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부터 고참까지 녹색 그라운드를 달리다

[제45회 한국기자협회 축구대회] 이모저모

  • 페이스북
  • 트위치

“승부는 가르지만 승자와 패자는 없는 자리.”

제45회 한국기자협회 서울지역 축구대회에 참석한 한 기자의 말이다. 21일 첫날 일정에 참석한 기자들은 승부 자체보다는 승부의 과정과 참석에 의미를 두는 자리로 이날 행사를 만끽했다. 경기도 고양시 별무리어울림누리와 중산공원, 대화공원 등 3곳 일대는 서울지역 62개 회원사 선·후배들과 동기, 이들의 가족 모두가 한 마음으로 모여 어울리는 ‘화합의 장’이 됐다.

인형 탈에 히어로 의상…뜨거운 응원 열기

▲이투데이 기자들이 이투데이 풍선을 들고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축구대회 첫째 날인 21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과 중산체육공원 축구장, 대화레포츠공원 3개 구장의 응원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응원단들은 징과 북을 동원해 선수들을 응원하는가 하면 “이겨서 소고기 먹자!” “압도적이다!” “승리하자!” 등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을 수 있는 구호를 외치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아리랑 목동’을 부르는 등 승리를 기원하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일부 언론사는 인형탈과 히어로 의상을 동원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동아일보 머리띠를 두른 포돌이와 포순이 인형탈을, 뉴스토마토는 토마토 인형탈을 준비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인형탈을 쓰고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던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는 “토마토 인형은 원래 회사에 있던 의상”이라며 “응원을 위해 입고 왔다. 경기에 져서 아쉽긴 하지만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말했다.


채널A는 히어로 의상을 비롯해 목도리와 응원봉, 모자까지 맞춰 입고 신명난 응원전을 펼쳤다. 응원단장인 곽민영 채널A 기자는 “일주일 전부터 축구대회 응원을 위해 의상을 준비했다”며 “히어로를 상징하기 위해 토르와 슈퍼맨, 배트맨 의상을 마련했다. 응원에 화답하듯 선수들도 전반전에만 두 골을 넣어 기분이 짜릿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은 목이 쉬어라 응원한 응원단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다. 유주희 서울경제신문 기자는 “경기장에 온 사람은 모두 선물을 받아간다는 목표로 에스프레소 머신, 킥보드, 고급 등산가방, 홍삼 등 경품을 준비했다”며 “매년 기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경품 추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 행사로 응원단 한 명 없이 외로운 경기를 치른 곳도 있었다. 농민신문이 그 주인공이다. 농민신문 선수들은 이날 회사 주최로 열린 ‘러브미 마라톤대회’에 임직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바람에 교체선수 1명을 포함한 선수 13명과 응원단장 1명만 축구대회에 참여했다. 응원단장인 임현우 농민신문 기자는 “응원 열기 없이 선수들이 외롭게 싸웠는데, 결과도 1:0으로 석패해 아쉽다”며 “내년에는 반드시 1승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TBC 기자들이 자사 기자들 선전 모습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승자 패자 없는 ‘화합의 장’

시합이 있는 만큼 승부는 갈렸다. 이른 오전부터 경기 일정을 소화했지만 첫 경기에서 석패를 한 팀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시종일관 즐거운 표정이었다. 다른 회사에 있지만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들은 서로 “우릴 이겼으니 꼭 우승까지 해라”, “아, 정말 겨우 이겼다” 등의 말을 주고 받았다.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1차전에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패배한 더벨의 이승호 벤처중기부장(기자협회 더벨 지회장, 축구팀 단장)은 “2012년 쯤 4강에 갔고, 작년에도 16강 정도엔 간 거 같은데 우승 후보 강팀을 만나 패하고 말았다. 대신 이번에 이기면 우승할 수 있다는 마음이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는 “매번 축제라고 생각한다.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편집국 식구들이 절반 넘게 참가한 거 같은데, 함께 이렇게 나와 있는 게 좋다”면서 “축구할 때도 응원할 때도 즐겁게 했고, 재미나게 하자는 게 모토였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대 더벨 간 시합 모습.


첫 경기에서 신흥 강호 JTBC에 패배한 코리아타임스는 오늘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재현 코리아타임스 편집국장은 “한 골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좀 아쉽다. 오늘 보니 생각보다 잘 뛰는 친구들이 있고 생각보다 못 뛰는 친구가 있더라. 가능성은 봤다”고 했다. 조 국장은 “연습을 많이 못 했는데 내년엔 열심히 연습해서 꼭 1승을 하겠다. 나도 내년엔 한 번 선수로 뛰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편집국 식구들과 좋은 날씨에 공기 좋은 곳에 나와 몸으로 부딪치고 소리도 지르고 이런 게 참 좋다”고 했다.

우승 후보 중앙일보를 만나 아쉽게 진 헤럴드경제 전창협 편집국장은 “어제 회사 워크숍이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이어 축구대회까지 왔다. 따로 연습도 하고 했는데 결과는 아쉽지만 강력한 우승 후보를 만나 즐겁게 뛰었다”고 했다. 전 국장은 “축구라는 게 승부욕이 강하게 드는 게임이다보니 걱정했는데 다치는 것 없이 잘 끝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며 “구성원들도 즐거워하고, 다른 회사 선후배들 만나서 축구 한 게임 씩 하는 게 ‘친선 경기’ 느낌이 물씬 나 좋다”고 말했다.

