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했지만…찰나로 끝난 언론계 자성

<태블릿PC 보도 1년, 변하지 않은 언론>
JTBC 부상, 공영방송 뒷걸음
패거리·따옴표 저널리즘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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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신호탄이 된 JTBC의 ‘태블릿PC’보도가 오는 24일 1주년을 맞는다.


태블릿PC 보도 전후로 경향신문 한겨레 TV조선 등의 관련 보도가 있기 때문에 최고 권력의 부끄러운 민낯을 밝힐 수 있었지만, 그 보도 자체만으로도 우리 언론계에 적잖은 울림이 됐다. 디지털 등 겉포장에만 고심하던 언론에 저널리즘 본령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언론계 자성 이끈 촉매제
언론계는 태블릿PC 보도 이후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면서 ‘살아있는 권력’ 앞에 움츠러들거나 동조했던 모습을 처절하게 반성했다. KBS·MBC 구성원이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것이나 SBS 구성원이 사주 일가의 전횡과 부당한 개입에 맞서 적극 나선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움직임이 전적으로 JTBC가 가져온 효과라 말할 수 없지만 기폭제가 된 것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JTBC 태블릿PC보도 이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면서 주요 언론사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이후 우리 언론은 패거리 저널리즘, 따옴표 저널리즘 등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BS 권영철 선임기자는 “KBS, MBC가 파업을 하는지 모른 사람이 많다거나 SBS가 변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JTBC 등장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라며 “JTBC가 언론을 견인할 정도로 언론계에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정파성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도 태블릿PC 보도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다.
사회부장 출신의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주요 게이트 등을 겪을 때마다 자사의 유불리나 이해관계를 따지며 한쪽은 파헤치고 다른 한쪽은 정치적 의도로 끌고 갔던 게 우리 언론의 모습이었다”며 “태블릿PC로 촉발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경우 절대 용인해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모든 언론사들이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JTBC, 단기간에 언론지형 변화 이끌어
JTBC가 짧은 기간 동안 미디어 시장에 안착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언론계의 일대 사건이다. 2011년 12월 개국한 JTBC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대부분 언론이 ‘기레기’라며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을 때도 현장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현장을 지켰다.


세월호 보도가 신뢰도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하면 태블릿PC 보도는 신뢰도는 물론 시청률까지 잡는 계기가 됐다는 게 언론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적잖은 것을 시사한다. 언론계는 그동안 저널리즘 본령과 시청률·광고 등은 병립하기 힘들다고 치부해 왔다. 오히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저널리즘 본질을 외면하는 변명거리가 됐다.


하지만 JTBC는 보도 등을 앞세워 단시일 내 신뢰도와 인지도 등에서 기성언론을 제쳤다.
실제로 JTBC는 지난 8월 1~4일 한국기자협회가 실시한 창립 53주년 기자여론조사(300명)에서 영향력(27.4%), 신뢰도(30.3%) 부문에서 주요 신문사와 지상파 방송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시사IN이 지난달 21~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신뢰하는 언론’을 묻는 조사에서도 JTBC가 30.8%(1순위 기준)로 1위를 기록했다.


출범한지 만 6년도 안 된 신생 언론사가 언론 지형을 바꿔놓은 셈이다. 동시에 기성 언론사들이 그동안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JTBC가 무결점의 언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저널리즘 본령을 지키려는 언론에는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는 점을 보여줬다.

금력으로부터 자유 여전 요원
하지만 지난해 촛불민심 등을 통해 깨우친 교훈은 희석되고 또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게 언론계 중론이다.


권언유착에선 자유로워졌지만 경제 권력으로부터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업성을 기반으로 한 패거리 저널리즘, 폭로 저널리즘, 따옴표(인용) 저널리즘 등의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故) 김광석씨 부인 서해순씨를 둘러싼 과열 보도다. 대중적 관심이 집중됐다는 이유만으로 사실 확인 등 추가 취재는 뒷전인 채 패거리 저널리즘 등이 횡행하고 있어서다.


한 종편사 기자는 “우리 언론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던 과도한 경쟁에 따른 패거리 저널리즘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시청률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너나 할 것이 과도하게 보도한다. 대부분 종편·보도채널이 지난 12일 서해순씨의 경찰 출석 모습을 18분 내외로 생중계했는데 그런 사안인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정치적 압력이 없어졌기 때문에 일부 편파 언론을 제외하고 정치권력에 비판하는 언론의 모습은 변했지만 경제적 요인은 우리 언론이 극복해야 할 또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주류 언론이 ‘클릭장사’로 지칭되는 흥미 위주의 시장에서 선정적 언론과 같이 경쟁할 것이 아니라 기사의 질로 승부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경쟁을 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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