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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부국장 하다 동반 사표, 오토바이로 3700km 전국 일주… 형제는 용감했다

퇴사 후 인생 2막… 나인문·나재필 전 충청투데이 기자

강아영 기자2018.10.17 17:09:17


나인문·나재필 형제는 돌연 사표를 던졌다. 충청투데이에서 함께 기자생활을 하며 각각 편집국장, 편집부국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사반세기 넘는 세월을 한길만 걷고 한쪽만 보아온 인생이 너무나 바보 같아” 올해 초 사표를 냈다. 나인문 전 기자는 “더 이상 돈 버는 도구로 전락한 기자의 명패를 유지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고”, 나재필 전 기자는 “세상에서 도망치지 않기 위해 도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30년 가까운 기자 생활이 어느 날, 끝났다.  


여행은 엉겁결에 결정됐다. 퇴사 후 선술집에서 선문답을 하던 형제는 다짜고짜 떠나기로 했다. 틈만 나면 곳곳을 여행해 이미 30개국을 다녀왔지만 좀 더 색다른 여행을 하고 싶었다. 나인문 기자는 “기자로 살아온 습관 때문에 그저 그런 여행이 아니라 여행의 목적, 방향성이 필요했다”며 “한가로운 유람이 아니라 유랑이어야 한다는 것, 채우기 위한 여행보다 비우기 위한 여행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선택이 전국일주였다”고 말했다.


오십 줄을 훌쩍 넘긴 형제에게 자전거 일주, 도보여행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형제에겐 적당한 속도가 필요했다. 나재필 기자는 “전국을 종으로, 횡으로 누비려면 적당한 기동성이 요구됐다”며 “자동차보다는 느려도 자전거보다는 빠른 스피드가 절실한 시점에서, 오토바이는 최적의 탈것”이었다고 말했다. 할리 데이비슨, 모토크로스&엔듀로, 모타드, 트라이얼 등에서 헤맨 형제는 스쿠터급 혼다 SCR110 알파와 스즈키 익사이트에 정착했다.


여행은 지난 4월 말에서 5월 중순까지 약 한 달 간 이어졌다. 세종시를 출발해 충청, 전라, 경상, 강원을 거쳐 서울, 인천, 경기도를 경유했다. 하루 평균 126km, 거의 1만 리에 달하는 3794km를 달렸다. 나재필 기자는 “전국을 되도록 세세하게 돌아보고 싶어 자연마을을 여정의 중심으로 삼았다”며 “특히 곳곳에 숨어있는 독특한 지명들을 찾아다녔다. 울주군 온양읍 발리, 김해시 진영읍 우동리, 경주시 내남면 조지리 등 이색 지명을 많이 찾았다”고 했다.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 중의 하나는 후각이었다. 자동차 매연은 둘째 치고 온갖 냄새를 직접 맡는 것은 괴로움 이상이었다. 게다가 도로에 오토바이의 영역은 없었다. 나인문 기자는 “자동차가 먼저 차지하고 사람과 자전거가 배치된다”며 “대한민국에서 오토바이는 욕먹을 각오가 없으면 못 탄다. 특히 고갯길이나 암흑의 터널을 지날 때엔 목숨을 담보로 곡예운전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찾은 마을은 아름답고 정겨웠다. 주민들의 삶이 녹아내린 마을에서 형제는 그들을 목도했고, 또 다른 마을로 잇는 길을, 연둣빛 산야와 하늘이 맞닿은 풍경을 눈으로 담았다. 또 여행을 하면서 형제는 밥과 집의 고마움도 알았다. 필요한 것들이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따스한 등불 아래서 소곤거리며 저녁 식사를 하는 것에 행복을 느꼈다.


여행이 끝난 후 형제는 책을 쓰자는 데 합의했다. 애초 출간을 염두에 두고 떠난 여행은 아니지만 작은 경험이라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형제는 챕터를 정하고 얼개를 짠 뒤 수많은 퇴고를 거쳐 최근 ‘기자형제 신문 밖으로 떠나다’를 펴냈다. 방방곡곡을 누빈 형제가 지명을 제시어로 삼아 자신의 인생담을 풀어낸 책이다.


형제는 인생 2막도 준비하고 있다. 돈과 기사를 함부로 거래하는 풍토를 바꾸기 위해 인터넷신문 창간을 준비 중이다. 나재필 기자는 “세종시청 대변인실에 제호 등록을 신청했고 사업자등록, 도메인 확보, 사무실을 마련했다”며 “같이 일했던 일간신문 기자들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때때로 독특한 여행도 즐길 생각이다. 나인문 기자는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여행을 위해 1종 대형면허를 취득했다”며 “종종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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