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 이유? 절박함 때문...방통위 즉각 KBS 비리이사 해임하라"

성재호 KBS본부장, 김환균 위원장 무기한 단식농성

  • 페이스북
  • 트위치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는 KBS구성원들의 파업이 95일차를 맞은 가운데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과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의 KBS 비리이사 해임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7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이 KBS 비리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사적 이용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지 13일이 지났다. 그동안 KBS의 주무기관인 방통위는 무엇을 했나”라며 “당장 비리이사 해임 조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11월24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보고서는 방통위의 정확한 시정 조치를 담고 있다. KBS의 이사들이 국민이 낸 수신료를 용돈처럼 써 온 사실이 드러났으니 징계조치를 하라는 요구”라며 “감사보고서 결과에 따른 이행조치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즉각 시행하는 것이 방통위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비리이사들은 여전히 KBS이사회를 장악한 채, 반성은커녕 자신들이 피해자인양 제 멋대로 떠들어낸다. 방통위가 이런 모습을 보고도 좌고우면하는 것은 직무유기일 뿐”이라며 “김환균 위원장과 성재호 KBS본부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KBS의 비리 이사 해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바라는 모든 이의 간절함을 안고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한다. KBS를 국민품으로 돌려두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절박한 호소이자 마지막 투쟁”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서울지역 지본부장들은 7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앞에서 방통위의 KBS비리이사 즉각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재호 KBS본부장과 김환균 위원장은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언론노조 서울지역 지본부장들은 7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앞에서 방통위의 KBS비리이사 즉각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재호 KBS본부장과 김환균 위원장은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후)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다. 비리이사들을 KBS에서 내쫓고 지난 9년간 KBS를 망가뜨려놓은 고대영 체제를 청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하지만 그 시간이 단순히 방통위의 좌고우면 때문에 속절 없이 지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지난 화요일(5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조합원들이 릴레이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낮이고 밤이고 눈이 오든 바람이 강하게 불든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릴레이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 지금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함”이라며 “오늘 제가 단식에 나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의 이 절박함을 알아줬으면, 단 하루라도 빨리 방통위가 결단을 해주기를 촉구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본부장은 “우리가 해임을 요구하는 건 무슨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다. 단지 국민이 내놓은, 한푼두푼 모아주신 수신료를 자기 맘대로 사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단죄를 하고 책임을 물어달라는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들은 수신료를 내고 계신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게 모아진 수신료 그 가운데 일부가 사적으로 유용한 비리 이사들에게 현금으로 지급되고 있고 법인카드로 또 지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그러면서 “방통위는 언제까지 말도 안되는 상황을 지켜볼 작정인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공영방송사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방통위 또한 책임 있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촉구한다. 오늘이라도 방통위는 KBS 비리이사들의 해임을 당장 대통령에게 건의해 주길 바란다. 그게 지난 9년 과오를 씻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감사원은 KBS이사들의 업무추진비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해 비위 경중에 따라 해임건의 등 인사조치를 취하라고 방통위에 통보한 바 있다. 감사결과에서 KBS 야권 추천 이사 다수로부터 PC 주변 기기 구매, 도그쇼 뒤풀이 비용 지출 등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비위가 나왔다. 야권이사 해임은 구성원들의 요구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대영 사장의 진퇴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다.


방통위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이들 이사들의 의견청취, 청문 등 절차를 밟을 것이란 진행방침을 밝힌 바 있다.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KBS구성원들은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지난 5일부터 무기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 세 차례 과천 방통위를 찾아 비리이사 해임 피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김환균 위원장은 “단식은 시늉하는 게 될 수 없다. 노동자가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말로는 협상으로는 도저히 아무것도 되지 않을 때 택하는 것이 파업이고, 파업을 해서도 도저히 되지 않을 때 자기 몸버리는 싸움을 벌이게 된다. 단식이 그런 의미”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방통위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공영방송 KBS가 90일 째, 파업 세 달 넘어 월급도 못 받고 추운 겨울에 길거리에서 외치고 있다. 또 당연히 누려야 할 시청자가 땜질방송 보며 혜택을 못 누리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이 감사결과 통보한지 열흘이 훨씬 넘도록 한가하게 따지고만 있을 건가. 방통위가 무언가 덫에 걸려 당연히 법적으로 해야할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오늘부터 방통위의 비리이사 해임을 촉구하면서 단식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간곡하게 호소한다. 방통위는 단식에 들어가는 성 본부장이나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95일째 파업 중인 KBS노동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서 하루 빨리 결단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서울지역 지본부장들은 7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앞에서 방통위의 KBS비리이사 즉각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재호 KBS본부장과 김환균 위원장은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순신동상 인근에 마련된 단식농성장 모습.

▲언론노조 서울지역 지본부장들은 7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앞에서 방통위의 KBS비리이사 즉각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재호 KBS본부장과 김환균 위원장은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순신동상 인근에 마련된 단식농성장 모습.


이날 기자회견에는 언론노조 서울지역 지본부장 다수가 참석해 연대와 지지 의사를 밝히고 방통위를 성토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저는 방통위가 방송개혁 의지가 있는지, 공영방송을 다시 세울 의지가 있는지 근본적인 회의를 갖고 있다”며 SBS 사례를 들었다. 윤 본부장은 회사 사장 등에 대한 구성원의 임명동의제를 언론사 최초로 도입한 것과 관련 “아직 법적근거가 없어서 합의내용에 대해서 사회적 강제력을 부과할 수 있도록 재허가 조건으로 만들어 반드시 이행하도록 방통위가 강제해주길 요청했다. 그런데 최근 얘긴 ‘그걸 굳이 조건으로 만들어야 되냐. 강제력 없는 권고면 되지 않느냐’ 방통위 내부 일각에선 ‘임명동의제가 타 방송사 영향 줄 게 우려된다’는 이따위 소리까지 나온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KBS, MBC를 포함해 방송개혁의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함께 향후 방통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방통위 내부에는 권력 입맛에 맞춰 충실히 방송장악 프로그램을 이행하고 거기 면죄부를 부여해 온 공무원이 아직도 떵떵거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방송개혁을 주무르고 있는데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방통위가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해임을 요구하고 투쟁한지 1년 다 돼 가는데 아직도 해임되지 않았다. 청문절차가 진행 중이다. 사장 뽑는 절차를 진행 중인 지금도 고 이사장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면서 “100일 가까운 양대 공영방송 파업 동안 방통위가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대광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장은 “1년 전 이 촛불광장에서 언론노동자들이 외쳤고 대통령을 만나 공공성 보장을 요구했고 방송계와 언론계 적폐인사를 저희가 솎아내서 발표했다. 그것도 모자라 파업 투쟁을 통해 방송 자유와 공공성 보장을 위해서 싸우고 있다”면서 “KBS이사들의 비리는 누가 처음 공개했나. KBS 동지들이 파헤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는 1년 넘는 기간 무엇을 했나. 이젠 방통위에만 항의할 수준을 넘은 거 같다. KBS노조 역사상 최장 95일을 넘는 파업에 기로에 서 있는 오늘을 기점으로 현 정부에 대해서도 항의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성재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장도 “방통위 역할이 무엇인지 회의감이 든다. 어느덧 KBS는 패싱되는 채널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움직임 없이 눈치만 보고 있다. 이젠 청와대에도 문제제기를 할지 말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며 “얼마나 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나. (KBS구성원들이) 1시간씩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단식까지 하는데 도대체 우리가 뭘 더 해야 믿겠나. 진정성을 봐달라. 필요하다면 함께 단식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