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편집권 침해' 논란..."사장·편집인, 편집권 침해 아냐"

노조 "감사결과 비판적으로 본다...구성원 의견 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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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한겨레21 제1186호 표지기사 <어떤 영수증의 고백(이하 표지이야기)>을 둘러싼 ‘편집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와 편집인의 행위가 ‘편집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는 내부 감사결과가 나왔다.


한겨레는 19일 이메일을 통해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한겨레21 편집권 침해 논란 감사보고서(요약본)’를 구성원들에게 공유했다. 이상근 감사는 해당 보고서에서 양상우 대표이사의 편집권 침해에 여부에 대해 “한겨레신문에서 편집권은 편집인 또는 기자에게 독점적, 배타적으로 부여되는 법적권리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편집인, 편집국장, 기자들이 공유하는 권리”라며 “대표이사가 편집장에게 표지이야기의 함량미달을 지적하고 기사의 품질제고를 요청한 것은 회사의 모든 업무에 대한 총괄책임을 지는 대표이사로서 부적절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종구 편집인의 편집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도 “편집인은 한겨레신문사에서 생산하는 콘텐츠의 논조를 지도하고 조율할 권한과 책임을 진다. 따라서 편집인이 2017년 11월1일부터 11월3일까지 표지이야기와 관련하여 취한 행위들은 편집인의 권한을 벗어난 편집권 침해 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발행된 한겨레21 제1186호 표지기사 <어떤 영수증의 고백-박근혜 정부, 재벌-보수단체 커넥션>을 놓고 한겨레 내부에서 편집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사진은 한겨레21 제1186호 표지(왼쪽)와 지난해 12월16일 발행된 ‘진보언론’ 2면 기사 캡처.

▲지난해 11월 발행된 한겨레21 제1186호 표지기사 <어떤 영수증의 고백-박근혜 정부, 재벌-보수단체 커넥션>을 놓고 한겨레 내부에서 편집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사진은 한겨레21 제1186호 표지(왼쪽)와 지난해 12월16일 발행된 ‘진보언론’ 2면 기사 캡처.

감사보고서는 총 세 개의 쟁점에 대한 판단을 통해 대표이사가 ‘편집권 침해를 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보고서는 ‘대표이사가 편집인, 출판국장과 회의를 통해 표지이야기 교체결론을 내리고 출판국장으로 하여금 편집장한테 전달한 행위는 편집권 침해인가’라는 각론과 관련해 2017년 11월1일 대표이사, 편집인, 출판국장의 회의가 “관행수준에 그치는 정도”였다며 “대표이사가 편집인, 출판국장과 회의를 통하여 표지이야기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회의결과 표지 이야기 교체에 대한 결론을 편집장에게 전달하도록 한 행위는 편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당시 대표이사는 회의 자리에서 “표지이야기로는 함량이 떨어지는 것 같다”, “영수증이라는 실물을 확보했으니 기사는 쓸 수 있겠으나 표지나 특집처럼 크게 쓸 기사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출판국장에게 이를 전달토록 했다. 출판국장은 길윤형 한겨레21 편집장에게 “그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할만 하냐”는 재검토의견을 전했으며, 편집장은 “기사가 출고된 뒤 한 번 더 살펴보겠다”며 표지이야기 교체를 거부했다.


앞서 한겨레 노동조합은 대표이사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며 ▲세 차례나 반복적으로 개별기사의 교체, 데스킹 등 편집에 개입했고, 똑같은 요구를 반복한 행위는 압력이며, 부당한 지위남용 행위라는 점 ▲편집책임자가 직을 걸고 거부한 ‘편집권 수호 행위’를 무시하고 기사교체를 강요했다는 점 ▲편집권을 보장받은 한겨레21 전체기자들이 공동의 입장을 성명으로 발표하면서 ‘편집권 침해’로 규정했다는 점 ▲대표이사의 유감 표명 메일에도 한겨레 구성원 80명이 대표이사의 편집권 침해 인정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점을 근거로 든 바 있다.


