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방송 낙인찍기로 점철된 KBS 국감

[KBS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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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맞은 KBS에 대한 국정감사가 철지난 색깔론과 노영방송 낙인찍기 등 정쟁으로 점철됐다.

 

KBS‧EBS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19일 오후 국정감사에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양승동 KBS 사장과 함께 자리한 배석자들에게 “이 중에서 파업에 참여했던 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보라”고 했다. 또 증거를 남기겠다며 사진을 찍겠다고 했다. 이날 국감은 KBS 등 피감기관을 상대로 한 만큼 사장은 물론 부사장, 본부장 등 핵심보직자 10여명이 배석하고 있었다.

 

박 의원은 “지난 번 (양승동 사장) 인사청문회 때 후보자가 사장이 되면 보복인사를 할지 말지 많은 의원들의 질의가 있었다. 노조가입 여부나 파업참여 여부와 관계 없이 인사를 두고 내부 갈등이 극심하고, 한직으로 몰린 기자들은 공포스러워 한다. 당시 화합인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형평인사를 했는지 보복인사를 했는지 인사청문회 내용이 얼마나 이행됐는지 질의시간을 이용해 확인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의 오후 국정감사에서 양승동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의 오후 국정감사에서 양승동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해당 발언 후 곧장 다른 의원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해야 하는데 헌법에 위반되는 방식의 감사행위는 거부할 수 있다. 감사의 증인들이 거부할 수 있고 거부의 자유가 있다. 노조에 가입했냐 안 했냐가 수사 목적으로 이뤄질 땐 다른 의미가 있지만 감사에서 (개인들의)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방법을 택하는 거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반발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도 “사진을 찍고 증거를 남기겠다고 하는 게 공개적인 정치사상적인 검증 의사 외에 뭐가 있겠나. 이건 법적 권한을 넘어 개인의사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행위라 본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런 만큼 사과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에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관련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박성중 의원은 자신의 질의차례에 “노조 가입이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그렇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인가”라며 “민주노총 산하 노조 조합원이 아닌 사람 손들어보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어 배석자들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언노련의 4사 점령”이라고 덧붙였다.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의 국정감사에서 양승동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의 국정감사에서 양승동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천안함 사태를 다룬 KBS의 시사프로그램 역시 이날 여러 번 거론됐다. KBS ‘추적 60분’ 프로그램을 타 방송사에서 다룬 뉴스 천안함 장병 인터뷰와 나란히 보여주며 ‘왜 천안함 생존자의 목소리를 담지 않았냐’고 지적하는 식이었다. 다시 말해 KBS의 현재 보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양승동 사장은 “제가 취임하기 전에 나갔던 프로그램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문제가 없는 걸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KBS 공정방송위원회 송명훈 간사(기자)는 “애초 프로그램이 천안함 침몰 의혹에 대한 과학적 의혹을 제기하는 거였다. 천안함 생존자 인터뷰를 포함했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불공정한 보도라고 생각지 않는다. 과학적 분석에 대한 거라 장병들 얘기가 반론권에 해당하는 부분도 아니다. 천안함 장병 얘기는 기회가 온다면 그때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국감은 시작부터 드루킹 건과 관련한 여야의 대치로 시작됐다. 국감 증인채택 건 합의가 무산되며 오전 10시 개회 후 의사진행 발언만 한 시간 가량을 주고 받았다. 오후 국감에서도 피감기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질타보다는 지난 3월 양승동 KBS사장 인사청문회에서 거론했던 자질 문제를 다시금 제기했다. 자유한국당은 양 사장이 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며 자진사퇴를 주장한 바 있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노래방에 간 건가 안 간 건가. 그날 음주가무를 했나. 간 건 맞는데 노래를 안 했다는 거냐 뭐냐”라고 양 사장을 몰아세웠다. 이에 양 사장은 “제가 노래를 부른 걸 기억이 없고 노래를 부른 모습을 봤다는 사람이 없다”며 "제 법인카드로 결제됐다는 사실은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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