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방 수익 악화…알고 보니 '불평등 광고 배분' 때문

SBS 미디어크리에이트-지역민방, 12월말 약정 종료 재계약 협상중
직전 5년 평균 점유율 97% 조항, 광고 배분비율 해마다 감소시켜
사업·협찬 부담 커지고 수익 악화…자체제작 줄고 인력도 충원 못해
SBS "5년전 체결된 협약이지만 지역민방과 상생할 방안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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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광고판매대행을 맡고 있는 미디어크리에이트(이하 MC)와 지역민영방송 간 체결된 네트워크 광고 합의가 올해 말 종료됨에 따라 지역민방 구성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제기해왔던 불평등한 광고 배분 구조를 5년 만에 돌아온 재계약에서라도 수평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MC와 지역민방은 오는 12월31일 약정 종료를 앞두고 현재 재계약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G1, CJB, JIBS, JTV, KBC, KNN, TBC, TJB, UBC 등 9개 지역민방 노조협의회는 지난 6일 ‘SBS는 지역민방에 대한 불평등 협약을 즉각 시정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지역민방 9개사에 대한 SBS와 SBS MC의 ‘갑질’이 다시 한 번 심각히 우려되고 있다”며 “MC는 2012년 네트워크 협약사인 9개 지역민방에 대해 불공정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사실상 강요했고 자신들의 뜻대로 광고 배분 비율을 관철시켰다. 특히 ‘(광고 배분과 관련해) 직전 5개년 평균 점유율의 97%를 보장해준다’는 족쇄로 인해 지역민방 9개사의 광고 배분 비율은 해마다 쪼그라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SBS와 지역민방 간의 연도별 광고 매출 배분 비율을 보면 약정기간이 시작된 2013년 지역민방의 점유율은 24.4%였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4년 23.9%, 2015·2016년 23.4%를 기록했다. 반면 SBS는 2013년 75.6%에서 2014년 76.1%, 2015·2016년 76.6%로 점유율이 계속 상승했다. 노조협의회는 “2007년과 비교하면 73.2% 대 26.8%였던 것이 지난해 76.6% 대 23.4%로 줄어들었다”며 “3.4% 줄어든 것이 커 보이지 않을 수 있을지 몰라도, 지역민방의 입장으로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크나큰 불이익”이라고 우려했다.



김명하 G1강원민방 노조위원장은 “점유율 97% 보장 조항 때문에 우리가 가져가는 돈에 항상 0.97이 곱해졌다”며 “가뜩이나 종합편성채널이 생기고 모바일 쪽으로 광고가 많이 빠져나가면서 SBS와 지역민방 모두 광고가 많이 줄었는데 우린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안정적인 지원 구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역민방의 수입 구조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40~50% 수준이다. 김명하 위원장은 “옛날만 해도 매출의 70% 이상을 광고에 의존했다. 전체 매출액이 200억원이면 130억원 수준이었다”며 “그런데 점유율이 이렇게 되면서 광고 매출은 점점 줄어들고 그 외에 사업이나 협찬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업의 경우 순수익이 10~20%에 불과해 수익 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실제 9개 지역민방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2년에 비해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매출액의 경우 G1, JIBS, JTV, TJB, UBC 5개사가 2012년에 비해 감소 추세를 보였고, 영업이익은 9개사 모두 하락했다. 특히 CJB, JIBS, JTV, TJB는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수익이 하락하면서 지역민방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줄이거나 인력을 뽑지 않는 데 있다. JTV의 경우 지난해 9년 만에 취재기자를 뽑는 수준이었다. 김영곤 UBC울산방송 노조위원장은 “UBC의 경우 평균 연령이 50대에 육박한다. 신입을 뽑아도 거의 비정규직”이라며 “돈을 아끼기 위해 자체 제작 프로그램 역시 줄인다. 편성비율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20~30만원 하는 해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사와 재방, 삼방도 모자라 사방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 등 지역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올해 말 있을 재계약에서 만큼이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상대 CJB청주방송 노조위원장은 “돈의 논리가 아니라 가치의 논리다. 지역 방송이 분명히 필요하고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적절한 재원이 필요한데 현실적인 재원 확보의 방법은 광고 협상밖에 없다”면서 “SBS가 협상에서 그 부분을 어느 정도 배려해야 한다. 과거 코바코 때처럼 정률로 분배하든가 일정 정도의 배분 비율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SBS 관계자는 “5년 전의 네트워크 광고 합의서는 서로 간의 합의 하에 체결이 된 것으로 저희 입장에서는 조항이 지역민방에 불리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어쨌거나 지역민방과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올 연말 재계약은 원만하게 협의할 생각이다. 현재 광고, 정책 파트 등 지역민방 담당자들과 협의 중에 있는데 상생할 수 있도록 현실을 반영해 재계약을 하겠다”고 밝혔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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