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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폭행’ 받아쓴 지상파, 출처 표기는 끄트머리에

종편·보도채널은 출처 적극 명시
지상파, 보도 중간엔 안 밝히고
리포트 끝부분서 2~3초간 띄워
KBS만 앵커멘트서 출처 언급

김달아 기자2018.11.07 16:53:26


전직 직원에게 폭언·폭력을 가하고 사내 워크숍에서 칼과 활로 살아있는 닭을 죽이도록 강요하는 등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적인 행각을 폭로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보도 이후 양 회장은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올려 “모든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사회적 공분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양 회장의 악행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협업 취재로 처음 드러났다. 두 매체는 지난달 30일 국내 웹하드업계 1, 2위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인 양 회장이 지난 2015년 당시 위디스크 전직 직원을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튿날엔 양 회장이 사내 워크숍에서 직원들에게 일본도와 석궁으로 닭을 죽이게 하고, 빨간색·파란색 염색을 강요하거나 술자리에서 화장실을 못 가게 하는 등 ‘갑질’을 저지른 모습과 피해자 증언을 추가로 폭로했다. 지난 1일엔 양 회장이 차명으로 회사를 소유, 운영하면서 음란물 동영상을 유통시켜 큰 돈을 벌어왔다고 보도했다.


양 회장의 만행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여러 언론은 뉴스타파와 셜록의 보도를 인용하며 주요 뉴스로 다뤘다. 이번 보도양상을 살펴보면 그간 언론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인용보도시 출처 미표기 관행’은 다소 개선된 모양새다.


비영리단체인 뉴스타파는 다른 매체가 콘텐츠 사용을 신청하면 출처 표기를 전제로 자사 자료를 무료로 쓸 수 있게 하는데, 양 회장 폭로 영상의 사용 신청건수는 과거 보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고 한다. 박대용 뉴스타파 기자는 “(당장 정확한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예전보다 콘텐츠 사용 신청 횟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하루에 국내외 수십여 개 매체에서 문의가 오고 있다”며 “영상의 내용이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인용보도 세태가 달라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기업 오너의 갑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해당 보도는 텍스트 기사보다 영상이 주는 충격이 더 크다. 지난달 30일부터 양 회장 보도를 받아쓴 방송사(지상파 3사, 종합편성채널 4사, 보도전문채널 2사)들은 출처를 밝히고 영상을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같은 방송사라도 시간대별 뉴스, 시사평론 등 프로그램에 따라 출처 표기 방식이 달랐지만 대체로 연합뉴스TV와 TV조선은 양 회장 영상을 인용할 때마다 출처를 적극적으로 명시했다. JTBC는 앵커멘트에서 뉴스타파와 셜록이 공개한 영상임을 밝히고, 이를 인용하는 내내 출처를 표기했다. 리포트 중간에 뉴스타파 기자가 보도하는 모습을 넣기도 했다.


방송사 가운데 인용보도 출처 표기에 가장 소극적인 매체는 지상파 3사였다. KBS, MBC, SBS는 보도 중간엔 영상 출처를 밝히지 않고 마지막 부분에서만 2~3초간 명시하는 데 그쳤다. 이 중 앵커멘트에서 출처를 언급한 곳은 KBS뿐이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매체별로 독자·시청자 간 칸막이가 있을 때 유효했던 보도관행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타사 출처를 밝히고 인용보도하는 문화가 생기는 과정이지만 여전히 소극적인 곳이 많다. 이제 시대에 맞게 바뀔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명선 셜록 기자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어제 제게 전화한 한 지상파 기자는 “기사에 뉴스타파에다 셜록까지 넣으면 말이 너무 길어질 것 같다”고 했다”며 “‘셜록’은 CG로 1초 정도 등장하고 만다. 저희가 취재한 내용에 대한 권리는 그렇게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제게 전화한 모든 방송 기자들은 자막과 로고가 들어가지 않은 영상을 달라고 했다. 방송에서 제공받은 영상을 쓸 때 알 수 없는 규칙 같은 게 있기 때문”이라며 “‘그게 관행이다’, ‘메뉴얼이 그렇다’로 치부되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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