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사장의 MBC에 바란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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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로 오랜 세월 힘겨운 시절을 보냈던 해직 언론인이 사장으로 선임되어 복귀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그는 2012년 평조합원으로 참여했던 ‘170일 파업’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해고됐고, 이후 백종문 부사장은 ‘증거가 없지만 해고했다’고 발언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을 일으켰다. 어쨌든 최승호 신임 사장은 지난 세월 해직 언론인이었고 MBC에 출입도 못하며 사실상 부랑인 취급을 당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는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나머지 해직 언론인 5명에 대한 복직 조치를 취했다. MBC 사측의 상고로 대법원에 2년째 계류돼 있던 해고무효소송에 대해 상고를 취하함으로써 ‘해고는 무효’라고 결정했던 고법 판결문이 확정되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이용마, 박성호, 정영하, 강지웅, 박성제 등의 복직이 확정됐고 이들은 지난 11일 감격의 출근을 했다. 선후배 동료들의 따뜻한 환호를 받으며 암 투병 중에서도 출근행사에 참석한 이용마 기자가 ‘MBC뉴스 이용마입니다’를 말하는 모습은 사뭇 감격적이었다.


최 사장의 선임과 함께 MBC는 속도감 있게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모습이다. 보도본부의 경우 본부장, 실·국장, 부장, 평기자 인사까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측의 보복성 부당전보로 오랜 세월 취재보도 현장에서 일하지 못했던 기자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다. 아직 준비체제인 지금은 임시 뉴스가 나가고 있지만 다음 주 중 정상화를 목표로 뉴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앵커 선임 또한 완료했다. <PD수첩> <MBC스페셜> 등 시사교양국의 간판 프로그램 또한 지난 정권 시절 방송장악과 그로 인한 보도 참사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를 담은 방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옛 명성 되찾기에 나설 태세다.


그러나 공영방송 MBC의 재건은 이제 겨우 첫 발을 뗐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난 시기 방송장악의 잔재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청산이다. 국가정보기관까지 동원한 구 정권의 MBC 파괴 공작에 협력하며 ‘블랙리스트’ 작성과 불법 징계, 대규모 부당전보, 편파 왜곡 보도 등을 주도한 이들에 대해 단호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확실한 반성과 청산이 절실하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지난 시절 MBC가 겪었던 비극은 또다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한동안 MBC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권력으로부터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도·제작 환경에서 만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시기 MBC가 그토록 파괴된 이유는 정권 그리고 정권에 협력하는 경영진 간부들로 인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검열과 탄압, 추방 속에 언론인들이 자기검열을 내면화하며 도구적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던 역사가 다시 반복되어선 안 된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일각에선 최승호 사장 선임과 해직자 복귀 등과 같은 흐름이 현 정권의 방송 장악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터무니없는 정치공세임이 명확하지만 그럼에도 향후 MBC가 권력으로부터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고히 지켜내지 못한다면 그러한 종류의 공세는 더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콘텐츠의 창의성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마지막으로 방송계 내부의 고용 불안정 실태에 대해 MBC가 선구적인 대처에 나서기를 바란다. MBC는 파업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프리랜서가 파업 지지를 선언하며 회사를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MBC는 정규직만의 MBC일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현존하는 고용 불안정, 불공정 노동의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대책마련에 나서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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