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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청와대, 국정 홍보에 KBS 활용 지시”

언론노조 KBS본부, 박홍근 의원실 잇따른 방송개입 폭로

최승영 기자2017.10.11 20:08:47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공영방송 KBS 프로그램의 제작자율성을 침해하고, 국정과제 추진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물론 공영방송 파업에 개입한 방송통신위원회 간부 '화이트 리스트'를 만들어 승진 등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서 KBS와 관련된 문건 일부를 KBS ‘파업뉴스팀’(팀장 엄경철)이 확인(<KBS활용해 비판세력 제어하라" 靑 '방송장악' 문건 확인>리포트 링크)했다고 11일 밝혔다. 노조는 해당 문건이 모두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에서 지시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파업뉴스팀이 11일 공개한 청와대 방송장악 캐비닛 문건 관련 보도 갈무리.


노조에 따르면 이병기 비서실장은 우선 2015년 3월23일 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에서 KBS 프로그램 <뿌리 깊은 미래>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언급했다. 이 비서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2월 초 KBS에서 방영된 ‘뿌리 깊은 미래’는 건국 가치를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KBS에서 어떻게 이런 다큐를 제작할 수가 있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홍보수석·미래전략수석에게 지시했다.

<뿌리 깊은 미래>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2015년 초 KBS 1TV를 통해 방송된 다큐멘터리다. 광복 이후 분단 정국과 6·25전쟁, 이후 재건활동을 흑백 영상에 담담하게 담아 힘겨웠던 삶을 헤쳐온 민초들의 발자취를 쫓아가 보자는 것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였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방송 두 달 뒤 방심위에서 예상치 못한 징계를 받았다. 방심위는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며 KBS에 벌점 2점이 부과되는 법정제재 ‘경고’ 조치를 내렸다. 당시 징계사유는 1)한국 전쟁이 일어난 원인이 ‘남침’이라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 2)서울 수복 후 뚜렷한 증거 없이 북한군에 부역한 혐의자를 처벌했다고 표현한 것은 ‘역사왜곡’이라는 점 3)흥남 철수 당시 부두 폭파 영상을 보여주며 ‘민간인들이 남아 있었다’고 표현한 건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었다.

노조는 “민초들의 시각에서 당시 상황을 되돌아 보기 위한 것이었고, 정치적이거나 국제정세와 관련된 내용은 제외했을 뿐이라는 프로그램 제작진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박근혜 정부의 지시를 받은 방심위가 사실상 ‘징계’ 방침을 정해놓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인호 KBS 이사장 역시 <뿌리 깊은 미래> 1부 방영 후 임시 이사회에서 공정성 등을 문제삼으며 프로그램을 비판한 바 있다. 이 이사장은 당시 “내용이 편향적이라는 항의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이런 식으로 방송을 하면 앞으로 KBS수신료를 어떻게 인상하겠느냐는 항의도 받았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후 <뿌리 깊은 미래>는 동명의 짧은 캠페인 스팟 영상으로 명맥을 이어가며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산업화 업적과 시청자 사연을 소개하는 식으로 변했다.

박근혜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누리 과정 예산 등 국정 과제 추진에 KBS를 활용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노조에 따르면 2015년 9월30일 이병기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논의가 있었다.

당시 회의에서 이병기 비서실장은 “교과서 국정화 성공을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비판세력을 제어해야 한다. 정교한 추진전략과 디테일한 상황 진전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국민 홍보 강화를 위해 KBS·EBS 등 매체를 활용해야한다”고 지시했다.

노조는 “역사교과거 국정화와 관련 KBS ‘9시뉴스’ (보도 건수는) 9월 2건에서 10월 들어 36건으로 급증했다. 보도 건수의 증가와 별개로 내용이 문제였다. 당시 KBS 뉴스를 살펴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 입장을 충실히 전한 반면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 입장에 대한 검증 보도 등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KBS 취재기자들은 검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고교 검정 한국사 교과서 8종’의 내용을 심층 분석한 뒤 9시뉴스에 일주일 동안 연속 보도하겠다고 발제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는 방송이 나가기로 한 날, 일방적으로 제작중단 지시를 받았고, 기자들은 그 이유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누리과정 예산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이병기 실장의 지시는 이어졌다. 이 실장은 2016년 1월8일 “조선일보 1면(누리예산 800억 늘 뿐인데...1조8000억 원 더 받고도 버티는 교육청)에 교육청의 예산편성을 압박하는 기사가 나왔다. 좋은 보도다. 이런 내용이 KBS를 비롯해 지상파와 종편에 보도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1월10일엔 “누리과정 예산 문제와 관련해 보수언론에서 정부입장을 지원해줘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내용이 KBS 등 방송매체에 방영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교육청 잘못’임을 적극 인식하도록 해야한다”고 교육문화수석·홍보수석에 지시했다.

