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에 묻힌 혁신, 옛 영광만 기억하는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 2%대… 보도국 사기 저하, 세대 갈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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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하지 않고 죽은 권력을 다루고 있어요. 현재 권력에 대한 지적이 없으니 당연히 시청자들은 흥미가 없죠.”


작년 12월 파업을 끝내고 정상화 작업에 들어간 지 6개월.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최근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2%대까지 떨어진 상태. 타사 기자들은 MBC가 지난 10년의 공백 속에서 변화한 방송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주간지 기자는 “뉴스 아이템 자체가 구식인 경우가 많다”며 “기자와 앵커, 촬영 기술, 편집 등 모든 면이 옛날의 MBC만 떠올리게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MBC가 내놓은 단독에 대해 다른 언론사에서 받아쓰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시의성에 벗어나있고 주목받지 못하는 이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택과 집중한다더니...‘백화점식 보도’ 여전
파업 이후 부단히 달려온 내부 기자들은 바뀌지 않는 내부 ‘관성’ 속에서 피로감을 토로한다. 이들은 “보직인사만 바뀌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체계적이지 못한 업무 시스템을 지적했다. MBC A기자는 “백화점식 보도는 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아직도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문화 등 모든 이슈를 다루려는 강박은 여전하다”며 “인력이 부족해도 정상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달려왔는데 조직 문화가 그대로라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북미회담과 남북정상회담 등의 이슈가 터질 때도 상황은 긴박한데 스튜디오는 평온해 뉴스에 힘이 없더라”며 “JTBC는 이슈가 터지면 즉석에서 큐시트를 바꾸고 대응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조직이 워낙 커서 변화가 쉽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B기자도 “위에서 ‘집중이슈팀’을 만들었는데 이슈파이팅도 안 되고 각 부서의 제작 부담을 줄여주지도 못하고 있다”며 “부서와의 정보공유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위에서 갑자기 지시한 아이템을 소화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 땐 그랬는데”...세대 간 소통 부족 호소
구태한 조직 체계도 혁신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업무 능력과 전문성, 희망 부서 등을 기준으로 인사 개편을 해야 하는데, ‘옛 정’에 이끌려 적재적소의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C기자는 “지난 정권에서 배제됐다 몇 년 만에 돌아온 동료에게 쓴 소리를 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라며 “힘든 시기를 보낸 동료에게 자리를 내주다보니 능력위주의 인사가 아닌 ‘보은 인사’가 돼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배들이 ‘우리 땐 그랬지’라며 영광의 순간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예전 방식대로 하면 다 된다는 생각이 굳어진 게 문제”라며 “아이템 선정부터, 취재, 데스킹에 이르는 작업들이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B기자는 “파업 후에 열심히 달리다가 성과가 보이지 않고 내부적으로 말이 많다보니 지쳐있는 것 같다”며 “보도국 내부에서 아이템을 놓고 부장과 기자가 고함을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진 경우도 있었다. 신뢰가 깨지고 소통이 안돼 보이지 않는 갈등이 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사기 저하로 지친 보도국...하반기 전면 혁신하나
MBC는 현재 기자회를 중심으로 뉴스혁신을 위한 개선안을 조율 중이다. △이슈에 대한 선택과 집중 △단독-심층탐사 기획 강화 △뉴미디어 강화 방안뿐만 아니라, 보도국 내부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도국 부서 체계 개편과 전면적인 인사 쇄신 △보직자 간소화 방안 △편집회의 공개 △상향평가제 도입 △기수문화 폐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뉴스데스크 편성 시간을 7시 반이나 9시로 바꾸는 방안도 함께 검토될 예정이다.


한정우 MBC 보도국장은 “뉴스를 다시 시작한지 6개월이 됐다. 그동안은 떠나있었던 인력들이 적응하고, 무너져있던 시스템을 복원하는 기간이었다”며 “큰 이벤트도 많아서 숙고하면서 차분히 준비하는 여력이 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뉴스 형식을 바꿔야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다. (기자회의) 기초 자료를 토대로 선후배 간의 논의를 통해 하반기에는 방향을 잡아서 (혁신안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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