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내보내면 디지털 순항할까

중앙 편집국, 선데이 분사 술렁
시니어 기자들 계열사로 이동
"일방통행 통보…해결책 아냐"
사측 "디지털 매진 인력 재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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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라는 자부심이 흔들린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왠지 모르게 발가벗겨진 기분이다.”
“앞으로 비슷한 위기에 처했을 때 또 이런 일방통행식 해결책을 내놓지 말란 법이 없다. 아무리 ‘경영적 판단’이더라도 구성원을 너무 간과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중앙일보 노조가 12일 발간한 노보에 담겨 있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다.


지난 6일 새로운 편집국 조직개편안이 공개된 후 중앙일보는 구조조정 불안감으로 술렁이고 있다. 이날 오병상 중앙일보 편집인이 설명회를 열어 현재 편집국에 속한 선데이를 계열사인 중앙일보플러스(플러스)로 옮기고, 여기에 중앙일보 시니어 기자들을 대규모로 보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중앙SUNDAY를 분사하고 여기에 시니어 기자들을 보낼 방침을 밝히면서 중앙일보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회사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한 개편이라는 입장이지만 기자들은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앙일보가 중앙SUNDAY를 분사하고 여기에 시니어 기자들을 보낼 방침을 밝히면서 중앙일보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회사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한 개편이라는 입장이지만 기자들은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플러스는 월간중앙, 포브스, 이코노미스트 등 시사잡지와 중앙일보 일부 섹션면을 제작하는 곳이다. 선데이가 플러스로 적을 바꾸면 담당 기자들의 소속도 본사에서 계열사로 변경된다.


이를 두고 오 편집인은 중앙일보라는 큰 배가 좌초되는 걸 막기 위해 무거운 짐과 일부를 옆 배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삼성광고 중단 등으로 수백억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앙일보의 ‘무거운 짐’이 된 시니어들은 선데이행을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앙일보 한 기자는 “개편 설명회에서 오 편집인은 회사의 어려운 경영사정이나 고령자가 많은 인력구조를 이야기했다. 결국 인건비 절감이라는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대상이 된 시니어들 사이에선 배신감과 허무함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자는 “부장급, 선임기자, 논설위원들이 대상자에 올랐고 이중 20~40명이 선데이로 보내질 것이란 말이 나와 내부 분위기가 살벌하다”며 “회사에선 플러스로 이동해도 연봉은 동일하다지만 그 이후를 어떻게 장담하겠나. 다들 구조조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 관계자는 구조조정 우려에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중앙일보는 디지털 콘텐트에 집중하고 분석 기사 위주인 선데이는 시사매거진을 만드는 플러스로 보내 시너지를 내려는 것”이라며 “중앙일보 토요일자를 없애고 선데이를 토요일에 발행하는 게 편집인께서 발표한 구상 중 하나”라고 밝혔다.


중앙일보가 표면적으로 내건 개편 이유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다. 올해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온 디지털에 매진하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한다는 것이다. 고연봉자인 시니어들을 계열사로 내보내 인건비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회사가 이들을 디지털 전환 과정의 ‘무거운 짐’으로 판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중앙일보 한 시니어 기자는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가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데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다만 디지털로 가는 과정에서 너무 갑작스럽다”며 “신문업계가 다들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데 디지털화하자고 발버둥 치다가 더 빨리 가라앉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밖에서도 중앙일보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언론에서 디지털 혁신을 선도해온 중앙일보의 인건비 절감 움직임이 다른 회사로까지 번질 여지가 충분하다. 역삼각형 인력구조, 경영난, 디지털화 등 언론계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결국 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종합일간지 국장급 기자는 “이런 방향이라면 결국 중앙일보의 혁신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다른 회사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간지에서 디지털을 담당했던 한 부장은 “거의 20년 전 CTS가 처음 들어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 같다”면서 “중앙일보 개편안이 나이든 사람 쳐내기라면 문제겠지만 전략적인 재배치라면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이달 말 예정된 대규모 인사 때 선데이행 명단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편집국을 편집인 아래 4개 국장(선데이국장, 편집국장, 제작국장, 디지털국장)과 논설주간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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