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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도 중요하지만, 좋은 뉴스에 대한 지지가 언론 발전의 밑거름”

[기자들의 삶 / 세계 언론인과의 대화] ⑤·끝 / 해외취재 방담

김고은·최승영·김달아 기자2018.09.19 14:08:20

지난 8월 시작한 ‘세계 언론인과의 대화’ 연재가 마무리됐다. 핀란드, 독일,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 기자들은 어떤 사명과 고민을 갖고 어떤 근무조건과 환경에서 일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메시지는 명료하다. 이솝우화에 나왔던 한 마디.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


언론 사정이 좋지 않은 건 어디나 매한가지였다. 언론 불신과 산업 하락 등은 세계 기자들에게도 고민거리였다. 다만 각자가 놓인 배경에 따라 그 양상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랐다.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은 다른 누구가 아닌 바로 우리의 현실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그 한계에 대한 핑계나 남탓이 아니라 “여기서 뛰어”야 하는 때다.


연재에 못 담은 이야기를 방담 형식으로 풀어놓는다. 김고은·최승영·김달아 기자협회보 기자가 지난 14일 한국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자리를 마련했다.


다른 나라 기자들도 언론 상황의 어려움을 체감하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각자의 현실에서 기자의 본분을 다 하려는 태도도 다르지 않았다. 사진은 각각 독일 베를린에 있는 풍케 미디어그룹 중앙편집부 사무실(제일 왼쪽부터 차례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 자리한 민영네트워크방송사 NBC7 뉴스룸에서 기자들이 보도를 준비하는 모습, 핀란드 공영방송 yle의 베싸 마르띠넨 기자가 지역댐 방류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성노예 사안과 관련해 일본 도쿄 아사히신문사 인근에서 보도에 항의하는 피켓팅이 벌어진 풍경.

▲다른 나라 기자들도 언론 상황의 어려움을 체감하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각자의 현실에서 기자의 본분을 다 하려는 태도도 다르지 않았다. 사진은 각각 독일 베를린에 있는 풍케 미디어그룹 중앙편집부 사무실(제일 왼쪽부터 차례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 자리한 민영네트워크방송사 NBC7 뉴스룸에서 기자들이 보도를 준비하는 모습, 핀란드 공영방송 yle의 베싸 마르띠넨 기자가 지역댐 방류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성노예 사안과 관련해 일본 도쿄 아사히신문사 인근에서 보도에 항의하는 피켓팅이 벌어진 풍경.


-방문한 나라 기자들은 우리보다 나은 근로조건에서 일하던가?
김고은 기자(이하 김)=핀란드의 경우 일과 개인 시간 구분이 명확한 편인 것 같았다. 근무시간이 짧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오전9시 출근해서 오후5시 퇴근하는 삶. 회식이란 건 들어본 적도 없고, 말 그대로 저녁이 있는 삶, 본인의 취미생활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삶이었다. 상당수 기자가 그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1년 중 5주 간 휴가도 짧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랑 기본적으로 환경이 다르구나 싶었다. 한국에선 주68시간 많이 하고 심하겐 80시간도 한다고 했더니 ‘믿을 수 없다. 오마이갓’ 이런 반응이었다. 독일은 유럽에서 제일 많이 일한다고 하는데도 우리보다는 좋다. 한 50시간 정도만 돼도 많이 일하는 편이라고 해서 우리가 정말 많이 일 하는구나 했다. 독일 기자는 ‘오래 근무한다고 좋은 기사 나오는 게 아니지 않느냐’, ‘근무시간을 줄이고 생각할 시간을 많게 해야 더 좋은 기사가 나오지 않겠나’하던 데 많이 공감했다.


김달아 기자(이하 달)=일본은 그렇게 인력이 많은데도 다들 근무시간이 상당하다.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민거리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고용안정성이 굉장히 높다는 특색이 있다. 정년까지 꽉 채우고 더 있길 원하면 임금을 낮춰 몇 년 더 계약을 연장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계열사가 많으니 그쪽 행정직군으로 가는 식이다. 일본 언론도 위기를 체감하고 있지만 워낙 신문 강국이다 보니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최승영 기자(이하 최)=미국은 사용자가 언제든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임의계약(EAW)’이 고용계약관계 기본이다. 일본보다는 노동시간이 짧지만 고용안정성이 낮고 여러모로 근로조건 면에서 선진 사례론 잘 거론이 못된다. 유일한 방편인 노조를 사회 전반에서 반기는 분위기도 아닌 듯 보였다. 굉장히 팍팍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기자들은 큰 문제의식이 없어보였다. 그게 일상인 환경이니까. 한 사회의 기본 스탠다드로 깔려 있는 환경이 그래서 중요하구나 싶었다.

