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자신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새로운 이사가 선임되면 이후 진퇴에 대해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방문진에서 열린 정기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언제 거취를 표명하는 게 공인의 처신에 합당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19일 정기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 표명했다.

그는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앞으로 어떤 대응을 하는지를 지켜보고 판단내리겠다”며 “보궐이사가 어떤 분이 선임되는지에 따라 (사퇴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 여권 이사들의 추가 사퇴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는) 가능성이 있지만, 나머지 세 분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본다”고 못박았다.

이날 구 여권 이사진(김광동 권혁철 이인철)은 모두 발언을 통해 김원배 이사의 사퇴와 관련해 “정권의 언론장악에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동반 퇴장했다.

이인철 이사는 “최근 김원배 이사의 사임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 강압적인 압력들로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해서 유감스럽다”며 “방문진 이사를 하면서 경영방해를 받고, 정치노조들은 이사들의 퇴진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언론노조의 폭거에 방조해서 정권의 언론장악이 이뤄지고 있는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는지 답답하다. 민주화 이전의 방송장악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계속적인 이사 사퇴 압력에서 정상적인 회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하지만 (언론장악에 맞서는 행동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퇴장했다.

▲고영주 이사장의 브리핑 모습.

김광동 이사도 “방문진이 더 이상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과 노동조합이 물리적인 강압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결국 두 명의 이사가 관두게 된 것”이라며 “이렇게 짓밟힌 제도와 법치가 결과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강압적인 방식으로 공영방송이 유린되고 편향된 시각으로 보도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지난 3개월에 거친 이 과정은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이사 또한 “밖에 언론노조원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야권 이사들의 사퇴를 종용하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압력에 못 이겨 두 달전 사퇴한 유의선 이사에 이어 오늘도 김원배 이사의 사임 소식을 듣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런 마음으로 이사회에 계속 앉아있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자리를 떴다.

이에 대해 현 여권 최강욱 이사는 “그간 MBC 구성원의 수많은 인원을 배제시키고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생각해보라”고 지적하며 “골프장가서 얻어먹고 와서 이제 와서 방송의 독립성을 운운하는 것인가. MBC와 방문진을 망친 주역들이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유기철 이사 또한 “누가 강성노조를 만들었나. 강하게 탄압하니까 강해진 것이다. 이사 임기 3년 보장해달라고 하는데, 그런 프레임을 만들어서 면피될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는 정족수 미달로 시작도 되지 않은 채 폐회됐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