“국장 나이스, 박 부장 패스”

▲주전선수 평균나이가 50세였던 연합뉴스팀 주전 멤버들 모습.


제45회 한국기자협회 서울지역 축구대회에 참가한 62개 팀 중 최고령 참가 팀은 연합뉴스. 주전선수 평균 나이만 50세. 타 팀의 최고령 선수 나이를 압도할 정도다. 평기자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주전 선수들이 편집국 고위 간부인 셈이다.


이 중 주전으로 나선 국장급 선수만 5명. 류현성(56) 편집국장이 수문장으로 나섰고, 홍덕화(58) 콘텐츠평가실 평가위원, 김정섭(58) 전국부 선임기자, 황대일(53) 콘텐츠총괄본부 본부장, 성기홍(50) 정치에디터 등이 공수에서 젊은 기자들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하며 연합뉴스 축구팀을 이끌었다.


28년째 주전으로 뛰고 있는 황대일 본부장은 “고객사들을 위해 젊은 기자들은 주말에도 현장 취재를 하려다보니 우리들이 뛰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홍덕화 위원은 “기자협회 축구대회는 우의와 단합을 다질 수 있는 장으로 체력 등의 문제로 고민하다 참가를 결심했다”며 “승부를 떠나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임원 총출동한 축구대회

이번 축구대회엔 주요 언론사의 임원 등이 총출동해 자사 선수들을 독려했다.
한국일보의 경우 이른 시간에 열린 첫 경기임에도 승명호 회장, 이영성 부사장, 이성철 편집국장 등 주요 임원과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회장이 축구대회에 응원을 하러 온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라는 게 한국일보 기자들의 전언이다. 이영성 부사장은 “한국일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귀뜸했다.


▲한국일보 승명호 회장과 이날 축구대회에 참가한 기자들 모습.


승명호 회장은 “당연히 한국일보를 사랑하니깐 참가했다”며 “기자협회 축구대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투데이도 길종우 총괄 대표이사, 김신용 상무 등이 참가했다. 이투데이 길정우 총괄 대표이사는 “회원사 일원으로 기자협회 축구대회를 참가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모든 기자들의 축제의 날에 우리 선수들도 평소 갈고 닦았던 기량을 100% 발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형기 뉴시스 사장도 이날 축구대회를 찾아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그외 언론사에서도 편집국장을 비롯해 편집인, 본부장 등이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그라운드 누빈 여기자들

▲한국기자협회 이가영 감사(중앙일보 기자)가 이날 여기자와 기자 가족들 승부차기에 앞서 시축을 하는 모습.


이번 대회에선 여기자들도 선수로 참여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정주희 연합뉴스TV 기자는 승부차기에서 멋진 슛폼으로 찬사를 받았고, 임정요‧정민경‧김보경 코리아헤럴드 기자는 열정적인 경기로 박수를 받았다. 이들이 공을 잡고 슛을 날릴 때마다 경기를 지켜보던 다른 언론사 선수단에서도 박수가 터져 나왔다.


경기에 나선 코리아헤럴드 여기자 3인방은 올초 함께 입사한 동기다. 임정요 기자는 "동기들과 같이 뛸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이 경기를 계기로 많은 언론사에서 여기자들이 선수로 나설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전선수로 경기에 나선 코리아헤럴드 임정요‧김보경‧정민경 기자.


정민경 기자는 "비록 1차전에서 졌지만 팀워크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며 "필드 위에서 다른 언론사 선배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보경 기자는 "응원단 역할을 벗어나 직접 선수로 뛰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타사 선수단의 응원을 받으며 기자들 모두 하나가 되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기자들은 승부차기 이벤트에 참여해 쌀, 커피 등 푸짐한 경품을 받았다. 이날 축구대회를 처음 경험한 강인선‧김소희‧윤지원‧홍혜진 매일경제 수습기자는 "취재현장뿐 아니라 축구경기에서도 열정적인 선배들의 모습을 봤다"며 "기자들끼리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자리여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나성원 기자의 아내 김영은씨는 10개월 된 아들과 함께 승부차기를 성공했다. 김씨는 "좋은 날씨에 축구장으로 나들이를 하고 경품도 받게 돼서 감사하다"며 "사람이 많아서 아이가 울기도 했는데 그 만큼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영선 CBS 기자는 "여기자는 축구대회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골 넣고 쌀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협회원 자녀 사생대회

▲아빠를 응원하러 따라나온 기자 자녀가 승부차기를 하는 모습



축구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회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사생대회도 진행됐다. 엄마아빠 손 잡고 축구장을 찾은 아이들은 푸른 잔디를 배경으로 멋진 그림을 그려냈다.

박영국 데일리안 기자의 딸 박예서(7)양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알록달록 꽃들을 담은 액자를 그려 출품했다. 최성록 아시아투데이 기자의 두 아들 윤찬(8), 윤건(6)군은 "아빠와 함께 와서 좋다"고 말했다.

딸 김가윤(6)양과 함께 온 김효정 아시아투데이 기자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운 흥부네집을 그렸다"며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활기찬 모습에 덩달아 아이도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