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해야 미래 있어"…YTN 혁신안 마련 부심

복직 3개월 YTN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
기획·탐사보도 강화 등 TF에서 뉴스혁신 고민 중
신뢰 잃은 최 내정자 적폐청산 동력 갖지 못할 것
구성원들 인정하는 사장 올 때까지 투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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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에 다시 돌아온 지 벌써 석 달이 다 돼간다. 복직 첫 날 사옥 앞에서 파란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맞이해준 동료들, 상암동에 처음으로 발을 뗀 순간을 잊을 수 없다. 9년 전 YTN은 나를 해고했다. 2008년 10월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의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씨의 사장 선임을 반대했다는 이유였다. 그때는 금방 복직될 줄 알았다. 그 생각이 순진했다는 것을 무려 3249일이 지나고 깨닫기까지.


지난 8월28일 복직한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의 이야기다. 오랜 기간 지속된 내부 갈등과 망가진 뉴스 개선 등 YTN에 산재한 과제 속에서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 17일 서울 상암동 YTN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3명의 복직기자는 TF에서 뉴스혁신안을 고민하며 완연히 적응한 모습이었다. 노종면 기자는 “복직 전에는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YTN 뉴스가 이제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더라”며 “최근 포항 지진 특보가 터졌을 때도 지적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고 웃었다.


지난 8월 복직한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왼쪽부터)가 지난 17일 오후 상암동 YTN 노조사무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복직 소감과 함께 적폐청산과 업무혁신 등을 강조했다.

▲지난 8월 복직한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왼쪽부터)가 지난 17일 오후 상암동 YTN 노조사무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복직 소감과 함께 적폐청산과 업무혁신 등을 강조했다.

“복귀하고 ‘이 조직이 많이 망가졌구나’ ‘조직이 완전히 파괴가 됐구나’란 걸 느꼈어요. 경영진에 충성하면 상 받고 노조활동을 열심히 하면 불이익을 받는 게 만연하더라고요. 간부들 상당수는 권한도 책임감도 없어요. 후배들은 ‘입 열면 손해’라는 생각에 의욕이 완전히 꺾여 있죠. YTN이 후퇴한 데 대한 단죄, 적폐청산 없이는 전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조승호)


“지난 2012년 종편이 출범한 이후에는 지상파 혹은 보도채널이 제 색깔을 살려내지 못하고 종편이 만들어놓은 ‘패널 위주의 평론식 보도’에 무비판적으로 올라탔거든요. 사회이슈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소모적인 이념 논쟁만 극대화시키고 있어요. YTN을 망가뜨린 사람들에 대한 인적청산과 동시에 업무적인 적폐청산이 절실합니다.”(현덕수)

노종면 기자.

▲노종면 기자.


이들이 만든 뉴스개선안에는 YTN 본래의 유전자를 되찾기 위한 변화와 혁신이 담겨 있다. 기획과 탐사보도를 강화하고 그에 맞는 인력활용이 핵심이다. 형식상의 변화보다는 뉴스에 소화되는 리포트에 기획물이나 탐사 이슈를 많이 다루자는 취지다. 조승호 기자는 “우리가 가진 170여명의 보도국 인력 중 상당수를 탐사보도에 활용하자는 게 큰 틀”이라며 “막바지 수정 작업 중으로, 이달 안에 설명회를 통해 혁신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인터뷰 직전 YTN 로비는 ‘최남수 사장 반대’ 피켓을 손에 쥔 80여명의 기자들로 가득 찼다. 지난 5일 최 사장이 내정된 직후 사내게시판에 기수 성명이 이어지는가하면, 집회장에서도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 내정자에 대한 질문에 복직 기자들의 낯빛도 다소 어두워졌다. 이제 꽃길만 남은 줄로만 알았던 YTN에 또다시 투쟁의 바람이 불어 닥치는 것일까.


“청산이라는 절차는 이성적 동의로는 부족해요. 막상 닥치면 여러 가지 고려사항도 생기고 주저하죠. 최 내정자는 본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회사를 들락거렸다는 정서적인 비난도 받고 있어서 도덕적 권위를 세우기 힘든 상태에요. 구성원들의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적폐청산을 위한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노종면)

현덕수 기자.

▲현덕수 기자.


지난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공정방송을 외치다 해고와 정직 등 징계를 받고 상처를 이어온 YTN으로서는 적폐청산과 함께 YTN 조직을 하나로 봉합하는 과정이 절실하다. 아울러 구성원들의 열정과 희생을 이끌어내는 작업도 필요한데, 신뢰받지 못하는 인사가 사장으로 오면 분열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 내정자는 해외 연수와 머니투데이방송 이직 등을 이유로 회사를 두 차례 떠나며, 구성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권 당시 적폐 인사가 ‘해직기자만은 막자’는 생각으로 외부인의 사장 선임에 공을 들였다는 지적과 함께, 최 내정자에 ‘줄대기’ 할 가능성도 나오는 만큼 내부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승호 기자는 “자신의 강력한 지원 세력이었던 적폐 세력을 청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승만에게서 친일파 청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조승호 기자.

▲조승호 기자.


조 기자는 “한 개의 원칙이 무너지면 열 개의 변칙으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내부 구성원들에게 인정받는 사장이 들어올 때까지 투쟁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 기자 또한 “다시 투쟁이라는 어려운 길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아닌데도 불구하고 주저하는 건 옳지 않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국민적 요구와 시대정신이 바라는 것이 뭔지 고민해서,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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