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주요 매체 15개사 ‘주 52시간’ 준비 지지부진

국내 신문·방송·통신사, 개정된 근로기준법 위반 우려
어느 영역까지 근무로 볼 지 노사 대립 첨예할 듯
일부 신문사, 토요일자 발행 폐지 논의중

최승영·강아영 기자2018.06.07 09:22:51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언론사들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주당 근무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기 위한 준비는 마무리된 것일까.


기자협회보가 종합일간지, 경제지, 통신사, 지상파, 종편 등 주요 매체 15개사를 조사한 결과 상황은 암담했다. 아직 노측에 구체안도 제시하지 못한 사업장이 대다수였다. 일부는 ‘주 5일제’를 강력히 실시하지만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 노동조건 변화에 대한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진 곳은 당연히 없다. 법 위반 사업장이 되지 않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러스트=김주민 기자

▲일러스트=김주민 기자


◇52시간 근무 신문사 현주소
“지지부진하다. 경영진은 한 달 앞인데 ‘TF에서 하면 되지’ 이러고 있다. 구체안을 가져오라고 압박하고 있다.” 종합일간지 A 노조위원장은 52시간 근무에 대비한 자사 준비 상황을 이 같이 설명했다.


본보 조사결과 경향, 국민, 서울, 조선, 한겨레, 한국, 연합 등은 아직 노측이나 구성원에 구체안·지침을 제시하지도, 편집국 기자 전체 차원의 근무일·시간 등을 변화시키는 대응 ‘실험’도 하지 못하고 있다. TF나 사측이 안 마련에 고심하고, 노조도 향후 협상의 방침을 정하고 있지만 많이 나간 곳이 근무시간 현황파악을 한 데까지다.


일부 매체는 ‘주 5일제 이행’으로 가닥을 잡고 주당 이틀 휴일을 둔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중앙, 동아가 주 5일 근무 실험에 들었고, 현재는 매경·한경이 여기 동참한 상태다. 중앙, 동아처럼 여타 인력이 토요판을 맡는 방식은 아니고 미리 짠 근무계획에 따라 기존 인력을 배분, 하루를 추가로 쉬도록 한 게 공통점이다.


매경의 경우 데스크는 격주로 일요일에 쉬되 공석의 업무는 차장이 대체한다. 부장이 2주에 한 번 주 6일을 하며 52시간을 지키고, 차장은 일요일 근무 시 평일 하루를 쉬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2주 단위’ 평균으로 근무시간을 준수케 하는 식이다. 한경은 아예 사측에서 편집국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본인과 부서장의 근무시간 관리, 연장근로 시 부서장 승인필요, 주 5일 근무원칙, 야근자 익일 오후 출근 등이 골자다. 특히 근무시간 외 취재원 만남 시 사전 승인을 받고 그만큼 쉬도록 해 ‘어디까지가 근무인지’에 대한 기준을 일정 부분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 한국경제 B기자는 “지침은 나왔는데 부서별 천차만별이다. 회사가 법 준수를 위해 방향을 내놓은 정도로 본다”며 “돌발상황 발생 시에도 지켜질지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판 폐간 등 과감한 제안도
‘주 5일제 강력이행’에 나선 일부 매체는 몇몇 부서의 계속되는 과로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지난 3월 언론계에서 가장 먼저 대비에 나섰던 중앙, 동아는 물론 ‘주 5일’ 실행에 나선 매체에서 정치부, 사회부를 두고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은 ‘중앙선데이’, 동아는‘콘텐츠기획본부’의 토요판 대체로 주말·평일판 인력을 이원화하며 주 5일 근무 실험에 들어간 바 있다. 중앙 C기자는 “우리 실험의 상태를 판단할 순 없지만 ‘선데이’가 52시간 해결책이 되는 건 아닌 거 같다. 데일리와 위클리가 바로바로 스위치 되는 게 쉽지 않다. 주 5일이 지켜지는 부서는 지켜지고 아닌 부서는 지킬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토로했다. 동아 D 기자도 “최대한 노력 중인데 불가피하게 안 되는 팀이 있어 계속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종합일간지에선 토요판 폐간 같은 좀 더 과감한 변화도 얘기된다. 서울신문 E 노조 관계자는 “52시간이라 하지만 40시간이 기본이고 12시간 연장근로가 법 취지다. 40시간에 맞추기 위해 토요일자 발행을 중단하자는 원칙적 요구를 하고 있다”며 “토요일자를 찍으면 계속 시비 여지가 있고 노조 입장과 달리 누군가 진정이나 고발을 넣을 수도 있다. 기업체도 토요일자 광고를 안 좋아하니 이참에 없애자는 제안”이라고 했다. 다만 “배송 등 문제가 있으니 타사와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노조도 전임 위원장이 같은 입장을 사측에 전한 바 있다. 추후 신임 노조위원장과 집행부 기조에 따라 다시금 제기될 수 있는 주장이다.


이와 별도로 국민일보에선 토요판을 미리 제작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토요판 매거진을 사전에 만들어 ‘금토’를 쉬고 ‘주 5일’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국민일보 F 노조 관계자는 “편집국장과 편집인 등의 지시에 따라 편집국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며 “확정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노조와 사측의 태도… 남아있는 쟁점
상당수 신문사 노조들은 근로기준법 대응을 위해 공동의 협상원칙을 정한 상태다. 지난달 언론노조 산별 노조에 해당하는 경향, 국민, 서울, 연합, 한국, 한겨레, 헤럴드경제 노조가 모여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교섭방침의 건’을 원안의결한 데 이어 7일 조선, 중앙, 동아, 매경, 한경 노조까지 참여한 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다. 매체 성향, 산별노조 여부 등과 별개로 근로조건을 두고 공동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노동시간 단축, 적정 인력 충원, 임금 저하 금지, 노사합의 시행, 업종별 공동대응, 대정부 공동요구가 그 내용이다. 


앞선 원칙들은 향후 노사 간 협의에서 쟁점화 할 소지가 있다. 특히 재량근로제와 관련해 난항이 있었던 중앙에선 여전히 이 문제가 잔존해 있다. 앞서 사측은 지난 4월 ‘재량근로서면합의’를 골자로 한 안을 제시했다가 노측에 거부당했지만 이후 자리에서도 ‘재량근로제’를 수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공동대응 원칙에서 재량근로는 “법개정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절대 거부”라고 명시된 바 있다. 한국 등 노조에선 공식협의에 앞서 “재량근로제는 하지 않겠다”는 답을 사측에게서 들어놓은 상태다.


향후 기자 업무 특성과 관련해 ‘어디까지를 근무로 볼지’ 등에 대한 갑론을박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일간지 H 기자는 “스포츠 기자의 경우 야구경기를 본 건 근로인가. 문화부 기자가 연극·영화를 본 건 근무인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가 고발돼 데미지를 입으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건가”라고 말했다.


결국 인력 충원과 현 취재환경을 바꾸지 않고선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종합일간지 K 노조위원장은 “인력충원 없이는 해결이 될 수가 없다. 바로 투입은 못하겠지만 한두 달 진통이면 되지 않겠나”라며 “그게 안 되다 마찰이 빚어지면 사주든 사장이든 고발해야 되는 불편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최승영·강아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