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끝났지만 북미회담 취재는 계속된다

[한국 기자들의 '싱가포르 열전'] 김민서 세계일보 기자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진지한지 아닌지 1분 만에 알 수 있다”고 했고 “진정성이 보이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고 했다. 12일 정상회담 당일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지난 9일 동료 2명과 함께 싱가포르로 넘어간 김민서 세계일보 기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예측하기 힘든 성격의 소유자라 긴장도가 높았다”며 “현장에서 조그만 것도 놓치지 않기 위해 프레스센터와 각 정상들의 숙소, 회담장을 중심으로 구역을 나누고 거듭 팔로우를 했다”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가 맡은 곳은 센토사섬과 회담이 열린 카펠라 호텔이었다. 접근도 쉽지 않았고 경비도 삼엄했다. 게다가 회담 전날엔 그동안 허용됐던 호텔 앞과 건너편 길이 모두 막혔다. 기자들이 회담장 500m 밖까지 밀려났다. 김 기자는 “택시를 타고 회담장 근처를 돌았지만 아예 접근이 안 되다 보니 빨리 판단을 내려야 했다”며 “자칫하면 길바닥에 시간만 버리고 회담 주요 발언을 놓칠 수 있었다. 재빨리 호텔로 돌아와 현지 중계를 보고 트럼프와 소수 근접 취재가 허용된 백악관 풀 기자들의 트위터를 활용해 현장 분위기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의 결과물은 4개항의 공동성명문이었다. 다소 포괄적인 내용으로 김 기자가 궁금했던 CVID는 명시돼 있지 않았다. 김 기자는 “처음엔 왜 이런 합의문이 나온 건지 의아했다”며 “이후 트럼프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합의문에 담기진 않았지만 오고 간 것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 부분을 추가 취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은 진작 끝났지만 그래서 그는 아직도 정상회담을 취재하고 있다. 공개되지 않은 합의에 어떤 내용이 있을지, 향후 이를 바탕으로 어떤 것이 논의될지 모두 추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기자는 “매체를 통해 공식 발표하는 것 외에도 트럼프의 트위터나 인터뷰에서 행간의 의미를 읽고 워싱턴의 분위기나 한국, 중국, 일본 정부의 시각 등을 고루 들여다보며 퍼즐을 맞춰야 한다”며 “챙길 게 너무 많아 피곤하다. 그럼에도 북미정상회담은 입사 이후 처음 해본 역사적이고 초현실적인 취재 현장이자 평생 남을 기억”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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