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합의문 '완전한 비핵화' 명시에도, CVID 없다며 혹평

[북미회담 이후 국내 언론 보도]
외신 속 일부 워싱턴DC 전문가 평가 '워싱턴 권위'로 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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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12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CVID’와 ‘CVID 뜻’이 종일 상위권을 장식했다. 언론들이 회담을 앞두고 북미 두 정상의 ‘CVID 합의’ 여부에 초미의 관심을 보였던 탓이다. 조선일보는 회담 당일 사설에서 아예 “CVID를 ‘길지 않은 기간 내에’ 실천한다는 명백한 합의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못 박았다.


주지하다시피, 공동합의문에 CVID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는 없었다.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포함됐다. 많은 언론들이 구체성은 떨어지고 C와 D만 남은 이번 합의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는 특히 펄쩍 뛰었다. 13일자 사설에서 “충격적이기에 앞서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고, 양상훈 칼럼은 “합의문 자체가 완벽한 맹탕”이라고 힐난했다. 다음날엔 미국과 영국 언론들의 반응을 전하며 “혹평을 넘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유는 역시 CVID와 비핵화 시간표가 ‘빠진’ 탓이다.


그런데 CVID를 잣대로 이번 회담의 성패를 평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CVID를 둘러싼 언론 보도가 개념과 맥락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프레시안에 쓴 칼럼에서 “북한을 당사자로 하는 양자든, 다자든 어떠한 합의에도 CVID가 담긴 적은 없었고, 북한이 이 표현을 합의문에 담겠다고 동의한 적도 없었다”며 “미국의 일방적 요구가 담기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빠졌다’고 표현하는 것은 전형적인 미국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은 단 한 번도 미국 네오콘이 과거 6자회담 판을 깨기 위해 만든 CVID란 용어를 인정한 적이 없다”며 “CVIG(체제 보장) 역시 북이 단 한 번도 발언한 적도 요구한 적도 없는 그저 우리 엉터리 언론이 만든 삼류소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언론의 지나친 외신 ‘맹신’이 ‘시각의 왜곡’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일부 워싱턴DC 정책 서클에 포함 된 전문가들의 평가는 매우 황망하고 안타까워 보인다”며 “문제는 그런 평가들이 다시 한국으로 역수입되어, 워싱턴의 권위로 치장되어, 미국의 의견처럼 보이는 환상이 연출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주류 언론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갤럽이 발표한 국정 지지율 조사에서 취임 이후 최고 수준인 45%를 기록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지지율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갤럽은 분석했다.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19일 발표한 국민 통일여론조사 결과,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만족한다는 의견은 71%였고, 공동합의문 이행 전망을 밝게 보는 응답도 71.5%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민심의 평가와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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