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뉴스혁신방안 살펴보니

[인터뷰] KBS 김태형 기자, MBC 임영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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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뉴스는 친절하지 못하다. 평소 뉴스를 챙겨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리포트가 수두룩하다. KBS MBC 뉴스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MBC의 한 기자는 지상파 기자들은 리포트에 너무 공을 들이다보니, 앵커가 맥락을 설명하며 이슈를 끌어가는 JTBC뉴스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무작정 심층 뉴스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쉬운 뉴스’ ‘독자가 바라는 뉴스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9일 합정역 모처 카페에서 뉴스혁신안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형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왼)와 임영서 MBC 탐사보도부장을 만났다.

▲지난 9일 합정역 모처 카페에서 뉴스혁신안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형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왼)와 임영서 MBC 탐사보도부장을 만났다.

MBC 기자들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박성제 취재센터장의 주도로 뉴스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내용은 에디터제를 도입해 이슈에 대응하자는 게 골자다. 하나의 이슈를 여러 야마로 나눠 리포트하기 위해 신속이슈대응팀을 도입,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성격이 비슷한 문화부와 사회부, 과학부와 경제부 등을 통폐합하거나, 사안별로 부서를 세분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파트별로 3명의 MC쇼 형식으로 진행하는 저녁5시 뉴스도 3월 개편에 맞춰 방송될 예정이다.

 

KBS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하고, 편집회의에 기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보도위원회를 부활시키는 혁신안을 검토하고 있다. 취재 자율성을 확보하는 기본부터 충실하자는 의미다. 기존 부단위의 조직을 팀제로 쪼개 개별 이슈를 집중보도하겠다는 전략도 논의되고 있다. 아침뉴스를 교양프로그램 형식으로 개편해 딱딱한 이미지를 벗자는 의견도 나온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9일 뉴스혁신안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형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와 임영서 MBC 탐사보도부장을 만나 구체적인 혁신 방안을 물었다.

 

김태형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

▲김태형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

-뉴스혁신안의 주요 방향은

취재 자율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바뀐 미디어 생태계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10년 전 만해도 좋은 기사 써서 TV에 노출하면 기자 역할이 다 끝났다. 지금은 어떻게 유통시키고 어떻게 시청자, 독자에게 공감을 줄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김태형)

가장 큰 원칙은 우리만의 뉴스, 우리만의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유리한 방식으로 가겠다는 거다. 결국 MBC 뉴스가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취재능력이 강화된 유능한 조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달라진 시대에 시청자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뉴스데스크만으로 소통할 것인가. 소통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한 축이다.”(임영서)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9시 뉴스에 너무 역량을 치중하면서 일어나는 부작용, 취재 역량이 아닌 제작에 치중하는 문제점이 논의 대상이다. KBS 뉴스를 보면 화려하고 깔끔하고 정돈된 거 같은데 녹화방송 같다는 얘기가 많다. 9시뉴스를 바꿔야 뉴미디어 쪽도 살아날 것이다. 또 편집의 월권이 과도한 점, 보도국장으로 대표되는 데스크의 권한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집 쪽에서 취재 방향을 정하고 9시뉴스에 넣고 빼는 것을 정하는 것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9시뉴스를 더 잘 만들려면 취재를 잘해야 한다. 취재를 잘하려면 성역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회사의 몫이다.”(김태형)

과거에는 누구보다 옥죄고 통제하는 문화지 않았나. ‘열린 자세로 접근하자는 보도국의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자율성의 제약이라는 부분은 한결 해결된 상태다. 다만 인력의 문제, 조직적인 소통의 단절 등이 효율적인 취재를 가로막고 있다. 취재능력이나 문화를 제대로 개선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임영서)

 

-조직 개편 방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등으로 나뉜 8-9개 부서를 20개 정도의 소팀제로 늘리면 인권, 장애인 등과 같이 소재별로 보도할 수 있다. 팀을 쪼개서 이슈 중심으로 보도하자는 취지다. 출입처를 당장 없애는 건 어렵겠지만 지금보다 획기적인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의견 수렴을 해서 조정을 할 계획이다. 현재 팀장-부장-주간-국장-본부장 등 간부가 많은데 간소화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은 사병이 하는데 장교가 너무 많아 수를 줄이자는 지적이다.”(김태형)

에디터제가 거론되는데 아직 논의 단계다. 기자의 뉴스, 기자의 팟캐스트 등 콘텐츠 확보 역량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만큼,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 당장 혁신하겠다가 아니라 계속 업데이트를 해나가야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임영서)

 

임영서 MBC 탐사보도부장.

