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에게 뉴스 전했던 때처럼, 고양시민에게 행정을 전해야죠"

[지방선거 출마한 '기자 출신' 후보들] 박수택 정의당 고양시장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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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택 정의당 고양시장 예비후보가(왼쪽에서 두번째) 심상정 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과 함께 고양어린이박물관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박수택 정의당 고양시장 예비후보가(왼쪽에서 두번째) 심상정 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과 함께 고양어린이박물관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도로 위에 흙탕물이 흥건했다. 박수택 고양시장 예비후보가 보여준 휴대폰 영상에서였다. 박 후보는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한 뒤 둘러본 택지 개발 사업 현장에서 이 영상을 찍었다. 그는 “택지를 개발할 땐 저류시설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비가 올 때 이런 흙탕물이 도로까지 침범한다”며 “그 물이 하천으로 가 오염이 되기도 하고 도로에서 말라붙으면 그대로 미세먼지가 된다. 시가 세밀하게 이런 문제들을 살펴야 하는데 행정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SBS에서 환경전문기자로 일하다 지난 2월 퇴직한 그는 6·13 지방선거에 고양시장 예비후보로 나섰다. 평생 정치라곤 모르며 살았던 그를 이끈 것은 3월28일 고양시청에서 열린 간담회였다. 그날 간담회는 미세먼지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엄마들이 경기도의원을 오랫동안 설득해 어렵게 잡은 자리였다. 그런데 도의원이 벌컥 화를 냈다. 약속하지 않은 카메라기자가 있어서였다. 박 후보는 “전국미세먼지대책촉구모임의 부대표를 취재하러 JTBC 카메라가 들어온 거였는데 경위를 물어보지도 않고 도의원이 공무원을 몰고 나가버렸다”며 “시민들이 항의하고 눈물까지 흘렸지만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의원은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 정책을 짜는 것이 마땅한데 오히려 시민들이 손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분노한 그는 다른 시민들과 얘기하며 고양시의회에 진출해 이 문제를 짚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얘기가 정의당으로 흘러 들어갔고 같은 날 정의당 출신의 김혜련 고양시의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후 만난 심상정 의원은 그에게 시의회보다 고양시장 출마를 권유했다. 뜻하지 않은 그의 정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박 후보는 기자 생활 33년 동안 정치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생활을 시작하면서 동기들과 선언한 것이 있다. 끝까지 현장에 남자는 것이었다”며 “그걸 지켜낸 최초의 기자가 되고 싶었다. 결국 끝까지 기자 생활을 했고 퇴직 후엔 환경단체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렇게 후보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생각조차 해본 적 없으니 선거 준비가 쉬울 리 없다. 그는 심상정 의원실에서 회계나 홍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선거법이 상당 부분 개정돼 무명의 후보나 재력이 떨어지는 후보라도 어느 정도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도 했다. 박 후보는 “다만 시민들의 무관심 내지는 냉담한 혐오감까지 느껴질 때가 있어 안타깝다”며 “기성정치의 책임일 것이다. 또 정책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말싸움만 보도하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기자 출신이라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다. 그는 넓게 보면 언론과 정치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의 현장에 가서 살피고 듣고 판단하고 핵심적인 흐름을 잡아내 전달하는 일, 이후 여론을 일으켜 사회를 개선하는 일은 기자나 시장이나 같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자로서 시청자를 대할 때나 시장으로서 시민을 대하는 것 역시 같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리포트를 할 때도 카메라 렌즈가 시청자의 눈이고 내가 든 마이크가 시청자의 귀라는 생각으로 뉴스를 전달했다”며 “시청자에게 필요한 뉴스를 전달했던 것처럼 시장이 된다면 시민들에게 필요한 행정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 때문일까. 그는 시장이 된다면 가장 먼저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구하기 위한 시민 대토론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책상에서 만드는 ‘2030년까지 인구 몇 만’ 식의 미래 비전 말고 시민들과 함께 안전·복지·교육·노동·환경 등의 분야에서 미래 비전을 함께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토론회를 통해 다른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도 좋다면 얼마든지 실현하고 싶다”며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이 시정에,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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