당시는 만 3~5세 누리과정 아동들의 보육예산을 누가 부담하냐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이 갈등을 빚던 때였다. 고대영 현 사장이 취임한지 두 달을 맞은 때, 청와대가 KBS를 활용해 정부에 유리한 보도를 지시한 정황이다.

노조는 “고대영 체제의 KBS는 왜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교육청의 논란이 되풀이 되는지 본질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속 타는 학부모’, ‘유치원 대란’ 등 현상만 집중 부각한 뒤 교육청이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줬다”며 “KBS를 활용해 이번 사태가 교육청의 잘못이란 인식을 심으라는 이병기 실장의 지시가 구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 같은 발언과 이후 여러 조치 등이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 보고 있다. 해당 법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를 위반할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고 있다. 이어 “이병기 비서실장의 KBS 프로그램 편성에 대한 규제와 간섭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철저히 필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이 방송통신위원회 간부들의 이념성향을 조사하고, 공영방송 파업과 정부비판 보도에 개입한 간부들의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승진심사를 지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원내수석부대표·서울 중랑을)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간부승진 대상자 신원조회 결과 회보(2013년 6월 이후 작성·발송된 20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가관 및 직무자세’ 평가항목을 통해 방통위 간부 승진 대상자들의 이념성향을 평가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국정원의 방통위 간부 신원조사 결과 회보서 일부 첫 장. (박홍근 의원실)


2015년 6월5일 작성된 A씨의 신원조회 회보서를 살펴보면 ‘KBS·MBC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여 방송의 공영성을 위해서 유관부처와 긴밀하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의원은 “문건 작성 시기로 미루어 볼 때 국정원이 언급한 불법 파업은 2012년 2월 KBS와 MBC의 동시파업을 의미한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신원조회 당사자인 A씨는 방송업무 총괄 서기관을 지내면서 종편 사업자 선정 TF와 미디어렙 법안 발의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방송정책 업무를 담당했고, 국정원 평가 직후 서기관에서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화이트리스트’의 작동은 한 건이 아니었다. 2016년 3월10일 작성된 문건에서 ‘방송의 편파보도·오보 적극 개선 등 방송 공정성 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받은 B씨는 2개월 뒤 자신이 팀장으로 있던 부서가 확대개편되면서 과장에 올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국정원의 방통위 간부 신원조사 결과 회보서 일부 중 본문. (박홍근 의원실)


또 2015년 5월29일 작성된 문건에서 과거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업무 경험을 토대로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국가긱관의 감청 업무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고 기술된 3급 승진 대상자 C씨는 1년 위 대통령직속기구로 자리를 옮기면서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이외 ‘일부 방송 영화의 북한(간첩) 미화에 우려 표명 등 안보관이 투철’하다거나 ‘국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종북좌파 세력의 용어선점전술을 경계해야 한다며 北 주체사상의 허구성을 강하게 비판’, ‘실패한 체제인 북한에 동조하는 종북세력은 발복색원해야 할 대상이라 지칭’, ‘종북사이트규제 업무 적극 수행’ 등 승진심사와 무관한 이념성향 평가가 다수 포함됐다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국정원의 방통위 간부 신원조사 결과 회보서 일부 중 본문. (박홍근 의원실)


박 의원은 “국정원이 신원 조회를 통해 공영방송 파업과 정부 비판적 보도에 개입한 간부들을 긍정평가하며 지원했다”며 “국정원의 공직자 ‘사상검증’ 탓에 방송자유 수호에 앞장서야 할 방송사 규제권한을 가지고 있는 방통위의 독립성이 심각히 훼손됐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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