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공공성 회복은 모든 언론의 과제

[언론 다시보기]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저항하는 언론인들을 해직 등으로 탄압하여 현장에서 배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최근 새롭게 드러나는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실태는 더욱 경악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공영방송 장악에 개입했다는 점이다. 국정원 적폐 TF가 밝힌 문건들에 따르면 국정원이 언론인들을 성분 분류하고 이들을 배제했다. 국정원은 그 고유 목적을 벗어난 불법 행위를 한 것이다.


행태가 좀 다르지만 그 본질에서는 1960, 70년대 기관원이 출입하며 언론을 통제하던 시절로 돌아간 거나 다름없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국정원 직원이 상주하거나 침투해 근무하지 않는 이상 그들이 시청한 프로그램만으로 이렇게 직원들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국정원의 기획에는 내부(협력)자가 있을 것이라 의심해보는 것이 상식이다. 또 이 국정원 기획에 등장하는 해당 당사자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것은 이 기획을 실행한 내부자가 있음을 의미한다. 공영방송을 정상화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내부자들을 가려내 조치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권위주의적 정부가 다시 들어서면 이런 불행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내부자들의 정점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의 주요 보직을 거치며 공영방송 황폐화를 야기한 김장겸, 고대영 현 사장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최근에 SBS에서도 윤세영 회장이 소유 경영 분리를 언급하며 회장직을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비판을 자제시켰던 윤세영 회장의 태영건설이 4대강 사업에서 수천억을 수주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언론의 독립성, 취재 보도의 자율성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을 사적 이익을 위해 악용한 사유화 과정이 있었다. 윤세영 회장과 더불어 아들 윤석민 부회장도 함께 사퇴했지만, 노조는 사태가 진정된 후 복귀했던 이전 경험을 비추어 완전한 소유경영 분리를 강고하게 요구한다. 그만큼 언론의 독립성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SBS의 보도 자율성 침해에 권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는지는 좀 더 진실이 밝혀져야 할 문제지만, 최소한 공영방송을 불법과 편법으로 침탈하는 무도한 권력의 행태를 보며 눈치를 보았을 것이다. 4대강 사업 만이었을까? 회장만이 아니라 간부들도 SBS의 이런 저런 비판보도를 막았을 것이다. 그래서 SBS에서는 이미 2016년 한 차례 내홍을 겪은 바 있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올바른 저널리즘의 본질이 붕괴된 것이 공영방송이나 SBS만의 문제일까? 당시 대다수 언론들은 신용비어천가로 불릴 만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언론들은 소위 ‘사자방’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 4대강 사업은 정부의 보도자료를 베끼기 바빴고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는 제대로 취재도 보도도 안 했다. 박근혜 대통령 순방 외교에 따라가서는 외교성과를 취재보도하기보다는 외국어 연설 여부나 의상을 묘사하기 바빴던 언론들의 보도 행태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기자들의 수준 문제였을까, 아니면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권력과 가까운 사주의 눈치를 본 결과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받고 형사처벌 대상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은 살아 있는 권력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은 언론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고 보면 과도할까?


그런데 공영언론인 KBS, MBC나 지상파인 SBS 그리고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등과 달리 다른 언론사는 조용하다. 그 언론들의 지난 10년 간 보도는 보도 자율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언론인들의 자발성에 기초한 보도였는지 묻고 싶다. 어떤 형태가 되든지 언론의 본질과 기자들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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