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수익만 쫓진 않을 것… 기자 전문성 향상에 더 투자"

창간 18년 3개월, 지령 5000호 발행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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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은 지난 4일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령 5000호 발행은 ‘퍼스트 클래스 경제신문’의 기치를 걸고 출발한 파이낸셜뉴스가 독자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라며 “변화의 물결에 떠밀려 가기보다 파도를 타듯이 넘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제공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은 지난 4일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령 5000호 발행은 ‘퍼스트 클래스 경제신문’의 기치를 걸고 출발한 파이낸셜뉴스가 독자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라며 “변화의 물결에 떠밀려 가기보다 파도를 타듯이 넘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가 지난달 28일 5000호 신문을 냈다. 2000년 6월23일 창간 이후 18년 3개월이 걸렸다. 오래된 신문이 수두룩한 언론 현실에서 5000호 발행이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도 있지만 파이낸셜뉴스 구성원들에겐 각별하다. 창간 당시 ‘왜 또 신문’이냐는 시각이 있었다. 신생 경제신문의 어려움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퍼스트 클래스 경제신문’을 지향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령 5000호 발행을 계기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디려 한다. 지난 4일 김주현 사장을 인터뷰했다.

-지령 5000호 발행 의미는.
“독자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어려운 언론 현실에서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한 것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5000호 발행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한다.”

-경제지는 손으로 꼽아도 두 자릿수가 넘는다. 이런 환경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매출이나 부수가 신문사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순 없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가 부수나 매출로 세계 1위는 아니지 않나. 기사의 퀄리티가 있고, 오피니언 독자가 많이 찾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FT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경제기사로 승부를 내야 한다. 눈으로 읽는 기사, 감각을 자극하는 기사로는 안 된다. ‘머리로 읽는 기사’, ‘지각에 도움이 되는 기사’, 기사를 쓴 기자를 기억하는 신문이 돼야 한다. 그런 쪽으로 변화가 진행 중이다.”

-베를리너판 전환도 그런 변화의 일환인가.
“(우리 신문을 대쇄했던) 국민일보가 인쇄 공장을 폐쇄할 방침이라 준비하고 있다. 12월 초 전환 예정인데 차제에 온라인 확대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베를리너판으로 가면 지면에 실리는 기사가 줄어든다. 그만큼 온라인에 퀄리티 높은 기사를 많이 실을 수 있다. 온라인 공간에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한편으로 지면 기사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국민일보가 ‘공장 폐쇄로 눈물 흘리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고 했는데 우리도 동감한다. 판형 변화로 구성원들이 피해를 입진 않을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일찍부터 디지털 퍼스트 정책을 추진했다. 디지털 뉴스 제작시스템 ‘나이스 에프엔(NICE-fn)’이나 로봇기자 ‘IamFNBOT’도 도입했다. 이런 인프라를 갖췄지만 차별화된 디지털 콘텐츠는 눈에 띄지 않고, 가끔 온라인판에 낯 뜨거운 기사가 톱으로 걸리기도 한다.
“일찍 시작했지만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다 이유가 있더라. 매일 매일 판 짜고 마감 시간에 맞춰 기사를 내고 하다 보니 온라인에 대한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 광고 단가도 온라인에 비해 오프라인이 훨씬 높다. 콘텐츠 수요와 광고 단가의 괴리 현상이다. 우리도 디지털 퍼스트를 외쳤지만 시장의 괴리를 어쩔 수 없이 따라왔다. 하지만 시장을 이기는 힘은 없다고 본다. 3년, 5년, 10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독자가 많이 보는 쪽으로 광고가 따라붙고 광고 단가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기사로 승부하고, 분석·정책 기사를 강조하는 이유다. 취임 이후 낯 뜨겁고, 낯간지러운 기사는 다 빼라고 했다. 적어도 클릭수를 노리는 콘텐츠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다. 자극적인 기사나 사진, 영상으로 클릭수를 높이는 건 쓸데없는 일이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과 맞지 않다. 지금도 오락가락하지만 변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디지털 관련 간부 워크숍을 했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와 액션 플랜을 만들고 있다.”

-지난 3년간(2015~2017) 평균 매출액 290억원, 영업이익 30억원 정도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신문산업이 갈수록 위축되는 현실에서 경영 상황이 정체되거나 뒷걸음질 치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체력이 뒷받침 안 되면 눈앞에 보이는 것만 쫓게 된다. 기사보다 돈 되는 걸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을 좇아 수익을 목적으로 신문을 이용하거나 사업을 벌일 생각은 과거에도 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할 생각은 없다. 블록체인 매체 ‘블록포스트’를 창간하고 ‘FN재팬’을 만든 것도 뉴스를 다양화하고 전문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지난 5월 영한대역 크리스천 교양잡지 ‘가이드포스트’를 인수했다. 교도소와 경찰, 군대, 병원, 중·고등학교 위주로 배포된다. 돈 벌겠다고 했으면 인수할 필요가 없었다.”

