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장직 물러난 이완기, 청와대 낙점 관행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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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방문진 관계자는 15오늘 이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는 22일 새 이사장에 대한 투표가 이뤄질 예정인데, 그때까지 이사 가운데 연장자인 김상균 이사가 직무대행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5일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뉴시스)

▲15일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뉴시스)

이 이사장은 15일 방송문화진흥회의 온전한 독립을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오늘 이사회를 끝으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직에서 물러난다. 지난해 112일 갑작스럽게 이사장직을 맡아 방문진의 독립과 MBC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저의 부덕과 능력의 부족함으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퇴 의사를 전했다.

 

A4용지 3장에 달하는 입장문에는 방문진 이사와 이사장 선임방식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이 이사장은 우선, 방문진의 이사 선임 방식은 아직도 법과 규정이 아닌 과거의 관행에 의존하고 있다. 그동안 방문진 이사의 인선은 실질적으로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주도해왔고 정작 임명권자인 방통위는 임명에 필요한 요식행위에 머물러 있었다. 법과 실제가 괴리되어 있는 이러한 모습은 법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의 소재를 모호하게 하고, 방문진의 고질적 문제인 정파성을 증폭시키며, 궁극적으로 방문진과 MBC의 정치적 독립에 장애요소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장의 결정 방식 또한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방문진법에 방문진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하게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을 앞세워 청와대가 낙점해 왔고 이사회는 그 요식절차를 수행해왔다지난 1월 초 여성 원로가 방문진 이사로 임명되면서 방통위의 한 상임위원이 이사장은 여권 이사 중에 연장자가 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방문진의 일부 이사는 유사한 내용을 언론에 전달했다고 꼬집었다.

 

이 이사장은 당시 (저는) MBC 계열사와 자회사 임원 선임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악의적인 소문은 끊이질 않았다. ‘이사장이 자리욕심 때문에 이사장직을 놓지 않고 있다’ ‘MBC 계열사의 임원 선임을 이사장이 좌지우지한다는 등의 악성 루머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국 핵심은 방문진의 정치적 독립이다. 그것은 정파와 이념의 벽에서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완성된다. 방문진 이사는 정파와 이념이 아닌 법과 상식과 개인의 사회적 양심에 따라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장직에 대한 방문진 안팎의 갈등설은 지난 1월부터 불거졌다. 당시 보궐이사로 선임된 지영선 이사가 차기 이사장감으로 거론되며 임명됐으나, 이사장 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완기 이사장의 자리욕심 때문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이사장 후보로 거론됐던 지 이사는 결국 2월 사퇴했고, 이 때문에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지 이사가 압박을 받고 사퇴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당시 지 이사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갈등설에 대해 전혀 아니다처음부터 8월 임기를 마치고 여유롭게 이사장이 돼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벌여놓은 일이 진행 중이니까 다 마무리된 후 (이사장 돼도) 문제없다고 봤다. (이완기 이사장과) 입장 차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건강상의 이유다. 눈이 원래 좋지 않았는데 나아지다가, 방문진 일을 시작하고 여러 가지 바쁘게 지내고 긴장했더니 별안간 나빠지더라. 이게 나중에 더 중책(이사장)을 맡은 후에 그렇게 되면 문제가 되겠다 싶어서 고심 끝에 내 쪽에서 빨리 정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기자협회보에 알려온 바 있다.

 

방문진은 오는 22일 이사회를 열고 새 이사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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