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여성 전담기자' 지정… 젠더이슈 전문 대응, 국내 언론 첫 시도

출입처는 여가부 단독 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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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이 ‘여성’ 전담 취재기자를 지정하고 젠더 이슈에 대한 본격 대응에 나섰다. 국내 주요 매체에서 젠더 현안에 전담 기자를 배치하며 조직 차원의 ‘롤’을 부여하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앞으로의 향배에 이목이 쏠린다.


한겨레는 최근 조직개편에 따른 후속 인사를 통해 ‘여성 전담 기자’를 발령 냈다. 해당 기자는 여성가족부를 단독 출입처로 하며 젠더 이슈 전반을 포괄한 콘텐츠 생산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겨레 관계자는 “젠더 이슈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해 왔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담 취재기자를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 이슈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있어 특정 취재 영역으로 제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편집국 안에 젠더팀을 신설하자는 목소리가 높았고, 편집국 간부들도 공감대가 있었다”고 배경도 덧붙였다.


최근 몇 년 새 젠더 이슈의 급부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에서 이 같은 시도는 드물었다. 기자 개개인 판단이나 현안 중심으로 이뤄진 보도 전반이 산발적이고 분절적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던 참이다. 전담 기자 배정은 특정 이슈에 대한 맥락 전달과 보도의 연속성 확보 소지가 커진다는 의미와 더불어 언론사 조직 차원의 지향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다만 한겨레만 해도 ‘전담 기자 지정’은 조직개편 준비 당시 논의된 ‘젠더팀’ 설립에선 후퇴한 결론이다. 전담 기자는 현재 사회정책팀에 배정돼 해당 역할을 수행 중이다. 앞으로 ‘전통적 뉴스 가치판단’에 익숙한 기성 뉴스룸과 ‘보도 내용’, ‘보도 분량’ 등을 두고 지난한 조율 과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조명되는 ‘세상 또 다른 절반’의 문제제기는 특정 분야가 아닌 기존 질서의 세상 전체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겨레가 해당 기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에서 앞으로의 노선 자체는 매우 명쾌히 드러난다.


한겨레 관계자는 콘텐츠 생산에 더한 해당 기자의 역할에 대해 “(논의 당시) 의견수렴 과정에서 젠더팀 신설 취지와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어떤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할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된 뒤 팀을 신설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해당 기자에게) 추후 신설 가능성이 높은 젠더팀이 다룰 주요 의제와 생산방식 등을 사전검토 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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