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내부 고발이 페이스북을 추락시킬까

[글로벌 리포트 | 영국]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2018.04.10 14:06:12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3월17일 분홍색 머리의 청년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과 비디오 인터뷰를 가졌다. 영국의 정치 컨설팅 그룹 SCL(Strategic Communication Laboratories)에 속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에서 28세의 젊은 나이로 리서치 디렉터로 발탁된 그의 이름은 크리스토퍼 와일리(Christopher Wylie).

 

이날 그는 자신이 일했던 회사가 페이스북 5000만명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지난 미 대선 투표 기간 중 프로파간다 도구로 활용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회사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심리학 교수로부터 심리테스트에 참여한 27만명의 페이스북 이용자들과 그들의 페이스북 친구들의 데이터들을 동의 없이 넘겨받아 지난 미 대선 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캠프를 위한 자료로 활용했다. 인터뷰 말미에서 그는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스티브 배넌(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 백악관 고문으로 SCL 그룹 관계자로 밝혀진 인물)이 문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만든 무기였다.”

 

사흘 후인 3월20일. 크리스토퍼 와일리는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의 특별위원회에 출석했다. 양복 차림이었다. 이번에는 영국 의원들 앞에서 SCL 그룹이 영국 정치에 개입한 사실을 공개했다. 자신이 직접 설립에 참여한 SCL 그룹의 캐나다 지사, 애그리것 IQ(Aggregate IQ) 역시 무단으로 수집한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정보를 이용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기간 동안 ‘친 브렉시트’(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날 것을 찬성) 캠페인을 벌였다고 밝혔다. 애그리것 IQ가 영국 정부가 정한 브렉시트 캠페인 지출 규정까지 어긴 사실도 알려졌다.

 

‘가디언’과 비디오 인터뷰 중인 크리스토퍼 와일리 /출처: ‘가디언’ 유튜브 채널

▲‘가디언’과 비디오 인터뷰 중인 크리스토퍼 와일리 /출처: ‘가디언’ 유튜브 채널

그야말로 영화같은 이야기다. 미국 대통령의 전 백악관 고문이 연루된 국제 정치 컨설팅 그룹이 페이스북을 통해 무단으로 수집한 이용자 정보로 국제적인 정치 이벤트마다 불법적인 심리전을 펼친다. 그 사실을 안 리서치 디렉터가 양심을 걸고 폭로전을 벌인다. 영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매체와 인터뷰를 한 후, 의회에 출석해 관련 자료를 전 세계에 공개했다. 이제 어떤 결말이 펼쳐질까? 사필귀정을 강조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면 필시 결말에서 이번 음모와 관련된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며 법적으로 처벌받는 모습을 비출 것이다.

 

일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파일’로 알려진 폭로가 있고 3주가 지난 현재, 위법 활동을 지휘한 SCL그룹은 세계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 돈이면 연구윤리도 무시하는 파렴치한 프로파간다 기업으로 비난받고 있다. 이들에게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정보를 넘긴 케임브리지 대학의 심리학 교수는 러시아 쪽으로부터 연구 지원을 받은 사실까지 알려져 학자로서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

 

이번 스캔들의 기술적 배경이 된 페이스북은 어떨까. 미국과 영국 언론은 케임브리지 연구를 허가한 페이스북이 불법적인 정보 노출을 인지했음에도 이번 폭로가 있기 전까지 그 사실을 은폐해 왔다고 주장한다.

 

크리스토퍼 와일리가 영국 의회에 출석한 날, 페이스북의 주가는 7% 가까이 떨어졌다. 다음날 이번 논란에 대한 마크 저커버그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입장 표명이 뒤늦게나마 이뤄졌지만 이용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3주가 지난 현재까지 약 15%의 주가가 떨어져 약 81억 달러(한화로 86조 6000억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그야말로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페이스북을 보이콧하자는 운동까지 온라인에서 펼쳐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회장은 11일 미 의회에 출석해 이번 일을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스캔들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영국 정치권에서도 그냥 넘기지 않겠다며 칼날을 갈고 있다. 그동안 페이스북에게 러시아 트롤팜(troll farm, 러시아 댓글부대)의 브렉시트 투표 기간의 활동 기록을 공개하라고 압력을 넣어 온 영국 의회는 마크 저커버그 회장에게 청문회 참석을 요구한 상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