제기한 의혹과 모인 정보는 많았지만 검증이 필요했다. 조 기자는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보고 쪽지를 보내 자신의 전화번호를 엄마들 단톡방에 공유해달라고 부탁했다. 밤낮으로 카톡이 울려댔지만, 혹시나 자식에게 피해가 갈까봐 실명 확인을 해주지 않아 기사로 쓸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교육청에서 감사에 들어가니 엄마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학교 안에서 있었던 일이나 얘기 같은 건 제가 알 수 없는데, 엄마들이 녹취를 해주거나 써주기도 했어요. 처음엔 단순히 성적에 의문을 가졌던 엄마들도 학교의 태도를 보면서 아이들을 위해 진실되지 않고 공정하지 않은 것을 묻어버려선 안 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낸 거예요.”


조 기자는 자신이 ‘엄마’라는 게 이번 취재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아줌마가 되면 아줌마 취재가 되는 거 같아요. 경찰 수사로 넘어간 다음, 쌍둥이들이 다녔던 학원을 찾아갔거든요. 그 앞에 있던 나이 어린 경찰기자들은 못 들어가는데 저는 에코백 하나 매고 막힘없이 들어가서 취재까지 하고 나왔죠. 나이 드니까 취재 경쟁력이 생기는구나 싶네요.(웃음)”


첫 보도 이후 3개월 만에 쌍둥이의 아빠인 해당 교사가 구속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문제의 당사자와 학교에 분명히 책임을 묻고 나아가 학사비리와 입시비리를 근절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교육당국의 의지만으론 불가능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숭의초등학교 폭행 사건도 피해학생만 전학 가는 것으로 사실상 매듭지어졌지만, 달리 손 쓸 도리도 없었다. 어른들이 제 역할을 못할수록 아이들은 불신과 좌절을 ‘선행학습’한다. “기사를 쓸 때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때가 많잖아요. 학생 때부터 세상이 바뀌지 않는 걸 보고 자라면서 일찌감치 체념과 좌절을 경험하는 게 안타까워요. 과거처럼 문제제기만 하고 분노했다가 덮어버리는 식은 더 이상 안돼요. 한꺼번에 바뀌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조금씩은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세대에는 더 나아져야죠.”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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