‘대표이사가 사장실에서 편집장에게 표지이야기 초고에 밑줄을 치면서 의견을 제시한 행위’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편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2017년 11월3일 대표이사의 편집장 면담 동기가 두 차례 보직 사퇴의사를 밝힌 데 대한 인사권 문제에서 비롯됐고, 그 배경이 표지이야기와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에 의견제시가 나온 것이었으며 “사전에 계획되거나 의도적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우발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게재했다. 또 이날 제시된 의견은 앞선 1일 회의에서 논의돼 이미 상당 부분이 기사에 반영된 상태였고, “(대표이사가) 제3자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메모를 휘갈겨 쓰면서 표지이야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편집장은 대표이사가 개진한 의견을 반영할 요량으로 밑줄 그은 표지이야기 초고 프린트물을 대표이사에게 달라고 해서 가져갔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표이사가 프린트물에 밑줄을 치면서 의견을 제시한 행위는 편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표이사가 편집장에게 표지이야기에 대한 의견제시 사항을 카카오톡 문자로 발송'한 데 대해서도 보고서는 ‘편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는 앞서 3일 대표이사와 편집장이 사장실 면담을 마치고 오후 6시3분부터 6시19분까지 카카오톡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에 대한 것이다. 보고서는 카톡이 사장실 의견제시의 연장선상이며, 편집장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언명한 점을 들어 편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보고서는 김종구 편집인의 편집권 침해와 관련해서도 “LG임원은 편집인만 만나서 해명 및 요청사항을 하소연한 것이 아니라 2017년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담당팀장, 편집장, 출판국장, 광고담당 이사 등을 만나서도 표지이야기에 대한 해명 및 요청사항을 전달했다”며 “편집인이 LG임원을 만나서 해명 및 요청사항을 듣고 살펴보겠다고 한 행위 자체는 편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편집권 침해 논란에 대한 감사결과와 함께 ‘편집권 독립을 위한 사규의 정비 및 운운영’,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학습과 토론을 통한 신뢰구축’ 등을 제안했으며, 이 건과 관련한 대표이사, 한겨레21 김 모 기자의 SNS활동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했다.


이번 감사보고서는 ‘편집권 침해’ 논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한겨레신문 노동조합이 감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건은 앞서 2017년 11월1일 김종구 편집인이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LG전무와 마주치며 시작됐다. 전무는 한겨레21이 (주)LG가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단체에 1억 원을 지원했다는 세금계산서를 입수한 뒤 관련 보도를 준비하는 것을 알고, 기자들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 참이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무는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한겨레21 팀장, 편집장, 출판국장, 광고담당 이사 등을 만났다. 또 편집인을 만난 자리에서도 기사에 대해 얘기했다.


이후 한겨레21 기자들을 비롯해 노조, 편집인, 출판국장, 편집장 등 관련자가 모두 성명과 입장문을 내며 팽팽히 맞서왔다. 편집권 침해 여부와 별도로 이번 사안이 자본권력과 상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나왔다. 한겨레21 기자들은 당시 성명에서 “편집인은 기사가 작성되기 전인 지난 1일 LG임원과 만난 뒤 편집장에게 ‘표지기사로 가치가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LG쪽의 일방적인 해명을 근거로 한 문제제기였다”며 “현 경영진은 그동안 단 한 번도 한겨레21 기사의 품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경영진은 유독 광고주가 강하게 어필한 이번 기사에 대해서만 품질을 문제 삼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편집인은 반면 “LG 광고가 현안으로 걸린 것도 없고, 그 기사를 표지에 올리든 올리지 않든 LG와의 관계가 크게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제가 이 기사를 들여다본 애초 계기는 LG쪽의 하소연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순간에 LG와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 되고 말았다. LG에 잘 보이고, 광고를 더 따내기 위해서라는 경영상의 목적이 결코 아니“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한겨레신문 노조(언론노조 한겨레지부)는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불만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정구 언론노조 한겨레지부장은 “사실 다른 언론사에선 논의조차 안 되는 사안이긴 한데 우리나라 편집권을 상징하는 언론사라 논란이 됐던 거고 구성원들 사이에서 논의가 이뤄진다는 거 자체는 좋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결론이 이렇게 난 부분, 즉 판결(감사결과)에 대해선 비판적”이라고 밝혔다. 지 지부장은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 조만간 소식지를 통해 보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노조는 지난 17일 주주총회를 통해 자리에서 물러난 이상근 감사의 사퇴배경과 새 감사 추천 절차 진행에 대해서도 성명을 통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노조는 지난 12일 “이번 주총에서는 지난 1년 간 노조에서 공론화하고 감사청구한 이슈들이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그런데 해당 사안에 대한 감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채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은 신임 감사를 이사회에 추천했고, 17일 주총에서 승인받은 절차를 앞두고 있다. 노조는 현 감사 사퇴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우리사주조합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새 감사 추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더구나 현 감사는 아직 양상우 대표이사의 편집권 침해 사태 관련 감사 결과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8일 착수돼 지난 5일까지 진행된 이번 감사결과는 지난 17일 한겨레신문 이사회에서 보고됐으며 새 감사 역시 이날 임명됐다. 한겨레21 기자들은 이번 감사결과에 대한 입장과 표명여부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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