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지난 9일 뉴스와 댓글 서비스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와 실시간 검색어를 없애고, 두 번째 화면에 구독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뉴스판’을 도입하며, 댓글 정책과 운영도 언론사에 맡긴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10일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들은 대부분 사설을 통해 네이버의 개편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경향신문이 가장 혹평했고, 한국일보와 한겨레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세계일보와 조선일보 등은 네이버 개편안의 방향성은 옳다고 평가하면서도 네이버 독점의 폐해를 막고 아웃링크를 의무화하는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10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사설 제목이다.
[경향] 네이버의 ‘무늬만 아웃링크’로 문제 해결 안된다
[국민] 네이버, 뉴스 장사 미련 버리고 미래 사업에 집중하라
[동아] 첫 화면만 뉴스 빼겠다는 네이버의 ‘눈 가리고 아웅’
[세계] 공정 여론 위해선 네이버 독과점 막을 제도 보완 서둘러야
[조선] 네이버 ‘인링크’ 놔두면 ‘뉴스 장사’ 계속하겠다는 것
[중앙] 또 눈 가리고 아웅식 미봉책 내놓은 네이버
[한국] 네이버, 뉴스편집 개편만으로 댓글 폐해 막을 수 있겠나
[한겨레] “뉴스 편집 손 뗀다”는 네이버 방침, 바람직하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이번 개선책은 외견상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곳곳에 복선이 깔려있어 효과가 의심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무엇보다 댓글정책이 이중적”이라며 “네이버는 원칙적으로 아웃링크를 추진한다면서도 언론사 간 견해차를 내세워 일괄 도입 대신 개별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당수 언론사가 네이버 전재료에 목을 매는 현실 때문에 인링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을 교묘하게 악용해 장악력을 놓지 않겠다는 꼼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네이버의 뉴스서비스 정책에 대해서도 “윗돌 빼 아랫돌 괴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네이버가 뉴스편집에서 손을 뗀다고 했지만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읽는 기존 구도는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경향은 “모든 언론사 뉴스를 개인별 맞춤형으로 내보내겠다는 구상은 뉴스시장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들이 추구해온 유료화정책은 들어설 틈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네이버가 근본적인 해결책 대신 미봉책만 계속 내놓는 것은 뉴스를 통한 돈벌이를 계속하겠다는 오기일 뿐”이라며 “네이버가 뉴스장사와 댓글장사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대담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꼼수만 부리는 것은 더 이상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뜻일 게다. 국회는 하루빨리 네이버가 갖고 있는 미디어의 권력분산 방안을 논의하고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표면상으로는 개별 미디어와 정치권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파격적인 개선안처럼 보인다”면서 “그러나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적 문구 뒤엔 개별 언론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 의도가 비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개별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뉴스판’에 대해 “네이버의 틀 안에서 각 언론사가 우선 이용자의 선택을 받는 구조라 10월 개편 전까지 언론사 간 구독자 확보 경쟁으로 여론 독점을 해소하기보다는 네이버의 지배력만 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네이버는 매번 미봉책만 반복할 게 아니라 공정한 여론 형성을 저해해 온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도 구글처럼” “정부와 국회가 나서라”
국민일보와 동아일보는 구글과 같은 전면적인 아웃링크 방식 도입을 거듭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편집이나 댓글 기능을 언론사에 넘긴다고 하지만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계속하는 한 미디어 영향력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면서 “구글처럼 전면적인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하지 않으면 네이버의 뉴스 독점 구조를 분산하기 어렵고 제2의 드루킹 사건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에 더 이상 자정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정부와 국회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네이버의 플랫폼 영향력이 막대한 상황에서 개별 언론사에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웃링크제 무력화나 다름없다“며 ”여야 정치권은 아웃링크를 의무화하고 댓글에 대한 포털의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은 그러나 “‘인링크’를 그대로 두면 네이버의 유사 언론 행위와 사이비 언론의 갑질이 없어질 수 없다”면서 “왜곡, 조작으로 엉망이 된 공론 장(場)을 정상화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실질적인 언론 행위를 하면 예외 없이 언론으로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뉴스를 제작한 언론사에만 책임을 물리는 현행 법을 개정해 뉴스 유통업자에게도 언론과 똑같은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면서 “포털에도 언론처럼 오보(誤報)나 명예훼손 등의 책임을 물린다면 남의 뉴스로 쉽게 돈벌이하려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한겨레, 비교적 ‘긍정’ 평가
한국일보와 한겨레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축에 속한다. 한국일보는 ‘뉴스판’ 서비스에 대해 “신선하다”면서 “(아웃링크 도입과 관련해) 언론사의 다양한 이해와 뉴스 소비자 편의를 감안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대목도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도 “네이버가 2009년 모바일 웹 버전을 출시한 이래 가장 큰 개편”이라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완전히 빼는 대신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뉴스판’을 도입하기로 한 것도 전향적인 조처”라고 평가하며 댓글 정책을 각 언론사에 맡긴 것에 대해서도 “댓글에 쏠린 과도한 관심이 어느 정도 분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한겨레는 하지만 “편집권을 갖게 된 언론사 쪽에서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선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낼 수 있다”며 “네이버가 앞으로 마련할 ‘광고·낚시성 기사 등 규제 가이드라인’에 세밀한 대책을 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웃링크를 의무화하는 법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강제로 추진되기보다는 네이버와 이해 당사자들 간의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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