-광고·협찬 등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보니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대기업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런 경향은 경제지에서 심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목소리를 잘 내고 있다. 자본주의 자유시장 경제의 확산,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하여 열심히 언론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업의 잘잘못, 산업정책의 잘잘못을 짚어주는 거지, 꼭 남의 뒤를 털어야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적어도 정치적 편향이나 이념적 색채를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년 12월에 KT자회사 ‘이노에듀’를 인수했다. 파이낸셜뉴스는 ‘fn투어’ ‘fn스타’ ‘fn아이포커스’ ‘fnMICE’ 등 계열사도 많다. 이노에듀를 왜 인수했는지, 계열사 확대 강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신문은 수익 기반을 광고에 의존해선 안 된다. 계열사를 잘 키우면 시너지 효과가 있고 신문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 ‘fn이노에듀’는 온라인교육업체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다. 한때 25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큰 회사다. 신문사가 플랫폼에 뉴스를 실어 나르는 기업이라는 면에서 플랫폼 사업자로써의 시너지를 본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마존, 텐센트, 알리바바 등에서 보듯 미래는 플랫폼의 경쟁력이 좌우하리라 본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발을 들이고 미래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포석이다.”

-2012년에 ‘부산파이낸셜뉴스’를 창간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확보했는지 궁금하다. 아울러 다른 지역에도 지역지 창간 계획이 있나.
“영업비밀인데(웃음). 부울경 지역은 경제규모에 비해 이 지역을 대표할 제대로 된 경제지가 없었다. 그쪽 경제인들이 보면 홀대 당한다고 할까. 지금은 지방화시대이다. 지역의 경제정책, 경제활동을 보도하고 지역 상공인의 의견을 대변할 필요성이 한층 높아졌다. 부산파이낸셜뉴스는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여건이 주어진다면 ‘호남·중부권’을 대표하는 지역지에 대한 계획도 있다.”

-작년 2월 2년차 파이낸셜뉴스 기자 2명이 마도로스를 꿈꾸며 퇴사했다.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추락하고 있는 언론환경의 단면일 수 있다. 기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의 지원과 투자는.
“기자 개개인의 경쟁력이 회사 경쟁력을 좌우한다. 회사 위해 충성하라는 것은 옛날 얘기다. 개개인이 경쟁력 있는 전문기자가 되면 회사가 그 덕을 보는 거다. 조직은 기자를 뒷받침하고 기자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줘야 한다. 기자의 자기계발을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 기자 재교육을 위해 ‘fn스터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10주 가까이 진행되는데, 1~3년차가 대상이고 원하면 차장급도 받을 수 있다. 국내외 연수도 기회가 주어지면 지원하고 있다. 5년마다 전 직원을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을 보내고 있다. 임금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출신지와 출신학교를 배제한 공개채용을 하고 있다. 이런 채용을 도입한 배경은.
“2013년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입사지망생과 간부들이 2박3일 합숙하며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학연, 지연 등 인맥이 틈을 탈 공간이 없다. 백그라운드가 다양하고 능력 있는 인재가 모이게 되는 것 같다. 지금 전체 구성원은 200명, 기자는 130~140명이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공채 계획을 갖고 있다. 온라인 경험자 등 뉴미디어 인력을 두 자릿수 정도 뽑을 생각이다.”

-언론인 출신이 아닌데, 파이낸셜뉴스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전재호 회장께서 사장직을 제안하면서 당부한 게 있다면.
“파이낸셜뉴스는 경제신문이고 나는 경제연구원에서 일한 것 밖에 달리 인연이 없다.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을 마치고 잠깐 국민대에 가 있었는데 제안이 왔다. 처음엔 거절했다. 전재호 회장께서 신문만 잘 만들어달라고 했다. 신문 전문가는 아니지만 20년 이상 경제연구원에서 한국경제를 분석하고 연구해온 경험을 경제전문지에 접목해 신문의 퀄리티를 높이고 퍼스트클래스 콘텐츠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2년 후면 창간 20주년이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종이신문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많다. 정보전달 수단이 SNS로 빠르게 바뀌고, 인쇄·편집 기술의 혁신, 독자들의 수요도 달라지고 있다. 이 모든 변화에 대응하며 가야하지만 사실 쉽진 않다. 경쟁자도 많다. 변화의 물결에 떠밀려 가기보다 파도를 타듯이 넘어가려고 한다. 앞으로 1년 8개월이 남았다. 사장 직속으로 ‘미래발전위원회’를 설치했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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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은


김주현 사장은 23년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일했고, 그 중 11년을 원장으로 재직했다. 지난해 4월 파이낸셜뉴스 사장에 취임한 그는 처음엔 월스트리트저널이나 파이낸셜타임즈와 같은 경제신문을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지켜보니 매일 면 만들기에 매몰된 뉴스룸, 포털이 점령한 언론 환경을 절감했다.


그는 “신문이 신문으로서 역할을 하기보다 클릭수나 인센티브에 매달려 끌려다니는 모습이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언론사는 회사 브랜드보다 개인의 브랜드가 빛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래서 기자는 자신의 전문능력을 키우는 데 더 노력하고, 회사는 기자의 능력을 키우고 또 발휘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포스코 사외이사로 일하던 그는 올해 3월부터 포스코 이사회 의장도 맡았다. 포스코 회장 선출 과정에서 나타난 악의적인 허위보도를 목격하며 언론사 사장으로서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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