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안이형 보고 싶습니다, 기억할게요"

故 이용안 MBC 부장 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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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 MBC 보도국 뉴스콘텐츠 취재1팀 부장이 지난 11일 별세했다. 향년 55세. 고인의 후배인 박종일 MBC 카메라기자의 추도사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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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10월26일 출생한 이용안 선배는 1991년 MBC 정기공채 카메라기자로 입사했습니다. 사회부 경찰팀과 영상기자 캡을 거쳐 2010년 보도국 영상취재2부장을, 2012년에는 뉴스R&D 부장과 NPS 팀장 등을 역임하셨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출입처와 사건사고 현장에서 MBC를 대표하는 영상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셨습니다.


1996년 KAL기가 괌에 추락한 사건이 있었을 때 용안이형은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된 후배들이 못 미더워서인지 제일 힘들었던 밀림 사고현장을 담아보겠다고 자원해서 그 아이템을 맡았었죠. 저 같은 후배는 저 일은 힘들텐데? 저게 가능한가? 내가 맡게 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 용안이형은 바로 그 험한 현장을 ENG라는 무기 하나만을 들고 뛰어들었던 선배입니다.


2002년 이야기입니다. 저는 인천지국에 파견을 가 있었습니다. 그날은 영상취재부 경찰팀 회식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거리도 떨어져 있던 저는 그날 아이템 취재가 있어서 당연히 일만 마무리하고 집에 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6시가 조금 넘어 전화가 왔습니다. “출발했지 어디야?” “저 아직 인천이에요. 그림 송출중인데요”라고 했더니 바로 “회식인데 빨리 마무리하고 넘어와. 너 오기 전에 맛있는 안주 다 먹는다. 어서와 회식은 다 모여서 얼굴을 봐야 회식이지”라고 하셨죠. 그 별 것 아닌 말이, 따듯한 마음으로 편하게 건넨 농담이, 지금 와서 내 귓전을 계속 울립니다.


지난 7월이었습니다. 저와 용안이형은 같은 방송센터 8층에 사무실 자리가 있습니다. 화장실을 가거나 복도를 걸을 때 자주 마주쳤습니다. 고개만 꾸벅하거나 “안녕하세요?” “점심은 했어요?” 그런 뻔한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몇 달을 지내다가 진짜 점심이라도 한번 해야겠다는 생각에 “점심 한번 하시죠?”라고 말하니 “난 점심때 취재 스케줄이 분명치 않아 약속하기가 어려워”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하루 저녁을 했습니다. 그 예전엔 하루가 멀다고 취재가 끝나면 소주를 먹었었는데 그날은 몇 년 만에 하는 일이 됐습니다. 그날 저녁에 소주가 한 잔, 두 잔 늘면서, 10분, 20분 시간이 지나면서 형의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나 주변을 이해하기 어렵고 너무 화가 날 때도 많았지만 이제는 괜찮아. 난 많이 좋아졌어”라며 약을 먹었죠. “그게 뭡니까?”라고 물었더니 “요새 두통이 자주 와서 그때마다 먹는 약이야. 별것 아니야. 너도 건강 조심해야 돼”라던 말이 이제 보니 마지막 말이 되었습니다. 용안이형! 재작년 김용현 선배가 훌쩍 우리 곁을 떠났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파요”라고 했더니 “난 동기를 이 젊은 나이에 보냈다. 정말 슬프다”라고 하셨죠. 그런 형이 이제 우리들 곁을 황망하게 떠나갔네요. 아직 믿겨지지가 않아요. 저 영정속에 환히 웃는 형이 지금이라도 뛰쳐나와 내 어깨를 툭툭 쳐 줄 것만 같습니다.


이제 머릿속 답답한 일, 가슴속 응어리, 조금도 남기지 말고 훌훌 털어버리세요. 두발로 아니 두 날개로 훨훨 날아다니며 보고 싶은 것 실컷 보시고, 여기 앉아있는 재준이 채린이 형수님에게 그곳에서라도 버팀목이 되어 주세요. 저 영정 속에서 환히 웃는 모습으로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형을 기억할게요. 용안이형 보고 싶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사랑했습니다.


2018년 8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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