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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게는 하루 20시간 노동"…심각한 SBS 노동 실태

언론노조 SBS본부 특별기획 노보

강아영 기자2018.06.07 15:40:13

전국언론노조 SBS본부가 7일 SBS 각 부문 방송노동자를 인터뷰한 특별기획 노보를 내보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가 7일 SBS 각 부문 방송노동자를 인터뷰한 특별기획 노보를 내보냈다.

“밥 먹을 시간도 잘 시간도 없다.”


SBS 영상제작1팀에서 일하는 카메라감독 A씨의 말이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7일 SBS 각 부문 방송노동자를 인터뷰한 특별기획 노보를 내보냈다. 영상제작팀, 영상편집팀, 편집부, 드라마본부, 보도본부 등 조합원 6명의 노동실태를 폭로하는 인터뷰였다.


인터뷰를 들여다보면 SBS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SBS 노동자들은 하루 최장 2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편 최근 수년 새 특정 팀에서만 암 환자가 여럿 나오는 등 건강 상태가 악화돼 있었다.


영상제작2팀의 촬영감독 B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B씨는 “아침 6시30분에서 7시에 출근하고 평균 새벽 1~2시쯤 퇴근한다. 많게는 하루에 20시간 넘게 일한다”며 “드라마 10개 중 6~7개는 그렇게 작업한다. 드라마 촬영 기간 3~5개월 중 70~80%는 이렇게 몰아쳐 촬영하고 이후엔 대휴를 몰아 한 달 정도 쉬는데, 최근엔 퇴직자가 늘고 인력 보강이 안 되면서 사흘이나 일주일만 쉬고 다음 드라마에 투입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본부에서 조연출로 일하는 C씨도 “연기자, 작가, 미술, 조명, 카메라 등 모두를 감당해야 해 쉴 수가 없다”며 “퇴근해서도 항상 휴대폰으로 업무를 보고 있는 상태다. 몸이 망가지는 건 사실이고 친구 결혼식도 못 가고 명절에도 못 쉬는 등 개인 생활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영상편집팀에서 뉴스를 편집하는 D씨도 “4주에 3일 꼴로 쉰다”고 털어놨다. D씨는 “어떤 주는 하루도 안 쉴 때가 있고 심지어 휴가자가 많거나 출장자가 생기면 원래 휴일조차 안 지켜질 때가 많다”며 “대부분의 동료들이 일종의 직업병인 수면장애를 안고 살고 있고, 최근 암 환자가 3명 나와 치료를 받으면서 지금도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PD, 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편집2부에서 뉴스PD로 일하는 E씨는 “주말, 공휴일, 명절 따지지 않고 무조건 3교대를 한다”며 “나흘에 한 번 밤을 새워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동료들과 이야기해 보면 두통, 근육통, 소화불량 등을 안고 산다”고 하소연했다.


정치부 기자 F씨도 “아침 7시30분 전후로 출근해 조간 신문에 나온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하루 종일 현안 취재를 위해 오전 오후를 보낸다”며 “부서 특성상 취재원과 저녁 자리가 많아 일주일에 3~4번 술자리가 있는데 자정 넘어 퇴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리포트, 취재파일, 정보보고, 출연 등을 소화하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기듯 일한다”고 말했다.


SBS 노동자들은 하루 최장 2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편 최근 수년 새 특정 팀에서만 암 환자가 여럿 나오는 등 건강 상태가 악화돼 있었다. 사진은 SBS 노보에 실린 삽화.(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제공)

▲SBS 노동자들은 하루 최장 2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편 최근 수년 새 특정 팀에서만 암 환자가 여럿 나오는 등 건강 상태가 악화돼 있었다. 사진은 SBS 노보에 실린 삽화.(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제공)


이번 노보는 지난 2월28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노동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제작됐다. 제도가 바뀌어 방송사는 오는 7월 주 68시간, 내년 7월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지켜야 하지만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방송 제작 환경에서는 벌써부터 “불가능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서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편지를 통해 “무제한 노동을 기본으로 하는 현재의 제작 관행은 불변의 DNA가 아니다. 제도가 바뀌면 사회 변화에 맞게 우리 일터도 바뀌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며 “창사 이래 ‘소수정예’ 라는 미명으로 포장된 채, 법적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시간외 근무 보상체계 아래 사원들을 무제한 노동의 지옥으로 내몰아야 유지 가능했던 경영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은 노동시간 특례업종 제외로 인해 이제 수명을 다 했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그러면서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제도의 원칙적 적용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손실 최소화 △노동시간 단축 시행의 틈을 노린 ‘공짜 노동’ 방지를 원칙으로 제시하며 사측에 “지상파 방송사 노사 간 공동 협약 추진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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