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경 전 통계청장 교체 논란… 단독 인터뷰

[제336회 이달의 기자상]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 경제보도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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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경질됐습니다. “조직 활력을 위한 인사”, “통상적인 인사”라는 청와대 설명이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통계 신뢰성 문제 때문에 교체됐다는 다른 언론사 보도를 봐도 경질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통계청 안팎에선 갑작스런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황 전 청장을 만나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황 전 청장은 ‘눈물의 퇴임식’을 끝낸 뒤 만나 짧게 몇 마디를 했습니다. 메시지는 강렬했습니다. 현장 취재진은 이데일리뿐이었습니다. 그는 ‘가계동향조사 소득 통계 신뢰도 문제 때문에 경질된 것인지’ 묻는 질문에 “저는 (사유를) 모른다. 그건 (청와대) 인사권자의 생각이겠죠. 어쨌든 제가 그렇게 (청와대 등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가 밝혔던 해명과는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황 전 청장은 이임사에서 “지난 1년 2개월 동안 큰 과오 없이 청장직을 수행했다”며 부실 통계 책임론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이어 “통계청장으로 수행하는 동안 통계청의 독립성, 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왔다”며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그동안의 고충도 내비쳤습니다. 통계 신뢰성 때문에 경질됐다는 언론사 보도와 상반된 입장이었습니다. 죽비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현장을 자주 찾아가라”, “자신의 마이크가 되기보다는 억울한 누군가의 스피커가 돼야 한다”는 수습기자 시절 때 들었던 선배들 얘기가 문득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기자 10년 차를 넘어가면서 엉덩이가 무거워지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기 때문입니다. 황 전 청장과의 단독 인터뷰는 ‘현장의 힘’을 다시 느끼게 해준 계기였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한 사람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질문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황 전 청장은 이임식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임식이 끝난 뒤 만난 황 전 청장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있었습니다. ‘기사 욕심’ 때문에 현장 인터뷰를 계속할 순 없었습니다. 지금도 황 전 청장이 눈물을 흘린 이유를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그의 퇴임식은 잊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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