-방문한 나라들에선 ‘지역성’이 꽤 중요한 부분이었던 거 같은데?
달=가장 부러운 점이었다. 한국 지역지 상황을 설명하니까 주니치신문 기자가 ‘지역사람들은 (서울보다) 지역뉴스를 더 궁금해 하지 않나’라고 묻더라. 기자들 자신감이 대단했다. ‘우리는 지역민의 지지를 받고 이 지역에선 우리신문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나카무라 주니치신문 기자가 서울특파원으로 일할 당시 한국 지방에 취재 갈 때마다 ‘우린 이게 좋고’가 아니라 ‘우린 이게 안 좋고’라는 얘길 많이 들었다고 하더라. 지역신문이 살아남으려면 지역민이나 지역기자부터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하는데 모두 서울만 바라보더라는 말을 하면서.


김=독일은 연방국가라 우리처럼 지역지와 중앙지가 딱 구분되는 개념은 아니다. 때문에 이른바 중앙지의 권위가 특별히 더 높다고도 할 수 없다. 독일 사람들은 도시(지역)별 대표신문을 구독하고 중앙지는 온라인 구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핀란드는 간행물 자체가 많다. 시민들의 정치참여도가 높아 정당 기관지가 신문으로 발전한 매체도 많다고 하더라. 중앙 언론 영향력이 크지만 지역지가 여전히 살아 있고 권위도 있다.


최=미국에선 해당 미디어 시장 규모를 나라 전체가 아니라 아예 주 단위로 보더라. 나라 태생부터 그랬지만 서쪽부터 동쪽까지 비행기로 3~4시간이고 한 나라인데도 도시별 시차가 있는 나라니 다른 주면 아예 남의 얘기로 인식하는 게 이해가 됐다. 그게 지역성에 대한 수요의 근원 아닌가 싶었다. 지역성이 담보되기 위해선 물리적인 거리가 필연적으로 담보돼야만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김=핀란드만 해도 북쪽부터 수도인 헬싱키까지 차로 10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 지역 정체성이 살아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도 홋카이도나 오키나와는 큰 마음 먹고 가는 그런 곳으로 인식되지 않나. 경제적인 이유도 큰 거 같다. 독일만 해도 베를린이 수도인데 제일 가난한 도시라고 하더라. 대신 자동차 공장이 있거나 산업이 발달한 다른 도시들이 돈을 많이 벌고 이러니까 수도가 부러울 이유가 없는 거다.


달=우리 사회가 너무 중앙집권적이다. 주니치신문 본사가 있는 일본 나고야의 나고야대학은 도쿄대에 이어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하더라. 한국에선 지방대에 대한 인식이 어떤가. 지역지도 마찬가지다. 지역 언론사의 처우가 안 좋으니 기자들의 자신감은 떨어지고 공공기관 등으로 이직도 당연하게 여겨진다. 좋은 지역신문을 위해선 좋은 기자가 제일 중요한데 이탈하는 거다. 모든 점에서 지역신문이 자생할 수 없는 구조다.


최=여러 이유로 지역성 자체가 점점 묽어지는 건 맞는 것 같다. 다만 최근 들어 지진이나 태풍 등 재난 상황에서조차 지역이 잘 조명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데 이건 심각한 문제라 본다.


해외취재를 다녀온 기자협회보 최승영(왼쪽부터)·김고은·김달아 기자는 지난 13일 프레스센터 13층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방담을 진행했다.

▲해외취재를 다녀온 기자협회보 최승영(왼쪽부터)·김고은·김달아 기자는 지난 13일 프레스센터 13층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방담을 진행했다.


-우리와 비교해 언론불신 상황은 어떤가?
최=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국민 여론도 양분됐다고 하더라.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체제처럼 언론에 대한 국민들 인식도 나뉘었다는 거다. 오바마 대통령 때도 정보의 투명성이나 공개는 별로 안 좋았는데 지금은 우버(UBER)를 이용할 때 기자라고 하면 ‘거짓말만 하는 사람들’이란 말이 나온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새 달라진 건데 정치인의 레토릭으로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게 우리와 달라 보인다. 정치인이 감히 그렇게 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국민 정서가 이렇게 됐는지, 특수성이자 의문이라 본다. 미국 기자에게 ‘기레기’라는 단어를 설명했더니 ‘거기까지 (신뢰가) 떨어질 수 있냐’고 하더라.


