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날 것 그대로…외압 굴하지 않고 직진"

[인터뷰]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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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목록에서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국회의원으로부터 압력이 여러 가지 경로로 들어오고,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전혀 확보할 수 없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검사로서 상당히 무섭고 위축되는 일이었습니다.”


지난 4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 현직 검사가 폭로한 내용이다. 안미현 검사는 “지난 4월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수사하던 중 최종원 춘천지검장으로부터 ‘불구속으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외압의 당사자로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을 지목했다. 인턴비서로 일했던 하모씨를 비롯해 10명 이상의 직원을 강원랜드에 취업하도록 부정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권 의원으로서는 꼼짝없이 해명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지난 1일 오전 스트레이트팀이 첫 방송(4일)을 앞두고 회의 도중 취재에 여념이 없는 모습. 왼쪽부터 권희진 MBC 보도제작2부 차장, 전영우 MBC 보도제작2부 부장, 주진우 시사인 기자, 전동건 보도제작국장.

▲지난 1일 오전 스트레이트팀이 첫 방송(4일)을 앞두고 회의 도중 취재에 여념이 없는 모습. 왼쪽부터 권희진 MBC 보도제작2부 차장, 전영우 MBC 보도제작2부 부장, 주진우 시사인 기자, 전동건 보도제작국장.


배우 김의성과 주진우 기자의 진행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 스트레이트는 이날 강원랜드 채용 비리뿐만 아니라 삼성 승계 작업의 내막,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 투자, 다스(DAS) 미국법인 등을 첫 아이템으로 꼽았다. 스트레이트팀 소속 7명의 기자들이 매일 밤잠을 설치며 추가 취재를 하고 팩트 확인을 이어나간 이유기도 하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1일 서울 상암동 MBC 스트레이트 사무실에서 막바지 마감을 앞두고 분주한 이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권희진 차장과 전영우 부장.

▲왼쪽부터 권희진 차장과 전영우 부장.


“시민들의 촛불 혁명으로 성역 없는 취재 공간이 생겨 굉장히 기뻐요. 그동안 MBC와 기성언론이 다루지 못했던 소재와 시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거잖아요. 동시에 특정 정권에 맞춰 보도해온 MBC 이미지를 빨리 변화시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권희진 차장)


“예전에 ‘뉴스후’와 ‘시사매거진 2580’이 MBC 탐사보도의 ‘커다란 그릇’이었는데, (지난 정권 하에서) 뉴스후는 강압적인 방식으로 폐지됐고, 2580은 진실이라는 단어조차 못 쓸 정도로 무력화 됐죠. 스트레이트를 다시 시작하게 된 건 시청자들이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전영우 부장)

권희진 MBC 스트레이트 담당 차장.

▲권희진 MBC 스트레이트 담당 차장.


MBC 탐사보도하면 시사매거진 2580을 떠올리는 시청자가 많다. 탐사와 피처 등 3가지 소재를 완결성 있게 다루는 2580과 달리, 고발 아이템만을 즉각적으로 내보내는 건 스트레이트만의 차별화다. 전 부장은 “새로운 내용뿐만 아니라 언론이 알면서도 쓰지 않은 내용을 발굴해 최대한 뜨끈뜨끈하게 전달하는 게 목표”라며 “VCR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녹화를 넣어서 시청자들이 사건의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도 이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영우 MBC 스트레이트 담당 부장.

▲전영우 MBC 스트레이트 담당 부장.


“스트레이트는 녹화를 하는 최후 순간까지도 펄펄 뛰는 걸 가져와서 생생한 날것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뜻이에요. 거칠더라도 신선한 것을 쓰겠다는 의미죠.”(권희진 차장)


“부패나 비리를 다루게 되면 압력과 회유가 들어옵니다. 스트레이트에는 굴하지 않고 시선 뺏기지 않고 직진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어요.”(전영우 부장)

지난 4일 첫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지난 4일 첫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배우 김의성과 주진우 기자와의 협력도 눈여겨볼만 하다. 특히 타사 기자가 진행자로 출연하는 건 업계에서 보기 드문 일인 만큼, 주 기자와 취재 공유를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의 여부도 관심사다. 전 부장은 “주 기자는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홀로 탐사보도를 해온 몇 안 되는 기자다. 함께 취재하면서 그 만의 장점과 우리만의 장점을 활용해 최대 성과를 낼 계획”이라며 “‘진실을 밝히겠다’는 면에서는 MBC든 시사인이든 목표가 같은 만큼, 타사라는 건 전혀 신경 쓸 대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스트레이트는 3월4일 두 번째 방송을 준비 중이다. 이날 1회에서 다루지 못한 세월호 아이템도 보도될 예정이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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