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뽑는 공영방송 사장, 정치적 독립 기대하는 기자들

기대 모으는 국민참여형 선출제

내 손으로 직접 MBC, KBS 사장을 뽑는 게 현실화될까. 시민이 투표권을 행사해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방안이 언론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양승동 KBS 신임 사장의 경우 시민이 사장 선출 과정에 참여한 첫 사례다. 142명의 시민자문단은 사장 후보자들에게 △공영방송의 철학과 비전 △KBS 정상화 방안과 미래전략 및 시청자 권익확대 등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고 평가했다. 시민자문단 의견은 40% 반영됐다.


지난해 최승호 MBC 사장의 선임 과정도 시민들이 참여해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책설명회를 생중계로 지켜본 시민들이 질문을 남기면 최종 면접에 반영하는 방식이었다. 그간 정치권에서 추천한 이사들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꼽아온 ‘밀실 선임’과 궤를 달리한 셈이다.



민주당이 최근 내놓은 ‘국민참여형 사장선출제’도 공영방송을 정치권에서 완전히 독립시키자는 시대정신에 맞닿아있다. 시민의 손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직접 뽑고, 이사회의 개입을 막는 게 골자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더 이상 권력의 손에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는 큰 명제를 안고 개선안을 제시하게 됐다”며 “‘정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완전한 안”이라고 소개했다.


국민참여형 모델의 핵심은 ‘공영방송 시청자 공론화위원회’다. 성별, 지역 등을 고려해 안심 전화번호로 100인 이상 200인 이하(홀수)의 시청자 위원을 선정하고, 이들의 과반 찬성으로 한 명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방식이다. 선정된 KBS 사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와 대통령의 임명으로 최종 선임되며, EBS는 바로 대통령이 임명, MBC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다.


이사회도 손질했다. 그간 이사들은 사장을 직접 선출해왔지만, 국민참여형 모델에서는 더 이상 관여할 수 없다. KBS이사회(여7야4) MBC방송문화진흥회(여6야3) 등 ‘여당 대세’ 구조에서 여야 5대5의 비율로 이사를 추천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사장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추천하는 몫으로 남겨둔다.



기자들은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에서 완전히 독립하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MBC A 기자는 “여당과 야당 모두 중립적인 이사를 추천할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이미 지난 정권에서 무너지지 않았나”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언론계 블랙리스트’로 수모를 겪은 공영방송사 기자들이 ‘국민참여형 사장선출제’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다만 여야가 이사를 추천하는 구도는 여전히 유지된 만큼, 개선안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MBC B 기자는 “의도는 좋다”고 평가하며 “실제로 정치권이 권한을 내려놓고 개선안을 진척시킬 지는 미지수”라는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미디어 매체의 C 기자는 “사장이 국민들로부터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이사회가 여전히 여야 구도라서 운영할 때 똑같이 입김이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준희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국민 참여 범위를 어떻게 할거냐’, ‘그게 정말 대표성이 있느냐’, ‘또 정치화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등의 반론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논의의 틀이 정당추천을 여야 몫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에 치중했다면 그 방향을 바꿨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기본적인 방향성은 옳다. 다만 이사회 구성부터 국민 참여를 적용하면 더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서는 방송법 개선안을 놓고 여야가 극심한 대치 중이다. 야당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 당론으로 내놓은 방송법 개정안(박홍근안)을 원안 그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홍근안 부칙에는 개정 후 3개월 이내에 이사회와 집행기관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MBC, KBS 사장을 다시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안정상 민주당 수석위원은 “당시에는 방송장악에 맞서 최선이 아닌 ‘차악’의 개념으로 발의한 것”이라며 “최대한 (야당을)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위원은 “권력이 공영방송 사장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게 말이 되나.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 아닌가. ‘국민참여형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여론이 공론화되면 야당이 끝까지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이진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