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저녁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는 500여명의 MBC 구성원들로 북적였다. 해직언론인 6인(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의 복직을 환영하기 위해서다. 이날 MBC는 오전부터 이들의 첫 출근을 반기는 선후배들로 가득 찼다.
이들 6명의 해직언론인은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지난 8일 최승호 사장과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해고자 복직 노사공동선언’에 합의하며 바로 복직됐다.
이날 저녁 행사는 MBC본부 노동조합 출범 당시 윤도한 1호 조합원이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고 축하했다. 윤 조합원은 “30년 전 6월 9일 연세대생 이한열 군이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쓰러졌다. 당시 MBC 중계차 카메라는 돌팔매를 맞기도 했다”며 “30년 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노조의 출발은 여기였다”고 설명했다.
외부 인사들도 참석해 축하를 이어갔다. KBS 정상화를 위해 단식 투쟁 중인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우리 형제들이 돌아와서 정말 좋다. 앞으로 MBC의 마당에 꽃을 피우고 나무를 크게 키우는 일을 우리 모두가 함께 해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YTN도 칼을 갈고 있고 KBS도 조만간 정상화를 앞두고 있다. SBS도 사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해 공익성을 강화하고 있다. MBC는 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승호 사장은 “노조가 30년이 됐다. 어마어마한 세월이다. 30년동안 MBC노조는 초심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보기 드문 조직이다. 가혹한 탄압을 뚫고 마침내 승리할 수 있었다는 건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라며 “많은 동지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최 사장은 “이제는 우리가 그동안 못했던 것, 국민 여러분 마음으로 들어가서 국민의 마음을 방송 위에 제대로 펼쳐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장실이 있는 14층이 탁한 기운이 이제 많이 없어졌다. 맑은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며 “MBC가 국민 마음 깊이 자리잡는 그 날은 올해가 가기 전에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이뤄진 행사에는 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도 참석해 동료 선후배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휠체어를 타고 사옥을 찾은 이 기자는 후배가 전달해준 'MBC 사원증'을 목에 걸며 “우리 모두가 이제 하나가 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해고되던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복직을 의심해본 적 없었는데도, 막상 현실이 되니까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엄동설한을 무릅쓰고 나와 주신 촛불 시민의 위대한 심정을 잊지 말아 달라. 그동안 사회적 약자의 억울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는 때가 많았을 것이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변도 돌아봐 달라. 1년 이상 길거리에서 함께 싸웠던 동지들이 바로 옆에 있다. 집합적 지혜라는 게 뭔가 공동체 의식을 통해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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