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드루킹 방지법'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포털을 가짜뉴스 판단 주체로 상정
1인 미디어 등 제한될 수 있어
"사기업에 자의적 판단 맡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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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110인 공동명의로 당론 발의한 포털규제 관련 법안 패키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론조작 방지 및 포털 정상화법(드루킹 방지법)’으로 명명된 법안이 여론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강남을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소속 의원 거의 모두가 이름을 올린 정보통신망법, 신문법 등 4개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온라인에서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고 여론형성을 왜곡시키며 민주주의를 유린한 헌정질서 파괴 행위들을 근절하기 위해 제도적인 보완을 하고자 발의한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법안이 국내 최대 공론장인 포털 등에서의 여론형성을 옥죄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국당이 내놓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가짜뉴스를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고의로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을 언론보도(언론중재법에 따른 언론의 보도)로 오인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로 정의했다. 법적으로 언론사가 아닌 ‘일반 시민’이나 ‘1인 미디어’의 보도나 의견표명이 ‘가짜뉴스’로 판단돼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포털이 가짜뉴스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로 상정됐다. 판단 주체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포털에 가짜뉴스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했다. 이용자로부터 삭제 요청 등을 위한 절차 마련 및 제공, 가짜뉴스 유통방지 책임자 지정 등을 법제화하고 위반 시 영업정지나 폐업까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포털로선 비판이나 의혹제기 등 민감한 내용은 우선 삭제하는 게 최선이다. 가짜 여부 판단엔 시간이 걸리지만 폐업 등 처벌조치는 항상 포털을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기업인 포털에 이런 자의적인 판단을 맡기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정치적 이익’이나 ‘고의성’ 같은 단어, 어디까지 언론으로 볼지 등 추상적인 개념이 너무 많다”면서 “신고가 돼서 사업자가 (가짜뉴스를) 판단해 조치를 취하는 것도 문제소지가 있는데 이렇게 일반 감시를 전제한 법안은 유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향력이 커진 포털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과 법적 책임은 구분해야 하는데 정치권의 규제만능주의”라고 덧붙였다.


신문법 개정안엔 이미 논란이 된 바 있는 포털 아웃링크 의무화 조항이 담겼다. 한국신문협회는 아웃링크 법제화를 지속 주장해왔지만 네이버가 아웃링크로 갈지 여부를 물었던 당시 언론사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네이버는 아웃링크 시 전재료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신문·인터넷신문·포털이 독자의 기사구독을 방해하는 광고배치를 금지하는 조항, 포털의 실시간 기사 순위 금지 등도 포함됐는데 언론사로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인터넷신문 한 기자는 “기사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위치한 광고 배치엔 분명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그건 언론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며 “매출 때문에 불가피했던 점도 있는데 광고방법까지 일원화한 규제는 시장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고 말했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뉴스 관련 거의 모든 추천 서비스가 조회수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런 협력적 필터링 시스템도 규제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한국당은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등 개정안도 냈는데 포털을 특수 부가통신역무로 규정해 경쟁상황평가 대상에 포함시키고,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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