달=일본은 언론과 기자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마이니치신문 기자가 일본에선 ‘언론’이 ‘논(論)’한다는 의미가 빠진 매스컴의 개념으로 쓰인다고 하더라. 사실보도가 중요하다는 거다. 정론지라는 개념이 일반적인 우리와 큰 차이로 보였다. 반면 일본 언론자유지수는 70위로 한국보다 낮다. 일본 언론계 폐쇄성과 관련 있다고 본다. 기자단 권한이 막강하고 언론보도를 통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알 수 없는 정보가 많다. 일본 기자들은 여전히 정보독점권한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언론 불신엔 국내 포털이 한 몫한다고 본다. 일본처럼 언론사 사이트에서 뉴스 소비가 되면 해당 매체 기자를 욕할 텐데 포털을 통하면 어느 매체 기자가 아닌 그냥 ‘기자’로, 도매금으로 넘어간다. 포털이 ‘기레기’를 더 부추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김=핀란드는 기자 사회 뿐 아니라 정부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나라다. 정보공개도 잘 되고 언론 불신 정서도 강하지 않다고 하더라. 난민 문제로 독일에서 ‘거짓말쟁이 언론’이란 구호가 반정부 시위에서 등장했는데 그런 핀란드에서도 최근 이런 정서가 생겨났다고 한다. 일반인조차 언론들이 이 사안을 인도주의적으로만 보고 국민들이 어떤 불안을 갖고 있는지 들어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는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같은 경우 규모가 작은 매체들도 그렇지만 사실 기성언론들이 큰 잘못들을 정말 많이 해서 할 말이 없긴 하다.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는 평생 따라붙을 꼬리표일 거고 ‘기레기’로 불린 결정적인 계기였을 거다. 다만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하는 게 독자에게 뭐가 좋나’ 싶다. 잠깐 욕할 땐 사이다일 수 있지만 독자 자신에게 돌아올 결과는 결코 좋을 게 없다고 본다.

-끝으로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핀란드와 독일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기자로서의 만족도를 물었을 때 다들 주저함 없이 ‘난 이 일 너무 좋다.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우리 기자들에게 물으면 얼마나 그리 대답할까 싶었다. 부러우면서도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데 두려움 없이 임할 수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회보장제도와 더불어 시민사회의 높은 의식 수준이 좋은 언론을 만드는 원동력이라 생각했다. 비판도 필요하지만 좋은 뉴스에 대한 충분한 지지가 좋은 언론과 기자를 만드는 게 아닐까. 더불어 주 52시간 근무가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기자들이 일하는 환경 전반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최=저는 근로조건과 관련해서 너무 자잘하고 소모적이라 생각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싸워야한다고 본다. 나라별로는 물론 기자별로 근로조건에 대한 스탠다드가 다 다르다. 우리가 자잘하다고 하는 데가 업계 현실을 보여주는 지점이고 거기부터 얘기해야 언론계 전반에 변화가 가능하지 않나 싶다. 샌디에고에 있는 NBC7 뉴스룸에서 경찰·소방 무전이 들리던 게 기억나는 순간이다. 대기를 하다가 무전을 듣고 취재기자가 출동하거나 헬기가 뜨거나 하는 식이다. 우리나라에선 불법인 걸로 아는데 가끔 국제뉴스에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를 담은 영상이 이래서 가능하구나 싶었다. LA타임스 기자가 대학 시절 펠로십으로 온 국내 일간지 기자를 만났던 경험을 말해준 것도 기억난다. 저녁 자리에서 그 기자가 ‘난 12시 전엔 퇴근 안한다’ 얘길 했는데 ‘충격 받았다고 난 그렇게 못한다’면서 ‘다 그러냐’고 묻더라.


달=‘야마’, ‘우라까이’ 같은 말이 일본 언론계에서도 당연히 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솔직히 충격이었다. 취재에 엄청난 인력이나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일본 언론 여건은 부러웠다. 아사히신문이나 요미우리신문 기자가 2000명 정도고 NHK는 해외 특파원만 200명에 달한다고 들었다. 유군 기자 문화(따로 적을 주지 않고 모든 이슈를 커버하는 기자)도 기억에 남는다. 현재 일본이 신문강국인 이유 중 하나는 보수성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이념이 아니라 변화를 싫어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걸 잘 받아들이지 않는 국민성, 사회문화적인 분위기가 종이신문이 굳건한 한 이유인 것 같다. 그런 일본 신문들도 최근 디지털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년 뒤 일본 언론산업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김고은·최승영·김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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