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경희칼럼에 5억 소송
'의견기사' 소송 이례적…언개연 "언론 길들이기" 비난
한나라당이 지난 3일자 한겨레에 실린 정경희 칼럼 ‘대쪽-귀족-언론’이 사실 왜곡으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씨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냈다.
한나라당은 서청원 대표 명의로 낸 소장에서 “악의적으로 왜곡된 이회창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하여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은 칼럼에 대해 △이회창 후보나 한나라당이 스스로 ‘귀족’이라고 하면서 상대 후보를 서민이라고 무시한다는 듯이 사실을 왜곡했고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이른바 세풍사건에 관여됐음을 확인한 듯이 허위 추측을 사실인양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단 한번도 언론사의 세금포탈을 비호한 적이 없고 △이 후보의 큰며느리는 남편 직장 때문에 외국에서 지내다 아이를 낳은 것이지 원정출산이 아니라며 칼럼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정경희 씨는 지난 3일자 한겨레 칼럼에서 “이회창 후보 며느리의 원정출산, 선거자금을 갈퀴질한 한나라당의 권력형 비리와 언론사 탈세를 ‘언론자유’로 비호한 데 대해 언론은 눈을 감고 있다”며 언론의 공정한 보도를 촉구했다.
정씨는 “언론에 대해 의문이 있을 때 물어 보라고 했다고 명예훼손이라고 소송을 한다면 이는 언론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소송은 조리에 맞지 않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대응이 언론자유를 탄압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8일 ‘한나라당은 언론 길들이기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고 “정치권력이 언론의 비판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법적인 대응을 남발한다면 언론 자유는 위축되고 그만큼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며 “한나라당의 대응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칼럼을 실은 한겨레 조상기 편집위원장은 “의견 기사에 대해 소송을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고 언론자유를 탄압할 우려가 있다”며 “소송 내용을 지면에 상세히 보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남경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언론탄압이 아니라 왜곡된 사실로 명예훼손을 한 데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반박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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