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프레시안·뉴스타파 '삼성 전무 기술유출 소송' 공동취재 후 같은 날 보도

3사 기자들 "시너지 효과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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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뉴스타파, 프레시안 취재진은 2016년 발생한 <삼성전자 전무 기술유출 의혹 사건>을 공동으로 취재하고, 독립적으로 기사를 썼으며, 같은 날 보도합니다. 이들 매체의 보도를 함께 살펴보시면 이 사건을 더 자세히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KBS와 프레시안, 뉴스타파에 이런 알림과 함께 기사가 올라왔다. 2016년 9월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팔아넘기려다 적발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삼성전자 고위 임원 A씨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3사는 2016년의 상황과 판결 내용을 들여다보며 왜 그가 무죄 판결을 받았는지, 그가 정말 기술을 중국으로 팔아넘기려 했는지 등을 검증했다. 한편으론 삼성이 A씨를 기술유출범으로 옭아매기 위해 썼던 꼼수들을 열거하며 삼성이 어떤 의도를 갖고 A씨를 유출범으로 몰지는 않았는지 분석했다.


여러 언론사가 똑같은 사안을 공동으로 취재해 보도하는 건 드문 일이다. 지난 2008년 강원일보, 광주일보 등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9개사가 서울지역 공동취재단을 꾸려 유력 정치인들을 인터뷰해 동시 보도하고 2010년엔 환경기자클럽에 소속된 기자들이 청계천 생태계를 공동으로 탐사해 취재·보도한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언론사 간 공동취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MBC와 시사인이 공동취재 해 지난 2월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현직 검사의 강원랜드 수사 외압 폭로>가 유일한 최근의 공동취재 사례였다.


이번 공동취재는 임장원 KBS 국제주간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임 기자는 “지난해 7월 관련 제보를 받아 취재를 해왔고 재판 결과가 나오면 쓰려고 했다. 그런데 재판이 미뤄지고 그 즈음 KBS도 파업 중이라 무한정 기다리기엔 타이밍을 놓칠 것 같았다”며 “고민 끝에 성현석 프레시안 기자에 제안했고 그가 1심 판결문을 단독으로 썼다. 이후엔 파업이 끝나기도 했고 실체적 진실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뉴스타파까지 합세해 3사가 함께 취재하고 보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3사 기자들은 두 차례 제보자를 만나 질문을 하고 삼성에도 공동 질의서를 보냈다. 용어의 잘못된 사용이나 상이한 판결문 해석을 우려해 초고를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개성적인 서술은 존중하되 자칫 사실관계가 꼬여 독자에게 줄 혼선을 방지하고자 했다. 성현석 기자는 “내용을 공유하고 상의했지만 기본적으론 각자 자율적으로 취재를 했다”며 “이른바 속보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2심 재판이 시작할 즈음 함께 기사를 내자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3사 기자들은 함께 보도를 하며 시너지 효과를 느꼈다고 말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여러 매체가 같이 쓰다 보니 기사가 나간 후에 주목도가 높아지는 걸 느꼈다”며 “또 나온 기사들이 비슷한 것 같지만 조금씩 달라 사안을 다각도로 이해하는 데 도움도 된다. 그동안엔 언론 환경이 좋지 않아 협업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기회가 많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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