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출근…"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는 것 같다"

이용마 기자 휠체어 타고 복직
해직PD 출신 최승호 사장 선임
보도국 인적쇄신 등 정상화 박차
박성호·손정은 뉴스데스크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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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PD가 사장이 되고 해고된 동료들이 복직되기까지 MBC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드라마를 현실에서 일궈냈다. 11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광장 앞에는 600여 명의 MBC 구성원들이 복직하는 선배들을 맞이하기 위해 진풍경을 이뤘다. 이른 아침부터 레드카펫과 현수막 등을 준비한 MBC 기자, PD, 아나운서 등 구성원들은 복직자 6명이 사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폭죽을 터뜨리며 축하했다.


이날은 6명의 해직언론인이 5년 만에 복직하는 날이다. 지난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간 파업을 벌이다 해고된 강지웅·박성제·박성호·이용마·정영하·최승호가 그 주인공이다. 최승호 사장은 행사 시작 전 기자협회보와의 만남에서 “투병하고 있는 이용마 기자와 함께 복직하는 동료들과 MBC에 들어가는 건, ‘회복됐다’ ‘되찾았다’의 상징적인 의미로 볼 수 있다”며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다. 정의가 승리하는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으로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을 이끌다 해고된 이용마 기자 등 5인(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정영하 최승호)이 11일 오전 서울 상암MBC에서 복직 후 최승호 사장과 함께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은 출입증을 찍고 들어오는 이용마 기자의 모습. 이 기자는 지난해부터 암 투병 중이다.																			 (뉴시스)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으로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을 이끌다 해고된 이용마 기자 등 5인(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정영하 최승호)이 11일 오전 서울 상암MBC에서 복직 후 최승호 사장과 함께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은 출입증을 찍고 들어오는 이용마 기자의 모습. 이 기자는 지난해부터 암 투병 중이다. (뉴시스)

이날 행사에는 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도 참석해 동료 선후배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휠체어를 타고 사옥을 찾은 이 기자는 후배가 전달해준 ‘MBC 사원증’을 목에 걸며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해고되던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복직을 의심해본 적 없었는데도, 막상 현실이 되니까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엄동설한을 무릅쓰고 나와 주신 촛불 시민의 위대한 심정을 잊지 말아 달라. 그동안 사회적 약자의 억울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는 때가 많았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변도 돌아봐 달라. 1년 이상 길거리에서 함께 싸웠던 동지들이 바로 옆에 있다. 집합적 지혜라는 게 뭔가 공동체 의식을 통해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MBC가 망가진 건 구성원들이 원치 않는 사람을 내려 보내고 은밀한 의도를 관철시키는 ‘사장의 인사권’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이 지난 7일 최종 면접 때 강조한 말이다. 사장의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지난 5년간 MBC 밖에 쫓겨나 있으며 그 누구보다 깊게 체감한 그다.


사장이 되자마자 인사 개편한 것도 이 이유에서다. 그동안 정권을 비호해온 세력, 이른바 적폐인사로 얼룩진 보직 간부들은 최 사장이 임명되자마자 면보직됐다. 대신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 이후 사측에 의해 부당하게 전보된 인사들이 돌아와 중책을 맡게 됐다. 특히 한정우 보도국장은 직전 문화사업국(경인지사) 소속으로 유배지에서 고초를 겪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준우 정치부장(1993년 입사) 역시 파업 이후 보도국에서 배제돼, 유배지인 신사업개발센터에서 일해 온 인사다.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의 앵커도 이날 기존의 배현진 앵커가 물러나고, 임시 진행자인 김수지 앵커로 교체된 가운데, 오는 18일부터는 박성호 기자와 손정은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건네받을 예정이다. 박성호 기자는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을 170일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5년 만에 복직했다. 손정은 아나도 파업에 참여한 이후 사측에 의해 보복인사를 당하며 카메라 앞에 서지 못했다.


“이게 정말 국민이 우리에게 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 공영방송 MBC가 국민에게 다가갈 기회가 없는 게 아닌가.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일으켜 세우겠습니다. 가용한 모든 재원 사용해서 콘텐츠를 일단 되살려내야 합니다.” 최 사장이 강조한 대로 MBC 재건 작업은 차곡차곡 실현되고 있다. 이날 국 부장단 인사개편 뿐만 아니라 임원진 인사도 단행됐다. 변창립, 조능희, 구자중, 박태경, 정형일, 김종규 등 6명의 이사가 선임된 것.


MBC 관계자는 “보도 정상화라는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인사개혁부터 빠르게 이뤄졌다. 내년에는 신입 사원 채용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최 사장은 지난 1일 사장 후보자 정책설명회에서 “내년 초에 전 부문의 신입 공채를 실시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우수 인재를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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