▲임영서 MBC 탐사보도부장.

-백화점식 보도를 지양하고 심층 보도를 하겠다고 했는데

“JTBC뉴스룸 보도를 분석했는데 생각보다 백화점식 리포트가 많더라. 순수 기획보도물이 의외로 적었다. 결국 뉴스룸은 발생을 바탕으로 하는 기획보도가 강점이다. 중요한거 터지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미국의 중요 방송사들의 편집 방향도 그쪽이다. 사람들이 지겨워하더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계속 보도하는 것이다. 저희도 단순히 기획보도를 양을 늘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김태형)

명품 백화점을 만들면 된다. 아이템 하나하나가 굉장히 꽉 찬 밀도 높은 아이템들로 20개 이상 만들면 좋은 뉴스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층성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물론 단순히 길게 리포트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취재 역량의 강화를 통해 밀도 있는 보도를 하자는 게 주된 방향이다.”(임영서)

 

-현장감을 살려야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리포트를 채운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급한 경우에는 전화연결을 하고 불필요하면 단신으로 처리하는 게 필요하다. 또 앵커와 기자와의 자유로운 질문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 앵커가 돌발질문을 하면 취재가 아직 안됐다고 말해도 용인되는 문화다.”(김태형)

지상파 뉴스는 안정지향주의가 반영된 부작용이 있다. 시청자들은 가장 최근의 상황을 접하길 원한다. 시청자의 요구와 우리 역량의 강화를 위해서라도 녹화 비중을 줄여야 한다.”(임영서)

 

-메인 뉴스 외 혁신 방향이 있다면

위클리 프로그램을 구조조정 하는 방안과 함께 미디어비평프로그램을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지금은 종편도 있고 온라인 미디어도 있고 포털도 있어서 미디어관련 뉴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미디어 관련해서 시민들의 알권리가 필요한 부분이 커졌다고 보고, 미디어 비평관련 위클리 프로를 신설할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김태형)

보도국 기자들이 뉴미디어 일이 나의 일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 뉴미디어 전담 인력도 필요하겠지만, 취재기자들이 공급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자세 전환이 중요하단 의미다. (뉴미디어 텍스트를 위해) 긴 글인 롱텀뉴스를 송고하고 이를 평가하자는 의견도 나온다.”(임영서)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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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관행 걷어내고 조직문화 뉴스혁신


-KBS MBC 만만찮은 재건 작업

 

잠을 제대로 잔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에요. 복귀의 기쁨만큼 피로가 쌓였죠. ‘1년만 더 고생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파업을 마치고 보도국에 복귀한 KBS MBC 공영방송사 기자들이 재건 작업에 안간힘이다. 특히 정상화 두 달을 맞이한 MBC 기자들은 복귀하자마자 뉴스데스크 개편에 투입되며 극심한 업무과다를 토로한다. MBCA 기자는 정치부의 경우 여당 5, 야당 3명에 불과하다. 7년 전에 여당 7, 야당 4명일 때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나왔는데 지금은 더 적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정우 MBC 보도국장이 지난달 29일 국장 정책설명회에서 보도국 기자들과 만나 뉴스혁신방안을 논의했다.

▲한정우 MBC 보도국장이 지난달 29일 국장 정책설명회에서 보도국 기자들과 만나 뉴스혁신방안을 논의했다.

