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스타 CNN 백악관 출입기자의 수난사

[글로벌 리포트 | 미국] 국기연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

국기연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

▲국기연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NN 등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매도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기자 중의 한 사람이 짐 아코스타(Jim Acosta) CNN 선임 백악관 출입기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공식 기자 회견 당시에 아코스타 기자에게 “나가라”(Out!)고 소리치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에 영국 런던에서 열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아코스타 기자가 질문하려 하자 “가짜 뉴스 CNN 기자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며 존 로버츠 폭스 뉴스 기자에게 질문 기회를 주었다.


아코스타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유엔 대사 등 트럼프 내각의 각료,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등과 공개 석상에서 설전을 벌여왔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도 아코스타 기자를 ‘공공의 적’으로 여긴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지난 15일 ‘트럼프 국가’(Trump Nation)에서 아코스타 기자가 홈경기 게임에서 상대 팀의 스타 플레이어처럼 악마이고, 타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철을 맞아 공화당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아코스타 기자가 현장 취재를 한다. 이때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아코스타 기자에게 몰려들어 ‘당신은 끔찍해’라고 소리치는 등 언어폭력을 행사한다. 일부 지지자는 그가 방송할 때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욕을 하거나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면서 ‘입 다물라’고 윽박지른다고 WP가 전했다. 지난 7월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집회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CNN Sucks’라는 구호를 집단으로 외쳐대기도 했다. 아코스타 기자는 이 장면을 촬영한 비디오를 트위터에 올린 뒤 “우리가 동료 미국인을 이렇게까지 대해서야 되겠냐”면서 “언론은 적이 아니다”고 적었다. 아코스타 기자는 CNN의 경쟁사인 폭스 뉴스의 타깃이다. 폭스 뉴스의 ‘숀 해너티’ 프로그램 진행자 숀 해너티는 ‘고삐 풀린 짐 아코스타’라는 자막을 내보내면서 “아코스타는 답변을 찾으려 하기보다 대통령에게 상처를 입힐 길을 찾고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띄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아코스타 기자는 트럼프의 열성 지지그룹인 저학력·저소득층이 자신을 적대시하는 게 당혹스럽다고 한다. 그 자신이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이기 때문이다. 현재 47세인 아코스타 기자는 올해 1월 선임 백악관 출입기자로 승진했다. 그는 쿠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A. J.는 미국으로 건너와 40년 동안 슈퍼마켓에서 점원으로 일했다. 그의 어머니 바버라는 바텐더와 식당 종업원으로 일했다. 아코스타는 워싱턴 DC 인근의 버지니아 주에서 소수 인종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 중의 하나인 애넌데일 고교를 졸업하고, 버지니아 주에 있는 제임스 메디슨 대학을 졸업했다.


아코스타 기자는 지난 22일 CNN의 ‘시티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론에 대한 공격을 삼가 달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중에 기자를 메다꽂은 몬태나주 출신의 그레그 지안포르트 하원의원을 ‘나 같은 친구’라고 칭찬하자 아코스타 기자 등이 들고 일어났다.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WHCA 회장인 올리비어 녹스 ‘시리우스 XM’ 기자는 시티즌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들은 내 아이가 울면서 아빠가 감옥에 가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아코스타 기자의 불만과 관계없이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 번 백악관 출입기자와 언론을 통제하는 새 전략을 선보였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백악관 브리핑이 생중계되는 것을 의식해 샌더스 대변인을 상대로 가시 돋친 질문 퍼붓기 경쟁을 하자 정례 브리핑을 사실상 폐지했다. 그 대신 자신이 직접 기자를 상대한다. 트럼프는 자신이 참석하는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짧은 시간 동안 풀 기자로부터 몇 가지 질문을 받는다. 또 공식 기자 회견 대신에 입맛에 맞는 특정 언론사와 기자를 골라 일대일 인터뷰를 한다. 트럼프는 이런 방식으로 자신이 언론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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