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실습생 사망사건' 제주CBS·한겨레 이례적 동시 수상 눈길

제327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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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5·18 침묵의 카르텔 깨뜨리다’ 기자의 끈질긴 노력 호평


제327회 이달의 기자상은 많은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1건, 방송 부문 1건, 지역취재보도 부문 2건, 전문보도부문 1건 등 5건의 수상작을 배출했다. 이번 출품작 가운데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엇갈려 최종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발굴과 격려’라는 시상 목적을 따져본다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며, 취재 현장에서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더욱 사회적 파급력과 의미가 큰 보도를 위해 분발해주길 기대하는 심사위원들의 제언이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한겨레신문의 ‘18살 고교 실습생은 왜 죽음으로 내몰렸나’는 지역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인 제주CBS의 ‘누가 18살 민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제주 현장 실습 사망사고 최초 연속보도’와 심사 초반부터 같이 논의됐다. 제주CBS는 최초 보도부터 가족, 기업 등 관련자 인터뷰와 후속 보도까지 충실한 현장 보도로 눈길을 끌었다. 한겨레신문은 최초 보도는 아니지만 1면 심층 보도를 통해 사건 자체를 이슈화하고 다른 언론사들의 후속보도를 끌어낸 점이 높이 평가됐다. 통상 이 같은 기사의 경우 최초 보도에 더 비중을 두게 마련이지만, 충실한 심층 및 기획보도의 의미도 중요하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나오면서 두 작품이 모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주CBS는 가족들의 심정까지 배려한 따뜻한 보도태도가, 한겨레는 경쟁 속 협업을 촉발한 파급력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결국 이례적으로 같은 사건에 대한 취재·기획 두 부문에서 각기 다른 언론사가 상을 받게 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 JTBC의 ‘삼성전자 직업병 첫 사망 54명 확인 분석’ 보도는 이미 반올림 등을 포함한 관련 단체의 자료와 재판 과정 등을 통해 축적된 내용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내용상으로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자본에 의한 언론의 지배가 심화되는 한국 언론 상황에서 그동안 소수 언론만이 일부 다뤘을 뿐 대다수 언론들이 외면했던 내용을 삼성그룹과 연관성이 큰 JTBC가 방송으로 용기 있게 보도했다는 점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심사위원이 적지 않았다. 이번 시상은 내용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취재 보도를 기피하는 다른 언론사들이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해 주길 바라는 기대와 더불어 경고의 의미도 담았다.


지역보도 취재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광주일보의 ‘견고하던 5·18 침묵의 카르텔을 깨뜨리다’ 기사는 그동안 간헐적으로 나왔던 공수부대 일반 사병들의 증언과 달리 영관급 장교가 실명 인터뷰를 통해 5·18의 실상을 일부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해당 인물을 장시간 설득해 인터뷰에 응하게 하고 5·18 유골 암매장 장소까지 지목하게 만들었으며, 유해발굴단 결성까지 이끌어낸 기자의 끈질긴 노력은 상찬할 만하다는 평가였다. 현재 유해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인터뷰의 진실성이 검증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음을 밝혀둔다.


전문보도부문 수상작인 한겨레신문의 ‘불타버린 코리안드림’은 인상적인 사진과 스토리텔링을 엮어 메시지를 극대화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수상자인 김성광 기자는 시리아 난민사태, 홍콩 우산혁명 등 주요 사건의 현장마다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하는 등 기자로서의 프로의식이 남달랐고,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사진기자와 취재-편집 기자 간 영역이 무의미 해지는 디지털 시대 영상 저널리즘의 모범사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끈질기게 자신만의 보도세계를 개척해가는 기자의 자기계발 노력과 저널리즘의 성과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수상의 영광을 안은 기자들에게는 박수를, 좋은 작품을 위해 밤을 지새우며 취재하고 보도를 했음에도 아쉽게 탈락한 기자들에게는 격려와 기대를 보낸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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