 

MBC 뉴스데스크에 투입되는 기자는 현재 간부를 포함해 90여명.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보도국을 떠난 지 5~6년 만에 복귀한 기자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적응 기간 없이 필드에 투입되며 말 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주로 사회부에 배치된 젊은 기자들이 재건도 중요하지만 근로환경 개선도 절실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7일 근무를 연이어 하고 있는 MBCB 기자는 무작정 일에 몰리는 건 성급한 오보만 낳는다. 타사에서는 뇌출혈로 쓰러진 기자가 있다고 들었다. 졸음으로 인한 사고가 남의 얘기가 아니라며 하루 이상 연속 근무하는 야근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경력기자들의 공백도 인력난을 가중시킨다. 현재 MBC에는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전 사장 하에서 채용된 경력기자 120여명 가운데 30~40명이 보도국에서 일하고 있고 나머지는 다른 곳으로 파견돼있는 상태다. 대개 이들은 지난 정권 하에서 정부비판 보도를 묵인·축소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자들이다. B 기자는 일이 주어지지 않는데도 태평하게 놀면서 월급만 받아가는 게 더 문제라며 아무리 인력이 부족해도 이들을 써서는 안 되지 않겠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부터 업무에 복귀한 KBS도 고민이 상당하다. 평창동계올림픽 중계를 위한 TF6개의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일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체제 간부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과도기에 한계가 있어서다. KBSC 기자는 보도 자율성 면에서는 확실히 달라지긴 했지만, 간부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자율성이 완전히 확보된 건 아니라며 새 사장이 최종 임명되기까지 시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조직 개편과 뉴스혁신, 인력 충원 등을 대비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달 22일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은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고대영 KBS 사장 해임을 촉구했다. 이날 KBS 이사회는 고대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뉴시스)

▲지난달 22일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은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고대영 KBS 사장 해임을 촉구했다. 이날 KBS 이사회는 고대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뉴시스)

에이스들이 눈에 띄게 준 것도 걱정거리다. 노후화된 조직 체계가 보도 한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KBSD 기자는 재작년에 신입을 뽑지 않으며, 공백의 여파가 2년이 지난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에서 인정받는 기자들이 주요 취재 파트에서 몇 년 동안 벗어나, 후배들은 좋은 선배 밑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KBS는 지난해 연말 신입 공채를 내고 인력 수혈을 대비하고 있는 상태다.


KBS기자협회는 사문화됐던 보도위원회를 부활시켜 취재 자율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년 이상의 고참 기자 5명으로 구성된 보도위원이 편집회의에서 나온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반영하는 시스템이다. 그간 사측이 방송법 편성규약에 명시된 보도위원회 규정을 무시해 보도가 망가졌는데, 이를 정상화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불필요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KBS 혁신팀의 주요 과제다. 선후배 간의 상명하복식 문화를 없애고 자유로운 발제 문화부터 일궈야 한다는 젊은 기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서다. 뉴스혁신안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형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는 평소 후배들이 과거에 좋은 보도를 많이 했다고 하는데 내가 겪은 선배 중엔 없어서 잘 모르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망가진 취재 시스템 복원은 변화한 방송 환경에 맞게 보다 발전된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우 MBC 보도국장.

▲한정우 MBC 보도국장.

3월 개편을 앞둔 MBC도 이달 초 8명의 신입기자를 선발하기 위해 채용 공고를 내고 혁신에 돌입했다. 수습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개선과 함께 내부 기자들을 위한 저널리즘 교육 방안도 준비 중이다. 복귀 초반에 불거진 지인 인터뷰논란과 같이 잘못된 관행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는 의도다. 뉴스혁신 담당 임영서 MBC 탐사보도부장은 부장들만의 문제의식이 강고하게 후배에게 전달되는 탑다운문화와, 판에 박힌 제작방식 등에 대한 과감한 변화를 모색 중이라고 했다.

 

한정우 MBC 보도국장이 지난달 29일 국장 정책설명회에서 각 부서에서 수습기자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을 제시해달라고 밝힌 것도 이런 취지다. 한 국장은 경찰기자 교육은 일본에서 넘어온 100년 된 방식으로, 뉴미디어 시대에도 계속 하고 있는 건데 이게 타당한지를 두고 논의 중이라며 신입기자가 들어오면 한국 사회가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지 이해할 수 있도록 각 부서에 배치해 배우게 하고 네트워크도 만들게 도와 달라. 기자 재교육도 이런 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한 국장은 부장과 국장, 취재기자의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청원게시판활성화와 편집회의 공개 방안도 논의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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