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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BBC 임금공개 논란

[글로벌 리포트 | 영국]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2018.06.07 11:38:32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BBC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공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부터 15만 파운드 이상을 받는 100여명에 달하는 출연자들의 이름과 보수를 공개하면서 BBC는 사내 안팎에서 비난을 받아왔다.


문제의 시초는 지난해 7월, 왕실칙허장 개정 과정에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적서비스방송으로서 직원들의 보수가 어떻게 지급되고 있는지를 세간에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을 BBC가 받아들이면서다. 2016/17 연간보고서(Annual report)에 고액의 보수를 받는 톱스타들의 명단을 넣으면서 BBC가 그동안 ‘방송시장의 출연진 경쟁에서 불이익이 예상된다’는 표면적인 이유를 들어 한사코 감추려 한 비밀이 드러났다.


성별 임금격차가 숫자로 확인된 것이다. 고액 연봉자 중 여성 출연진의 수는 채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격차도 매우 컸다. 경쟁사들은 도표와 그래프들을 만들어 남성과 여성 사이를 보기 좋게 저울질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회사 안팎에서는 미투 캠페인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테레사 메이 총리까지 나서 BBC의 성별 임금격차 문제를 비판했다. 결국 BBC는 다국적 회계감사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측에 ‘출연자 보수에 대한 검토’를 의뢰하게 된다. 이 조사가 이뤄지는 한동안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했다. 올해 초, BBC에서 고액을 받는 일부 남성 출연진들의 연봉이 조정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큰 화제를 모으지는 않았다. 성별 임금격차를 남성 출연자의 보수를 깎는 것으로 단순하게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1월 말, 마침내 공개된 조사 결과가 BBC 여성 직원들의 분노를 되살렸다. “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성차별이 있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결론 때문이었다.


보고서가 공개된 다음 날, BBC 중국에서 뉴스 편집인으로 활동하다 임금 차별에 항의해 사임한 캐리 그레이시가 영국 하원의 디지털·문화·매체·스포츠위원회 청문회에 등장했다. 다른 남성 출연자가 자신보다 최소 50% 이상을 더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토니 홀 BBC 사장이 직접 사과하면서 연봉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기다림 끝에 지난달 4일에는 BBC가 최저연봉을 2만 파운드로 인상하는 안에 노조와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전의 1만5687파운드에서 약 30% 가까이 상승했으니 커다란 변화다. 평균 연봉은 2018/19년까지 2%, 수신료 인상안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2019/20년에 추가적으로 2.5%을 상승시키는 조항까지 노사간에 합의되었다. 이에 고무된 노조 측은 노조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3년 임금협상’에서 이번 협의안에 담겨진 ‘새로운 조건들’을 수용해도 좋다고 권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BBC 연봉을 둘러싼 논쟁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BBC 조직에서 연봉을 둘러싼 모든 불평등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아예 모든 직급의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여론이 새롭게 일고 있다. 최저임금 협상안이 공개된 지 하루만에 빅토리아 더비셔와 댄 스노우 등의 여성 스타들을 포함한 250명 임직원이 전체 임금 공개를 요구했다.


직원들은 공식서한에서 “모든 종류의 임금 차별을 없애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소수 인종, 장애인, LGBT, 혹은 연령이나 기타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이들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임금 공개를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BC는 이미 연봉체계의 투명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직원들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전체임금 공개가 혹 미래 영국 방송시장에서 BBC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도 함께 검토될 것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이번 조사를 마지막으로 노사 모두가 만족하는 ‘투명한’ 연봉 체제가 마련될 수 있을까? 그 결과에 따라 BBC로 대표되는 공적서비스방송의 운영과 직원에 대한 정보가 어디까지 ‘공적’으로 다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세계적인 기준이 정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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