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문서가 가리키는 5·18 책임자는 전두환"

5·18 진실 '끝까지 파는' 장훈경 SBS 탐사보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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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경 SBS 탐사보도부 기자.

▲장훈경 SBS 탐사보도부 기자.

“다른 사람 이름은 안 나와요. 대통령이나 총리에 대한 언급조차 없어요. 최종 진압 작전 결정에 있어서 거론된 이름은 오직 전두환 장군 뿐입니다.”


SBS ‘8뉴스’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8주년을 맞아 지난 14일부터 닷새 동안 미국 국무부 비밀 전문을 집중 보도했다. 1980년 5·18을 전후로 미국 국무부와 주한 미국대사관이 주고받은 비밀 전문에는 당시 광주 상황과 신군부 내의 움직임 등이 상세하게 나와 있는데, 핵심은 이렇다.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며 광주를 피로 물들인 5월27일 최종 진압 작전을 결정한 것도, 북한군 투입설을 처음 언급한 것도 전두환씨라는 것이다.


SBS 탐사보도부 ‘끝까지 판다’팀은 광주지검이 최근 5·18 당시 헬기사격을 부정해 희생자와 유가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기소하며 미국 국무부 비밀 전문 등을 인용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해당 전문은 이미 20여 년 전에 비밀 해제가 된 상태인데, 우리 언론이나 5·18 진상 조사 단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방대한 양의 문건을 분석, 연속 보도를 하고 있는 장훈경 기자는 “국내 기록은 군에 의해 삭제되거나 왜곡된 것이 많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한 미국 국무부 분서는 5·18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기자는 지난 1년여 동안 5·18의 진실을 끈질기게 추적해왔다. 지난해 9월 국방부가 5·18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린 것을 계기로 헬기 사격과 전투기 출격대기 의혹 등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전방위 취재를 했다. 지난 2월에는 ‘전두환 회고록’ 연속 검증 보도로 박세용 기자와 함께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특히 그는 헬기 사격 문제에 집중했는데, 이미 38년이 지났고 헬기 사격으로 추정되는 탄흔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군 헬기 조종사들은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침묵의 카르텔”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양심 고백’은 더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과거 왜곡은 현재 진행형”이다. 취재는 종종 벽에 부딪혔으며, 진상 규명은 여전히 간단치 않지만 그는 “그래도 해야지”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장 기자는 “발포 명령과 헬기 사격 지시를 전두환씨가 했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헌정 질서 파괴 범죄로 간주, 공소시효를 배제해서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이 학계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법적으로 따져볼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9월 출범을 앞둔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이번 진상규명위는 정말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몇 년 더 지나면 관련자들 중에 돌아가신 분들이 더 많아질테고, 군 기록은 이미 왜곡되거나 사라진 게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번에 검찰에서 미국 외에 유럽과 영국 문건까지 요청했다고 하는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주시하며 더 끈질기게 추적하겠습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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